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공간의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디자인하다 


대기업부터 동네 빵집까지 각자의 정체성(Identity)를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 등 뮤지엄(Museum)이 작품 전시영역을 넘어 대중의 문화적 욕구의 충족시켜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각 뮤지엄들이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뮤지엄 아이덴티티 'MI(Museum Identity)'에 힘쓰고 있는데요. 


MI(Museum Identity)란?

MI는 뮤지엄을 표현하는 총체적인 브랜드 속성·이미지입니다. 즉, 뮤지엄의 정체성, 상징성, 비전을 표현할 수 있는 네이밍, 심볼, 로고 등에 디자인을 도입하여 인지도,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인데요.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시각적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과 그 안의 콘텐츠, 철학을 담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Photo : 월간디자인 - 국립현대미술관 MI 사례]



  뮤지엄 고유역사성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MI 


전 세계 뮤지엄은 MI(Museum Identity)를 통해 뮤지엄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키고 시각적으로 다른 뮤지엄과 차별화하여 독창성을 드러냅니다. 더불어 MI는 기관의 성격이나 이념을 드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뮤지엄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 전시의 콘텐츠와 방식, 이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모든 과정과 관람객의 전반적인 활동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1929년 설립된 뉴욕현대미술관은 뉴욕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세계 현대미술의 시작과 끝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미술관입니다. 더불어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표현을 위해 많은 장치를 실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MI 사례입니다. 


'MoMA'가 미술관의 상징이되다.

뉴욕현대미술관은 현재 축약명 모마(MoMA)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데요. 타이포그래피에서 알파벳 'O'를 소문자 처리하여 다른 기관과 차별화 하였습니다. 이 이미지는 글을 읽지 못해도 하나의 그래픽 상징으로 시각적 인식이 가능하여 초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용법이었지만 대중들이 축약명을 쉽게 사용하면서 미술관 외벽 정식 배너로 채택되었습니다. 


[Photo : 코리아포털]


미술관 공간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 

새로운 예술형태인 추상예술작품이 등장하던 시기, 전시공간 변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기존 고전건축물 특징에서 벗어나 아무런 장식이 없는 무채색 벽면의 전시공간을 처음 제시하였으며 이 백색 공간은 지금까지도 전시공간의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초로 연대기적으로 작품을 나열하는 논리적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구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재 전시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와 이에 맞는 전시품을 선보이는 스토리텔링 전시구성으로 발전하였습니다.  



MoMA의 공식 서체, '모던함'을 표현하다.

MoMA는 1930년대부터 사용한 프랭클린 고딕체를 기관의 공식서체로 지정했습니다. 프랭클린 고딕은 독일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서체로 현대미술관의 특징인 현대성(모던함)을 상징하는 서체입니다.


[Photo : MoMA - 프랭클린 고딕]


MoMA 관장 클렌 로우리는 이 서체에 대해 '기관의 중심이자 과거에 대한 깊은 존경의 의미,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라고 말할 정도로 고딕체는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디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04년 미술관 확장동 개관과 함께 서체를 정비하였는데요. 프랭클린 고딕을 다듬어 모마고딕을 제작, 고유역사와 정체성을 지켰습니다. 


[Photo : MoMA - 모마고딕]


MoMA만의 색체. 'MoMA LC Red'

서체 외에도 2004년 미술관 규모 확장과 함께 컬러회사 팬톤(Pantone)과 협업, MoMA만의 지정컬러를 특별 제조했는데요. 미술관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MoMA LC Red'입니다. 이 컬러는 현재 현대미술관 웹사이트, 웹진을 포함하여 기관에서 발행되는 250여 종이 넘는 서류와 MoMA Design Store 제품 등 많은 부분에서 뉴욕현대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MoMA의 세계적 MI(Museum Identity) 출발점, MoMA Design Studio

MoMA는 인하우스 형식으로 광고·그래픽디자인 부서인 MoMA Design Studio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16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부서로 MoMA의 전시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데요. 특별전시를 위한 그래픽디자인, 브로셔, 교육 및 특별프로그램 자료, 초대장, 각종 인쇄물과 홍보물을 제작하고 마케팅팀과 광고·홍보자료 디자인협업, 관람객 서비스팀과 관람객 뮤지엄 가이드와 사인물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MoMA Design Studio는 다양한 부서와 협력하여 미술관의 디자인이 필요한 곳곳에 MoMA의 MI를 심고 있습니다.    

