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스포츠패션 브랜드, 트렌디하게 부활하다 



브랜드와 문화예술 - ②

Subculture, Street culture


"주류의 최고와 비주류의 최고가 만나 서브컬처에 열광하다"


사례 1. Kappa X Gosha Rubchinskiy, Opening ceremony, The Con.cept

사례 2. Champion X The Vetements

사례 3. Ellesse X Move 

사례 4. Reebok X The Vetements, Gosha Rubchinskiy

사례 5. FILA X Jeff Staple, Have a Good Time, PEPSI, 메로나


과거의 주류와 현대의 비주류를 연결하는 다리, 

기대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직박스


"콜라보레이션"


수만 가지 브랜드로 넘쳐나는 상업 시장과 갈수록 까다로워져 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업들이 꺼내든 카드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지난 1편에서는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연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브컬쳐와 손잡은 콜라보레이션 사례를 얘기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대중적인 매스 스포츠 패션 브랜드들이 시도한 독특한 콜라보레이션을 소개할 차례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패션 시장은 패션성이 강조된 시장과 옷 자체의 퍼포먼스나 기능성이 강조된 시장으로 나눠진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패션성과 기능성 모두를 충족시켰기에 스포츠 시장 전체 1위를 다투는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고, 최근 매출 성장률 89.6%를 기록 중인 언더아머는 극단적인 기능성 강조로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시장인 미국에서 아디다스를 제치고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고착된 경계를 넘기 위한 비장의 카드, 콜라보레이션

다른 브랜드와 구분되는 차별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내몰리는 상황에서, 고착된 경계를 넘어 순위권을 탈환하거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기업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대상도 신중히 정해야 한다. 동종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고, 서로 다른 역량의 업계와 만나야 소비자에게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다. 오늘은 서로 다른 브랜드들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례 1. Kappa X Gosha Rubchinskiy, Opening ceremony, Creative group the con.cept

 


전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 카파의 부활

한 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브랜드 취급을 받는 카파는 사실 이탈리아 정통 스포츠 웨어로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그러나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한 탓에 하락하는 인지도를 막지 못하고, 그저 추억의 옛 브랜드라는 낙인을 찍히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근래에 카파가 시도하는 콜라보레이션들이 최근 불고 있는 90년대 레트로 무드의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패션의 선두에 서게 됐다. 

  

<Kappa X Gosha Rubchinskiy>


이탈리아 스포츠와 러시아 유스컬쳐의 이색적인 만남

1편에서 소개했던 러시아 서브컬쳐의 아이콘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는 유년시절 스포츠웨어에서 얻은 영감을 카파의 이탈리아 감성에 풀어냈다. 빈티지 이탈리아 스포츠를 기념코자 했던 고샤는 카파 고유의 디자인을 바꾸기보다는 자신의 라벨과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카파와 자신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했다. 원색적인 카파와 원색적인 고샤, 서로 다르지만 같은 원색의 둘이 만들어낸 조합은 사람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티셔츠, 후드, 트랙 재킷, 팬츠를 비롯한 모든 아이템이 출시와 동시에 빛의 속도로 품절됐다. 

  

<Kappa X Opening Ceremony>


미국의 떠오르는 패션 리테일러도 기꺼이 손 내미는 카파의 헤리티지

뉴욕의 리더로 등극한 패션 브랜드 겸 리테일러인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는 카파의 다음 콜라보레이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히 트렌디한 파워를 갖고 있었다. 해마다 한 나라를 테마로 삼고 그 나라의 문화와 컨셉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으로 신진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발굴해내는 오프닝 세레모니는 브랜드와 소통하는 방법에 능하기로 유명하다. 레트로와 스포츠 웨어 트렌드를 정확히 간파한 오프닝 세레모니는 고샤와 마찬가지로 카파의 레트로 무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두 브랜드의 심볼과 로고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전개했다. 

