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콘텐츠 커머스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콘텐츠도 알고 커머스도 알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결합된 이 신조어는 어쩐지 생소하다. 콘텐츠 커머스를 정의하자면 이렇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합성한 신조어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책, 음악, 비디오, 뉴스레터, 사진 등)가 수익을 내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내용물 전반을 지칭한다. 방송 콘텐츠(예능, 드라마)에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구매를 유도하거나(PPL)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커머스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어찌 보면 라이브 커머스와 OTT 플랫폼의 중간 정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KBS 요리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이 편의점 운영 기업과 협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편스토랑은 어제 방송에서 본 메뉴를 오늘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존 요리 예능과 차별화된 방송 컨셉을 선보였다. 다수의 출연자가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선보이면 방송 평가단이 이 중 최고의 요리를 선정한다. 그리고 선정된 요리를 다음 날부터 편의점에서 김밥, 도시락, 밀키트, HMR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편스토랑 시즌1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제작 지원 및 협업을 진행했고 2022년 5월부터는 시즌 2로 개편하면서 GS25와 협업하고 있다.

 

방송은 화제성뿐만 아니라 협업 상품 판매량까지 견인하는 커머스 효과를 톡톡히 불러왔다. CU에서 편스토랑 협업 상품만을 집계했을 때 순수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를 거뜬히 넘겼고 시즌2부터 함께한 GS25 또한 첫 상품 출시 후 약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 방송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예능)와 커머스가 긴밀히 결합해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방송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지원은 물론 콘텐츠 IP가 제품 성공을 보장하는 네임밸류를 지니게 되며 협업사 입장에서는 신메뉴 개발 시 리스크 감소 및 방송을 통한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 커머스는 단순히 방송에 제품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커머스를 중점에 두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까지 포괄한다.

이러한 효과 탓에 최근 콘텐츠 커머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기존 광고 마케팅에 비해 구매자에게 스토리텔링과 세밀한 큐레이션으로 접근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더 매력적이고 거부감이 낮기때문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쇼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TV 홈쇼핑보다 실시간 채팅창을 활용해 호스트와 구매자 간 유대감을 쌓는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다.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사들도 라이브 커머스 사업 모델을 개방형으로 전환 중이다. 플랫폼 운영사가 아이템을 선정해 방송을 제작·송출하는 방식에서 판매자가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11번가에서는 입점 판매자 누구나 온라인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오픈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 또한 올해 상반기 내로 기존의 카카오톡 내 폐쇄형 쇼핑라이브 방송을 넘어 다양한 판매자가 직접 참여 가능한 개방형 라이브 방송을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은 작년부터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라이브 방송을 송출했다. 그 배경에는 현 소비 주력 세대인 MZ세대가 TV가 아닌 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소비 생태계 변화와 글로벌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진출이 한몫했다.

 

유튜브는 작년부터 유튜브 내의 쇼핑 콘텐츠만 모아 보여주는 페이지를 신설했다. 동영상 혹은 실시간 방송의 형태의 이 기능은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영상 내 제품 구매 웹사이트 링크를 삽입하게 해 별도의 검색 없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마저 커머스의 세계로 진출한 상황이다. 고유한 캐릭터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SNS 플랫폼일수록 콘텐츠 커머스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커머스 시장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와 커머스가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무엇인 것처럼 서로의 영역으로 확장 및 흡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는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빅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정 소비자층을 호명해 니치마켓을 노리는 스몰 브랜드에서도 콘텐츠와 커머스 융합 사례는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빅브랜드와 다른 스몰 브랜드에서 왜 콘텐츠와 커머스 간 결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걸까? 개성 있는 소비자층의 소비 체인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 아니면 빅브랜드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 속, 스몰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존재감을 더욱 내뿜기 위해서?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커머스에서 콘텐츠로 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스몰 브랜드의 개성 있는 결합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작은 브랜드의 힘을 믿습니다

헤이팝(heyPOP)과 FIND 매거진

 

