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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마음까지 이해한 공간. 병원 공간 브랜딩


환자 심리에 대한 이해가 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다.


Keyword 1. 집보다 더 집같은 병원

Germain Canon이 디자인한 타이완 치과 樂心牙醫'


Keyword 2. 퍼스널 스페이스

스위스 스튜디오 Dost의 브랜딩 프로젝트, 스위스 취리히 심장병원 'Zürich-Höngg'


Keyword 3. WELCOME TO MY CLINIC!

 리우 카이(Liu Kai)의 중국 디자인 스튜디오 RIGI Design의 브랜딩, 톈진의 치과


환자의 마음까지 이해한 공간을 펼치다.

"심리로 접근하는 '세 가지' 공간 브랜딩 사례"


공간 브랜딩 : 소비자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


병원은 아픈 사람만 가는 곳이다. 수요가 한정되어 있음에도 동네의 크고 작은 병원 수는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의약분업 시행 이후 병원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환자가 고를 수 있는 병원의 많고, 차별성의 부재는 곧 사람 없는 대기실로 이어진다. 


병원, 단순진료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 시대인 지금, 의식주는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점점 더 특별한 것, 나를 위한 것을 내놓으며, 모든 것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진 브랜드화 되고 있다. 병원 역시 마케팅의 관점을 바꿔 아이덴티티와 차별성, 경쟁력을 가진 특별한 병원으로 환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병원은 인간의 가장 기본요소인 신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가는 곳인만큼 좀 더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예민하게 관찰해 환자에게 깊이 각인되는 접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만의 ‘특별한 무엇’을 가진 병원은 의료 제도나 트렌드, 질병 양상의 변화, 경기 불황 등 병원 내외부 변수가 등장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신체적 통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지친 환자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해외병원 사례를 살펴본다.



KEYWORD 1. 집보다 더 집같은 병원

"환자들의 심리적 벽을 낮춰주는 키워드, <집>"


병원은 신체적 문제와 심리적 거부감으로 뒤섞인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위압적이고 일방적인 병원 분위기와 가시방석 같은 대기실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 코를 메우는 병원 특유의 냄새, 함께 아픈 사람들의 우울한 분위기까지 가세하는 총체적 난국의 병원 덕에 몸이 아프다고 호소해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이 난국을 해결하는 병원 브랜딩의 키워드, 바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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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건축가 Germain Canon]


치과 방문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낮춰주는 디자인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Germain Canon이 디자인한 타이완 치과 樂心牙醫'


공간 분할과 확장의 경계

벨기에 건축가 Germain Canon과 산업 디자이너 Li Mengshu는 ‘거실’이 있는 병원을 모티브로 타이완의 치과 '樂心牙醫’를 디자인했다. 마치 내 집에 온듯, 문을 열면 보이는 ‘거실’ 같은 대기실로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고 하얗고 긴 신발장에 올려둔다. 


가정집 마루바닥같은 복도를 걸어 들어가면 치과의 중앙에 리셉션 룸과 진료실이 위치해 있고, 도로와 인접한 창문으로 한낮에는 햇빛이 한가득 들어온다. 병원 내부 각 공간은 불투명한 파티션과 슬라이딩 패널로 분할시켜 단절된 느낌이 아닌 모든 섹션이 환자로 하여금 공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게 한다.


우리집 거실같은 편안한 대기실 

특히, 손님이 오랜 시간 기다리는 대기실의 바닥에는 다양한 텍스타일의 방석과 쿠션을 배치하고, 가구 또한 낮은 높이의 것들로만 선택해 더욱 가정집의 거실처럼 편안한 공간을 구성했다. 불편하고 경직된 분위기의 일반적인 병원과 달리, 마치 친구의 집에 초대 받은 편안한 느낌으로 차를 마시며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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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건축가 Germain Canon]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병원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건축재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에게 가장 친숙하면서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는 투명한 유리와 목재를 선택했다. 또한 슬라이딩 패널을 통한 공간의 분할과 확장, 투명도가 있는 파티션의 가시성이 성공적으로 적용되어 환자가 시설에 갖는 심리적 장벽을 낮춘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치과라는 특징을 살려 환자들이 이용하는 세면실 벽면에 환자의 칫솔과 치약을 걸칠 수 있는 나무 선반을 빼곡히 설치해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친한 친구의 따뜻한 거실, 마치 내 집 세면실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병원은 환자가 갖는 경계심과 거부감을 자연스럽게 없애는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미 다음 번 진료를 예약하게 만든다. 



KEYWORD 2. 퍼스널 스페이스

"방해 받지 않는 대기실, 나만의 영역"


혹시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모든 사람은 자기 주변 일정한 영역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무의식적 경계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전철을 탈 때 옆이 비어있는 자리를 찾는 것처럼, 타인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나만의 일정한 공간을 말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간 병원에서 편안한 개방형 대기실을 공유하며 다른 환자와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신체적 불쾌감 때문에 퍼스널 스페이스를 유지한 채 대기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길 원할 수도 있다. 환자의 개인적 공간, 퍼스널 스페이스를 디자인한 스위스 병원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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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Herzpraxis Zürich-Höngg]


스위스 스튜디오 Dost의 브랜딩 프로젝트

스위스 취리히 심장병원 'Zürich-Höngg'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심장병원 Zürich-Höngg는 스위스 스튜디오 Dost의 브랜딩 프로젝트로, 1960년대의 식당 건물을 리모델링한 사례다. 2층 건물의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는 대형 코르크 파티션과 큐비클을 통해 만들어지는 여러 개 벽과 분리영역은 별도의 입구와 안내 데스크, 환자 이동 경로, 대기실을 구성한다. 