 


< '미팅룸'글 참조> 


뮤지엄의 모든 것을 바꾸다. 코리안디자인어워드 MI부문 수상작  


 <풀무원 김치박물관 '뮤지엄 김치간()'>


우리나라도 MI(Museum Identity)를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새롭게 탄생한 뮤지엄이 있습니다. 바로 풀무원이 운영하는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입니다. 30년 역사의 한국 최초 김치 박물관으로 지난해 4월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인사동으로 이전하고 재개관하면서 브랜드네이밍, MI, 패키지 등 전체적인 브랜딩 디자인을 리뉴얼했는데요. 


[Photo : 뮤지엄김치간]


풀무원은 김치박물관을 어린이 견학장소, 외국인단체 관광객이 들르는 관광코스에서 벗어나 국내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공간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풀무원과 씨디스어소시에이츠는 올드한 '김치박물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네이밍전략과 MI에 대해 1년간 논의한 끝에 뮤지엄김치간()'을 탄생시켰습니다. 


[Photo : 풀무원 페이스북]


'뮤지엄김치간'의 아이덴티티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에 공간을 나타내는 접미사-간()을 붙여 수라간(), 곳간()처럼 김치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뜻과,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를 잇는 전시공간 컨셉으로,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인 김치와 김장문화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베어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습니다. 뮤지엄공간을 단순히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경험하고 느끼는 삶의 일부분이길 바라는 의미를 담은 MI를 구축했습니다


[Photo : 뮤지엄김치간間]


'뮤지엄김치간()'의 MI(Museum Identity)

뮤지엄김치간()의 '간()'은 전통 분창살 무늬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글 '간'과 한자 ''을 겹쳐 표현했습니다. 김치박물관은 김치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인 김장, 숙성, 발효 등의 개념을 전체적으로 다루다 보니 고심 끝에 탄생한 겹쳐 쓴 간()입니다. 이 표현법은 공간의 의미에 한국 김치와 문화까지 폭넓게 담아낼 수 있었는데요. 한글 자소마다 자음과 모음 획의 각도에 변화를 주어 김치에 들어가는 갖가지 채소를 연상하게하여 김치가 버무려지는 과정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뮤지엄김치간()은 유물과 김치, 세계절임채소 실물전시는 물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전시와 김치도 담그고 가져갈 수 있는 다양한 김치 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MI는 인사동에 자리 잡은 만큼 영어와 한글을 같이 배치하고 스테이셔너리, 머그컵 에코백 등 자체 MI를 적용한 개발상품을 아트숍에서 판매하며, 전시장 대표 서체로 안내책자, 티켓, 배너 등 '뮤지엄김치간'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hoto : 자연을 담는 큰 그릇] 


관람객이 오랜시간 전시간 곳곳에 숨어있는 MI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기호화 되어 뮤지엄의 이미지를 정의하게 되고 기억하는 수단이 되는데요. MoMA는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이고, 뮤지엄김치간()도 단순한 리뉴얼이 아닌 토털 브랜딩 전략으로 장기간 일관적 콘셉을 적용한 결과, 관람객에게 뮤지엄의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MI는 단순한 시각디자인이 아닌 건물을 둘러싼 인쇄물과 표지판, 건물 내부색조, 온라인 디자인, 미디어는 물론 전시공간과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으로 뮤지엄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딩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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