헤이팝(heyPOP)은 팝업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다양한 실험적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이곳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문화와 예술을 향한 갈망이 식지 않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헤이팝이 호명하는 이들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작업실에 성큼 발을 들이고 싶은 능동적 취향 탐험가”들이다. 디자인, 예술, 리빙, 스타일, 푸드, Stories(브랜드 및 크리에이터 이야기) 여섯 가지 분야의 아티클을 게시하는 것은 물론 매주 목요일 오전 8시에 구독자에게 발송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작업에는 하나하나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헤이팝은 가장 발 빠르게 이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팬들이 응원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 또한 이용자가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찾아낼 수 있도록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SM 플래그십스토어 광야와 같은 대중문화에서부터 국내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순수예술까지, 광범위한 헤이팝의 스펙트럼은 자기만의 취향을 정립하고 싶은 이들에게 보물창고와도 같다.

 

헤이팝은 단순 큐레이션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최근 커머스로까지 서비스 분야를 확장했다. FIND 매거진과 연계해 웹사이트 내 온라인 스토어를 신설한 것이다. FIND 매거진은 네이버 디자인 판을 5년간 운영한 디자인·아트·공예 콘텐츠 전문 회사 디자인프레스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한 매거진이다.(참고로 디자인프레스의 자회사인 디플릭은 헤이팝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3월 31일 첫 창간호를 발행한 FIND 매거진은 가치 있는 스몰 브랜드, 즉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에 주목한다. 한 권에 한 가지 주제를 다루는 원토믹 매거진으로 창간호에서는 스위트홈(sweet home)을 키워드로 반려 사물, 집, 플랜트 등을 다뤘다. 선정 근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리빙 분야 거래액 상위 200개 스토어 중 10개의 기준에 부합하는 셀러들이다.

 

이처럼 FIND 매거진은 상품 자체 제작 능력, 명확한 큐레이션 방향, 상세 페이지를 비롯한 스토리 전달력과 다양한 세일즈 방식을 고려해 발견한 셀러 10인의 브랜드 이야기와 그들이 발견한 일종의 창작 법칙을 소개한다. 이에 더해 culture curation 코너에서는 외부 콘텐츠 큐레이터가 제안하는 봄을 감각하는 색다른 시각을, essay에서는 한국 대표 문인 6인의 사물 에세이를 담아내는 감성적인 터치도 잃지 않는다. 왜 SME에 주목했냐는 질문에 이들은 가능성이라고 답한다. 셀러들은 특유의 브랜딩 감각으로 긴 시간 노력해 온 숨은 실력자이자 추후 K 디자인의 미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향을 큐레이션 하는 헤이팝과 FIND 매거진의 만남은 그래서 더 필연적이다. 이 둘의 만남은 취향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로 이어진다. FIND 매거진은 잡지 속 브랜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활용했다. 창간호 쇼핑라이브에서는 공간 디렉터 최고요와 FIND 매거진 편집장 김만나가 라이브 호스트로 출연해 매거진 속 가구와 조명 등을 직접 설명하고 큐레이팅했다. 라이브에서 소개된 상품은 헤이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매 가능했으며, 실제로 해당 호 소개 상품은 모두 솔드아웃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내가 보고 읽은 매거진 속 상품이 라이브 커머스와 온라인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이 전략은 스몰 브랜드의 가능성을 믿고 독려하는 헤이팝과 FIND 매거진의 공통된 지향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콜라보로 볼 수 있다.