병원 속 타인과 격리된 나만의 안락한 공간 

특히, 대기실을 다른 공간과 격리해 환자들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보장,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대기 시간을 짧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일자로 길게 뻗은 통로 벽면에 환자들이 앉을 공간을 마련했고, 맞은 편에는 대기 공간을 없애 타인과의 시각적인 마주침을 최소화한 점이 눈에 띈다. 마치 전철에서 타인과 마주하는 어색함에 대한 배려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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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Herzpraxis Zürich-Höngg]


발상의 전환, 코르크를 병원에

와이너리에서나 볼 법한 인테리어 소재인 코르크를 Dost 팀이 과감히 큐비클의 재질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목재만큼이나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코르크는 병원의 흰색 마감재 특유의 차갑고 인공적인 느낌을 상쇄시킨다. 게다가 천연 코르크는 소리를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 병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의 반양 현상을 막아주며, 습도를 조절하고 악취를 흡수까지 한다. 재질의 물성과 환자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성공적인 병원 공간 브랜딩을 만들어냈다. 



KEYWORD 3. Welcome to my clinic!

"병원이 주는 따뜻함과 소통"


병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찾아온 목적이 분명한 환자인 동시에 친근한 공간, 소통, 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비록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더라도,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은 자신을 환영해주고 위해주는 곳에서 잠시나마 위로와 안락함을 느낀다. 환자들에게 따뜻함, 친밀함, 편안함, 개방성, 소통, 미소를 주는 것이야말로 정확한 진찰과 치료, 처방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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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사진출처 : Dezeen]


 리우 카이(Liu Kai)의 중국 디자인 스튜디오

 RIGI Design의 브랜딩, 톈진의 치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성인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 RIGI Design


마치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병원은 디자이너 리우 카이(Liu Kai)가 이끄는 중국 디자인 스튜디오 RIGI Design이 진행한 톈진의 치과 브랜딩 프로젝트다. 디자인 팀이 추구한 ‘함께하는 다이닝 룸’의 컨셉을 위해, 병원과 환자 사이의 불신감을 없애고 따뜻한 보살핌과 같은 느낌, 즐거운 소통을 환자에게 줄 수 있도록 컬러를 십분 활용했다. 치과의 브랜드 로고와 BI 컬러인 오렌지를 기반으로 전체 디자인을 계획해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컬러와 원목 인테리어로 감각적이면서도 쾌활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함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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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심리적 벽을 낮추는 치밀한 공간 전략

환자들이 심리적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도록 실외와 실내 공간 경계를 약화시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설계를 적용했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치과 곳곳 로고를 단순화하고 크기를 줄였다. 파사드 또한 BI 이미지

디자인 요소인 원(Circle)을 이용해 내부 공간으로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안내데스크 디자인 역시 환자와 격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높이와 탁 트인 외관을 연출했다. 일반적인 병원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차별성을 주면서도 환자들에게 상업적인 매장처럼 다가가지 않고 친구의 집이나 개방된 센터처럼 느껴지도록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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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룸에서 보내는 편안한 대기 시간

대기실에는 마치 친구의 초대로 다이닝 룸에서 저녁을 함께하는 것인 양 밝은 컬러의 넓은 식탁이 놓여있다. 일반적인 병원 대기실의 의자는 평행하고 순서대로 배치되어 환자의 불안감을 높이지만, 직사각형의 식탁과 의자 주위로 넓은 여백의 공간을 마련해 보다 편안한 공간을 조성했다. 식탁에 함께 앉은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보며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고, 혹은 편한 분위기를 조용히 즐기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이 곳에서 언제나 우선시 되는 것은 환자가 원하는 대로, 환자가 편한대로, 환자가 즐거운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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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과 따뜻함, 책임감이 있는 병원

이 치과는 입구와 대기실, 진료실 외에 키즈존을 설치해 어린 환자 혹은 아이와 동행한 성인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키즈존에는 다양한 동물 모양의 놀이기구와 칠판 벽을 설치해 병원에 대해 아이들이 갖는 공포감을 없애주었고, 아이들이 격리되지 않도록 입구에 위치해 아이들과 상시 함께 하는 어른들의 동선을 고려했다. 아이를 위한 공간을 제시해 환자들에게 보살핌과 위안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병원의 이미지를 환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남녀노소 환영하는 살갑게 대하는 병원만큼 환자들에게 깊이 각인되는 곳이 있을까. 


모든 분야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해당되지 않을 것 같던 의료업계도 이제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눈을 떠야 할 시대가 왔다. 수많은 병원 중에서 이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의료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공간 브랜딩은 그 중요한 점을 서론이나 불필요한 말 없이 간단히 병원공간으로 보여준다. 즉, 공간 브랜딩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 병원만의 색깔과 특징, 이미지가 녹아있는 브랜드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다. 


☞ FROM-A 관련기사 


[병원 브랜딩 이야기 ①] 병원, 고객을 위해 변하다. '친숙함'과 '편안함'을 공간 인테리어로 제시한 사례

[병원 브랜딩 이야기 ②] 가고 싶은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그 중심에 브랜딩이 있다


☞ 참고 사이트

https://www.dezeen.com

http://www.designboom.com

http://herzpraxishoengg.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