  

<Kappa X The Con.cept>


"카파는 스포츠, 음악, 예술 그리고 문화 속 정체성이 묻어있는 몇 안되는 특별한 브랜드 중 하나다"

-The Con.cept


젊은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바라본 카파

올해 진행되는 콜라보레이션 중 의외의 대상이 눈에 띈다. 패션 브랜드가 아닌, 뉴욕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더 콘셉트(The Con.cept)가 바로 다음 타깃. 2017년의 S/S와 F/W 시즌을 모두 진행하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카파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올드스쿨한 감성을 더 콘셉트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레트로, 스트릿, 유스컬쳐를 집중 조명하는 캠페인을 선보인다. 


사례 2. Champion X The Vetements

 


98년 캐리어와 4년 캐리어의 콜라보레이션

스트릿 컬쳐에서 떠오르는 아메리칸 스포츠 브랜드 챔피온이 손을 뻗은 상대는 하이패션 브랜드 베트멍(The Vetements). 스트릿 컬쳐에서도 캐주얼한 감성을 대표하는 98년 캐리어의 챔피온은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군 부대와 대학 내 서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평범하고 보편적이지만 질 하나만큼은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였다.    


 <Champion X The Vetements>


이런 챔피온이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인 베트멍과 만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면서 스포츠웨어, 스트릿웨어, 하이패션 시장 모두를 공략하는 스타일이 탄생했다. 챔피온의 우수한 제품 퀄리티와 스트릿 감성에 베트멍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롱 슬리브의 패셔너블함이 더해져 베트멍의 17년 S/S 오트 쿠튀르 쇼를 빛냈다.


사례 3. Ellesse X Move

 


스트릿 부티크의 터치로 트렌드의 반열에

엘레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직접 사진 않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입고 있는 모습을 한번 쯤은 봤을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엘레쎄. 나름 다양한 영역의 스포츠 웨어 라인과 우수한 재단력.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던 엘레쎄가 이탈리아의 트렌디한 스케이트/스트릿웨어 부티크 무브(Move)와 2017 S/S 캡슐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Ellesse X Move>


90년대를 뛰어넘어 80년대의 추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엘레쎄였지만, 엘레쎄의 시그니처 컬러인 레드, 오렌지와 로고, 심볼까지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무브 덕분에 향수만 불러일으켰던 엘레쎄는 17년도 트렌드의 반열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사례 4. Reebok X The Vetements, Gosha Rubchinskiy

 


콜라보레이션의 귀재 베트멍과 고샤 루브친스키가 지나칠 수 없던 스포츠 브랜드는 영국의 리복이었다. 왕년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누를 정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떨칠 때가 있었지만, 시대적 요구에 맞지 않는 제품 출시와 가격 책정, 유통망 관리 실패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콜라보레이션의 힘을 정확히 알고 있던 리복

수십년이 지난 지금, 리복의 로고가 박힌 화이트 스니커즈와 맨투맨이 거리에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레트로와 스포츠웨어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리복의 올드스쿨 감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리복은 이를 놓치지 않고 미국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 조이 리치(Joyrich),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 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과의 독특한 콜라보레이션을 연이어 내놓으며, 복고적인 감성을 가졌으면서도 시대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Reebok X The Vetements>


과연 콜라보레이션에 능한 브랜드끼리의 만남이었다. 베트멍은 2017 S/S 오트 쿠튀르 쇼에서 고전적인 리복의 감성과 베트멍의 아이코닉한 핏감, 키치한 그래픽 요소, 특유의 아방가르드함을 조화롭게 뒤섞었다. 얼마 전에는 베트멍의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의 핸드 그래피티가 입혀진 리복의 시그니처 아이템 인스타 펌프 퓨리가 세계 최초로 한국 분더샵(Boontheshop)에서만 발매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전형적인 베트멍의 디자인 트릭을 사용해 '공동작업자'의 제품과 병합하죠. 물론 우리는 자수에 35시간을 소요하지 않지만, 아이템별로 가장 좋은 전문가와 일할 수 있어요"

-뎀나 즈바살리아, 베트멍 디렉터

 

<Reebok X Gosha Rubchinskiy>


고샤 루브친스키의 2016 F/W 컬렉션에서도 어김없이 리복이 등장했다. 쇼의 모델들은 고샤의 스트릿 유스컬쳐 정신이 가득 찬 옷을 걸치고, 고샤의 색감과 이름이 녹아들은 리복의 워크아웃 플러스 스니커즈를 신은 채 런웨이를 누볐다. 