헤이팝 공식 홈페이지 메인 © 헤이팝
FIND 매거진 표지 © 헤이팝

지구 힙스터를 알리고 모읍니다

Second Hero

 

텐바이텐, 29CM 창업자 이창우가 만든 세 번째 브랜드 Second Hero는 보다 잘 사는(THINGS)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이다. 끊임없이 소비를 자극하는 세상에서 의미가 분명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세컨드 히어로는 지구 힙스터의 사랑을 받는 제품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나 오랜 쓰임이 예상되는 물건들을 소싱한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지구힙스터를 응원하고, 이들을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라 지칭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지구힙스터가 잘 사고(buy), 잘 살(live)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이처럼 세컨드히어로는 다양한 아티클, 뉴스레터와 함께 세컨핸즈 물품 블라인드 경매를 포함해 다양한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 힙스터’란 타깃에 맞춰 여기 조응하는 콘텐츠와 커머스가 잘 결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아티클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구힙스터를 소개하는 HERO 코너와 세컨드히어로의 기획 콘텐츠와 국내외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스타일 단신을 전하는 NEWS&FEATURED로 구성되어 있다. 다회용기 서비스 브랜드 트래시 버스터즈, 장애·비장애·환경 지속가능 비누 동구밭 등을 그간 HERO 섹션에서 소개했고, 지속가능한 뉴스레터, 그린워싱, 지구힙스터의 지속가능한 여행 등을 NEWS&FEATURED 섹션에서 소개했다. 이렇게 리빙과 관련된 소식을 큐레이션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을 찾아가 한 브랜드에 집중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기까지 한다.

 

히어로와 일반인 컨트리뷰터가 자발적으로 기증한 물품은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은 퀘스트를 통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게끔 한다. 세컨드히어로만의 상징적인 캠페인으로 자리 잡은 이 블라인드 경매는 진행 과정과 결과를 인스타그램(@secondhero.official)을 통해 공개한다. 매주 수요일에 인스타그램에 경매 물품이 공개되면 24시간 동안 입찰을 받아 최종 위너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히어로와 일반인 컨트리뷰터의 소장품이 경매에 올라가는 만큼 다양한 제품들이 경매되는데, 영화 <대부> 피규어부터 애플 아이팟 클래식 U2 등 컬렉터들을 자극할 제품들이 속속 나오니 직접 경매에 참여해 지구 힙스터가 되어보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일 듯하다. 세컨드히어로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앞서 언급된 아티클과 자체 굿즈를 만나볼 수 있으니 지속가능한 삶과 비건 등 더 나은 삶에 기여하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지구 힙스터를 호명하는 세컨드 히어로의 다양한 아티클 Ⓒ 세컨드 히어로
롱블랙 노트 분류 및 구성안 Ⓒ 미디어오늘

지금 아니면 읽을 수 없습니다

롱블랙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관념을 뒤집은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있다. 하루, 하나의 콘텐츠만 발행하고 24시간 뒤 그 콘텐츠가 사라지는 역발상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롱블랙이다. 중앙일보 기자이자 폴인을 이끌었던 임미진 대표와 DBR·HBR 콘텐츠 기획을 맡았던 김종원 대표가 만나 만든 서비스로 디지털 시장에 최적화된 지식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롱블랙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만화가 디지털 환경에 맞춰 스크롤, 회차 쪼개기, 클릭 시 페이지 넘기기, BGM 작업 등 웹툰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한 것에 비해 텍스트 중심의 지식 콘텐츠는 그렇지 못했다. 지면에 있는 글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 오기만 했을 뿐 최적화가 없었다. 롱블랙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착안해 디지털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다. 롱블랙의 디자인은 모스그래픽 석윤이 대표가 맡았다. 열린 책들 디자이너로도 일한 그는 롱블랙 콘텐츠 디자인의 중심에 가독성을 뒀다. 그런 이유로 롱블랙 콘텐츠에는 사진이 적고 작다. 언론사에서 보통 큰 사진이나 그래프 등으로 본문의 지루함을 덜어내려는 반면 임미진 대표는 “사진이 자주 나오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방해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진은 한쪽 귀퉁이에 넣고 여백을 이어가게 해 징검다리처럼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글이 끊기지 않고 물 흐르듯 이어지게끔 돕는다.

