서울 100년의 세월이 쌓여있는 전통공간에 현대적 감각일 입히다 <익선동 한옥마을>

Author : 프럼에이 / Date : 2016.10.12 11:13 / Category : THINK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공간들의 공통점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입니다. 오래된 한옥, 문 닫은 인쇄소, 80년대 가정집 등 우리네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도시의 세월이 묻어있는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며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인데요. 이런 공간은 독특한 정취를 풍기며 여유가 필요한 도시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Photo : timeout]


익선동, 1920년대에 멈춘 서울의 유일무이 공간


종로구 익선동은 '더욱 착하고 잘한다'라는 뜻으로 북촌(삼청동), 서촌(통의동, 효자동)에 이어 떠오르고 있는 종로 세 번째 한옥마을입니다. 익선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형 한옥마을인데요. 1920년대 종로 첫 번째 부동산 개발구역으로, 초가집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해 계획되었습니다. 보급형 한옥으로 처마가 짧고, 크기는 10평부터 50평까지 다양하며, 전통한옥과 다르게 'ㅁ', 'ㄷ', 'ㅡ' 등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Photo: 네이버 블로그]


익선동 한옥마을은 관광지로 정비된 북촌에 비해 건물이 작고 골목도 복잡하고 비좁지만, 고층빌딩으로 빼곡한 종로와 종묘, 인사동 사이에 옛 모습을 간직한채 폭 안겨있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한, 1920년대 서울 소시민의 옛 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 애틋함과 아련함이 익선동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듭니다. 


[Photo : 주간조선]


오래된 서울이 현재의 서울을 만나다. 

 

익선동은 2010년대 부터, 이 공간의 가능성을 본 젊은 아티스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오래된 한옥과 좁은 골목에 카페, 레스토랑, 공방, 갤러리 등 흥미로운 공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기존 익선동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색깔을 맘껏 펼치고 있습니다.


익선동에 자리잡은 창업자들은 북촌과 서촌 한옥마을이 상업공간으로 변하고 원주민과 이주자 간의 갈등,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빛이 바랜 것을 보면서, 원주민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한국의 근대화를 느낄 수 있는 이곳만의 정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저녁에는 음악 소리를 줄이고, 소주를 포함한 도수 높은 술은 판매하지 않으며, 한옥 외벽을 허물거나 골목을 확장하지 않는 등 암묵적인 규칙을 통해 이곳을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Photo : 익선다다] 


 전통찻집 '뜰안'


"도심 속 비밀의 정원"


'뜰안'은 2009년, 오래된 건물과 빈집으로 사람들이 떠나간 익선동에 처음 생긴 찻집입니다. 뜰안 대표님은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옥의 처마가 너무 아름다웠고, 도심에서 옛 정취를 느끼고 싶어 익선동에 가게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 작은 찻집의 도전은 잊혀져가던 마을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낡은 한옥에 매료된 젊은 아티스트들이 하나둘 모여 카페와 공방, 레스토랑이 생겨나며 지금의 익선동 골목 풍경이 형성되었습니다. 


[Photo : Timeoutkorea]


'뜰안'은 한일합작영화 <카페서울>에서 전통 떡집' 모란당'으로 나오면서 일본 유명 매거진에도 소개되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꼭 둘러보는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뜰안' 실내는 한옥의 대들보, 서까래, 기와지붕, 처마 모두 그대로 살려 마치 어릴 적 시골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며, 마루에는 큰 유리창을 설치해 소박한 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미술작품 전시회와 소규모 음악회 등 문화예술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Photo : 위시빈]


오픈스페이스 '식물'


"한옥에 현대적 멋이 깃들다."


'식물'은 2014년 패션 사진작가인 루이스 박이 만든 공간으로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분위기 좋은 바(Bar)로 변신하는 곳입니다. '식물'은 너무 낡아서 집주인도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한 네 채의 한옥을 이어 각각의 삶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식물'공간은 한옥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고, 한옥 재료인 기와와 벽돌로 인테리어 했는데요. 한옥의 멋을 극대화하며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Photo : timeout]


'식물'내부는 이야기가 있는 소품으로 가득합니다. 대표가 좋아하는 미국 가구 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테이블과 어머니가 쓰던 자개장 우리나라 빈티지 가구를 함께 배치해 묘한 느낌을 주며, 흙과 기와를 겹겹이 쌓아 올린 벽은 1900년대 서울로 타임슬립한 익선동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외관을 덮은 카보네이트는 낮에는 자연광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밤에는 카페의 빛은 은은하게 퍼트리면서 이색적 풍경을 연출합니다.


[Photo : timeoutF.ound mag]


루이스 박 대표는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은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가 아닌 주인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식물'은 카페와 바(Bar)는 물론 다양한 전시와 공연도 함께하는 Open Space로 공간 대관이 가능하며, 팝업스토어와 여러 콜라보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한 쪽 공간에는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실을 마련하여 오픈 파티에 모인 아티스트들이 '식물'에 색깔과 영감을 입히고 또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Photo : Looktique]


향기체험샵 & 홍차카페 '프루스트(Proust)'


"향기로 오늘을 기억하다"


익선동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갈색벽 대신 새하얀 벽돌담이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10년간 조향 강사로 활동한 문인성씨가 차린 향수공방 겸 홍차 카페 프루스트(Proust)입니다. 프루스트(Proust)의 뜻은 '향기를 통해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현상' 인데요. 이 공간은 익선동을 찾는 방문객이라면 독특한 외관과 향기 때문에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는 곳입니다. 


[Photo : 여성동아]


프루스트는 흰색바탕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도 유명한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얀 테이블과 하얀 외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 같이 익선동 분위기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또한, 인테리어를 최소화해 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주인의 배려도 담겨있습니다. 


[Photo : 대학내일]


프루스트는 누구나 자기를 표현하는 향을 만들 수 있는데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이 아닌 향기를 조합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향수, 디퓨저, 캔들 등 조향제품과 직접 블렌딩한 홍차와 디저트를 판매하며, 프루스트 향기체험샵에서는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하고있어,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는 자신만의 메모리얼 향수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Photo : 프루스트 페이스북위시빈] 


익선동은 2000년대 바로 옆 동네 북촌과 서촌이 빠르게 상업화될 때 꼭꼭 숨어 드러나지 않았던 공간으로, 규모가 큰 한옥마을은 아니지만,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남아있다는 감탄을 자아내는 공간입니다. 여러번 재개발 논의가 흐지부지되면서 70~80년된 전통한옥과 옛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을 수 있었는데요. 물론, 익선동도 여러매체에 소개되고 주목 받으면서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 여러잡음이 있지만, 다행히 원주민과 이주한 아티스트들이 이곳만의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익선동. 서울 도심 속 여유가 남아있는 공간으로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고

Tags : , , , , , , , , , , , , , ,

Trackbacks 0 / Comments 0

381-36, Seogyo-Dong, Mapo-Gu, Seoul 121-894, Korea
Copyright © from A_프럼에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