사례5. FILA X Jeff Staple, Have a Good Time, PEPSI, MELONA

 


역시나 레트로한 무드를 연상케 하는 휠라도 탄생 배경은 이탈리아다. 최근 트렌드가 레트로와 올드스쿨임을 파악한 휠라는 가장 먼저 휠라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헤리티지 스니커즈를 바꿔줄 디자이너를 찾아 나섰다. 새로운 브랜드의 감성을 넣어줄 적격의 대상은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Jeff Staple). 제프가 자주 쓰는 비둘기 모티브와 컬러 블로킹이 휠라에 더해져 스트릿컬쳐 매니아에게 호응을 이끌어냈다.


  <FILA X Jeff Staple, Have a Good Time, PEPSI, 메로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휠라의 과감함

이어진 콜라보레이션은 도쿄의 서브컬쳐와 스트릿 무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일본 패션 브랜드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과의 만남으로, 휠라의 리니어 로고와 해브 어 굿 타임의 프레임 패턴을 조합한 새로운 컬렉션의 탄생이었다. 휠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패션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식음료 기업들과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았다. 콜라 기업인 펩시(PEPSI)와 공통된 로고 색상인 레드와 블루를 활용해 스포티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컬렉션을 만드는가 하면, 빙그레의 국민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해 산뜻하고 달콤한 멜론의 일러스트와 컬러를 테니스 슈즈에 녹여냈다. 

 


 

과거와 현대 사이의 다리, 콜라보레이션

‘공동 작업자’로서 브랜드 간의 다리를 놓는 콜라보레이션은 과거의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에겐 추억과 상기를 일으키면서, 그 브랜드가 낯선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서브컬쳐와의 연결을 통해 한결 쉽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그렇다면 현대의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왜 서브컬쳐, 스트릿 컬쳐를 찾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지금의 패션 소비자들에게 대세는 주류문화가 아니라 비주류 문화다. 대세인 길거리 문화, 뒷골목, 쿨(Cool)함을 인정하고 따라가면 함께 대세의 반열에 오른다. 소비 주축의 주목을 받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내외 모두 융합된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지름길

피할 수 없는 사실은, 기존에 매출 증대만을 강조했던 제품으로는 더이상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과 새로운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두 브랜드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 만한 가치를 끌어내고, 표면적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잘 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진 콜라보레이션은 고객 네트워크를 확장시켜주면서 두 브랜드 모두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더 나아가서는 지속적인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까지 창출할 수 있다. 

 

<Kenzo와 H&M의 디자이너들>


기대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사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이미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특정한 하나의 이미지로만 각인된 채, 큰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비슷한 컨셉의 제품과 프로모션만 선보였다. 비슷함이 지속되면 소비자는 식상함을 느끼지만,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관심을 끌어낸다. 젊고 자유분방한 브랜드와의 파격적인 만남을 통해 앞으로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아내는 수단이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예전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기존 브랜드, 신진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WIN-WIN-WIN strategy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진 브랜드로서는 전통과 역사를 가진 브랜드와 협업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브랜드의 반열에 올랐다는 시장 내 지위를 얻게 된다. 도저히 연관지어지지 않는 의외의 만남을 통해 연출되는 브랜드들의 새로운 이미지는 새로움에 갈증내던 소비자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두에게 나쁠 게 없는 트리플 윈윈 전략이 따로 없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카파와의 이번 컬렉션에서 “작은 부분에 있어서도 소통과 융화하는 모습”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존재했던 브랜드와 갓 태어난 브랜드가 융화되어 현재의 패션 소비자들에게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 쇠퇴해가던 브랜드가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문은 바로 현재를 생생하게 살아가고 있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참고 사이트


최신 패션 콜라보레이션 뉴스


http://www.fashiontimes.com/tags/designer-collaboration


https://www.popsugar.com/latest/Designer-Collabo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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