 

글 전반 구성은 노트라는 이름에 상응하도록, 공부하려는 이들이 관심을 두고 분석하고 핵심을 요약하는 단계로 나뉜다. 노트마다 L, B, C, K 등 작성에 차이가 있다. 이는 일종의 캐릭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니셜과 컬러로 표현하는 식이다. 누가 작성했는지에 따라 노트 섬네일 색에서부터 차이가 있고 이들의 관심사와 관점,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두 번째 구독자와의 소통이다. 유료 구독자들은 슬랙에 접속해 소통할 수 있다. 구독자가 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쓰고, 스피커와 대화를 하고, 스피커 역시 추가 자료와 뒷이야기를 게시해 소통한다.

 

우리 모두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알지만 실제로 앉아서 글을 진득하니 읽기란 매우 힘들다. 신년 결심 리스트에 매번 다이어트와 독서가 들어가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그만큼 성취하기 어려우니 생긴 것이다. 고전 작품 독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도 본문에서 책 읽기는 하나의 훈련이며 고도의 집중력과 지식을 요한다고 한다. 영상과 쇼츠 등 다른 유혹 거리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장에서 텍스트 중심 구독 서비스는 경쟁력을 잃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롱블랙은 독서하지 않는 현대인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에 딱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만 제공한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니 하루에 하나씩만 주자. 그날 읽지 못하면 사라지게 하자”. 호주의 커피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와 유사하지만 물의 양과 샷을 넣는 순서에 차이가 있다. 이 한 끗 차이로 아메리카노보다 진한 맛이 난다. 롱블랙은 재테크, 창업, 주식에만 집중하던 기존 서비스와 다르게 라이프스타일을 소재로 삼는 차별화를 택한다.

 

그렇다면 롱블랙은 앞서 소개한 헤이팝과 세컨드 히어로에 비해 무엇이 다를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보다 그 브랜드의 전략을 분석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령 아웃도어 브랜드 캉골(KANGOL)을 다룬다면 단순히 신제품 라인업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어떤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지, 어떤 세대를 타깃팅했는지를 커버한다.

 

롱블랙의 타깃 구독자층은 점핑 스테이지에 도달한 직장인이다. 점핑 스테이지란 사회 초년생의 다음 단계로, 자신만의 기획력과 감각으로 차별화를 모색하는 시니어들을 지칭한다. 당신에게 필요한 기획력을 키워주는 미디어가 되겠다는 게 롱블랙이 표방하는 메시지다. 여기에 탄탄한 콘텐츠 퀄리티는 기본이다. 1년 4개월간 매주 6개씩. 지금까지 약 420개의 글을 발행했다. 젠틀몬스터 재무제표 분석하기, 플랜테리어계 게임체인저 애플 등 다른 지식 플랫폼에서 만나기 힘든 전문성 있는 콘텐츠들이 쉽게 풀어져 구독자를 만난다.

 

롱블랙은 최근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운영사 타임앤코 측은 “실제로 전체 멤버십 회원의 60%가 매주 3회 이상 롱블랙 콘텐츠를 읽고 있다”며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부여한 강제성에 고객들이 호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1억 원 시드머니 투자를 유치했다. 롱블랙의 다음 발전 행보가 커머스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유사한 지식 플랫폼 폴인이 세미나, 강연 등 참여형 콘텐츠로까지 확장하면서 커머스 측면까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지식 콘텐츠와 전문 필진을 보유한 롱블랙의 커머스 도전은 당연하면서도 무궁무진해 보인다.

이번 회차에서는 콘텐츠가 커머스로까지 나아간 대표적인 사례들을 탐구했다. 모바일 환경이 기본이 된 콘텐츠 시장에서 커머스로의 진출은 온라인 쇼핑 점유율이 엄청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의 뼈대가 되는 각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타깃층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 지속가능한 삶, 미래지향적 내일을 지지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커머스가 콘텐츠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브랜드가 콘텐츠로까지 진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일 수 있는지 다룰 예정이다. 그 외에도 모바일 네이티브 시대답게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신개념 스타일과 문법을 선보이는 커머스 플랫폼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와 커머스,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두 세계가 융합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 커머스의 다음 단계를 그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