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말하는 럭셔리 브랜드, 전시를 하다 


예술을 말하는 럭셔리 브랜드, 그 ‘격’이 다르다


세상에서 해방되는 데에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또한, 세상과 확실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예술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Goethe>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아트 마케팅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브 생로랑의 몬드리안 룩처럼 유명 화가의 그림과 양식을 제품에 직접 차용하는 과거 단순한 마케팅부터 브랜드가 예술가와 직접 콜라보레이션하고, 혹은 화가를 발굴하고 그림을 수집해 사람들 앞에 내놓는 현재의 마케팅까지 럭셔리 브랜드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과 자신들을 결합하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순수 예술, 응용 예술, 장식 예술. 그들이 언급하고 손을 뻗는 영역은 미적 특질을 갖고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럭셔리와 예술은 밀접한 관계이다

그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를 자신에게 과감하게 투영하는 럭셔리 브랜드.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독창성 모두를 추구하는 예술은 최고의 아름다움과 최고의 독창성을 쫓는 럭셔리 브랜드와 맥락을 같이 한다. 루이뷔통, 사노피 그룹의 전 CEO인 뱅상 바스티앵(Vincent Bastien)도 '럭셔리와 예술은 분리되기 어려운 밀접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럭셔리 브랜드 곁에 언제나 예술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예술을 마케팅의 부분에서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버린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 까르띠에, 로에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례 1. Hermes 아뜰리에 에르메스 -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사례 2. Cartier 서울시립미술관 - <Highlight>

사례 3. Loewe 마드리드 – LOEWE craft prize – 로에베 재단



사례 1. 에르메스 at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


[Photo : Masao Nishkawa]


 “요즘 소비자는 소유하고 과시하는 것보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소비한다. ‘to have’에서 ‘to be’로 바뀌고 있다.”

- 파트릭 토마(Patrick Thomas), 에르메스 최고경영자

 

예술만을 위한 공간을 갖춘 에르메스의 진정한 ‘예술코드’

파리, 뉴욕, 도쿄에 이어 네 번째로 메종 에르메스가 보금자리를 튼 곳.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한 청담동 일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도산공원이다. 도산공원 주변 조용하고 차분한 건물 사이로 황금색 선으로 둘러싸인 투명한 유리 건물. 도산 공원에 메종 에르메스가 자리 잡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처음 설계를 맡았던 파리 르나 뒤마 건축사무소의 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Denis Montel)이 10년 만의 리뉴얼을 진두지휘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람들이 전시를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재탄생한 380㎡ 규모의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 공간이자, 에르메스가 사람과 한국의 예술가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나라와 소통하기 위한 중요한 창구다. 

 

[photo : Maison Hermes]


과연 예술품 같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답게, 예술에 노골적으로 친화적인 모습이다. 새로 리뉴얼된 메종 에르메스의 윈도우는 플라잉시티, 배영환, 지니서, 잭슨 홍의 감각적인 작품으로 채워져 있고, 테라스를 지나면 솔 르윗의 입방체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은 양혜규 작가의 ‘Sol LeWitt Upside Down’이 고귀한 자태로 매달려있으며, 매장 곳곳에 다양한 아티스트의 흔적과 에밀 에르메스의 수집품도 발견할 수 있다. 


미술계의 권위 있는 어워즈,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공간을 이끄는 에르메스 재단은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는 국내 작가들에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여하고,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신예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등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면 미술에서 새로운 주제, 새로운 재료가 등장합니다. 미술은 당대의 모든 것을 반영하기 마련이니까요.”

- 에르메스 재단


얼마 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7월 23일로 막을 내린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 전시로 한창이었다. 젊은 예술가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여섯 명이 모여 지난 십 년 간 개최된 에르메스 재단의 의미 있는 전시들에 경의를 담아 진행한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날을 불러와 현재의 작가들과 마주한 뒤, 예상할 수 없는 서로의 미래를 또 다른 존재로 세워 시각화시키는 다중 협업으로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았다.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새로운 작가의 창작 활동에 힘을 보탰던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날을 조명하여 앞으로 에르메스 아뜰리에가 나아갈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의미 있던 전시로 회고될 것이다.


[photo : Maison Hermes]



사례 2. Cartier at 서울시립미술관

<HIGHLIGHT>


소리 내어 이름만 불러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각인되는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 값비싼 보석을 감별해내고 다듬는 능력처럼,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전 세계의 현대미술을 고르고 다듬어온 까르띠에 재단이 그들의 소장품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가 5월 30일에 시작되어 8월 15일까지 열린다. 


☞ 까르띠에 <하이라이트> 전시 안내

http://www.innovationlab.co.kr/project/Cartier/


☞ 까르띠에 재단 미술 관장 인터뷰 

http://news.joins.com/article/21580018



프랑스 미술계 후원문화의 시발점

1984년 10월 알랭 도미니크 페랭에 의해 프랑스에서 현대미술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업재단인 까르띠에 재단은 프랑스의 예술 후원에 불을 지폈으며, 30년간 100건 이상의 전시 개최와 800여 점의 작품 커미션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현재 50개국의 350여 명의 예술 작가를 후원하며 디자인, 사진, 회화, 비디오 아트, 패션, 퍼포먼스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현대 예술을 아우르고 있다. 


 “까르띠에 재단 미술전의 중요한 원칙은 누구나 즐기는 전시다. 현대미술 애호가나 전문가만 아니라 미술에 문외한 사람, 어린이에게도 사랑받는 전시다.”

- 에르베 샹데스(Herve Chandes),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새로움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전시 <HIGHLIGHT>


전시 :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SeMA) 

일시 : 17.05.30 ~ 17.08.15

홈페이지 :  https://highlights.fondationcartier.com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HIGHLIGHT>는 호주 작가 '론 뮤익'의 극사실적 거대 조형물,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의 비디오, 콩고 작가 쉐리 삼바의 아크릴 작품, 기타노 다케시의 도자, 미국 뮤지션 패티 스미스의 미술품까지, 까르띠에 재단이 보유한 1500여 작품 중 ‘하이라이트’만을 보이는, 글자 그대로 특별하고 특별한 대규모 전시다. 까르띠에의 전시가 더욱 특별한 사실은 수집된 작품보다 까르띠에 재단의 제작 의뢰로 탄생한 예술품이 더 많다는 것. 예술가의 창의성과 새로운 작업을 자극하기 위한 까르띠에 재단의 뜻 있는 예술 지원 활동이다.  


[Photo : SeMA]


  

ARTIST Interview  "Lee Bul"



작가의 유명도는 까르띠에 재단의 관심사가 아니다. 작가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어떤 탐구 정신을 가졌는지, 열정적인지에 따라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에 함께할 수 있는 초대장이 쥐어진다. 독창적인 작가들과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단의 역할 중 하나다. '출구'라는 작품은 까르띠에 재단이 지구촌의 인구 이동 양상과 방향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프랑스 도시학자 폴 비릴리오와 미국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둘의 협업으로 놀라운 작품으로 태어나 <하이라이트> 전시 완성도를 높였다. 


국외 작가뿐 아니라 한국 미술계의 재능있는 작가 3인의 작품과 영화감독 박찬욱의 파킹찬스가 함께하며, 글렌체크와 XXX, 250이 선곡한 뮤지엄 나이트 프로그램이 2주 간격으로 수요일 저녁 6시마다 열리니, 풍성한 구성으로 계획된 전시를 관람할 특별한 기회다. 



“시각미술, 패션디자인, 공연예술, 춤과 음악 등 전방위를 아울러 기획합니다.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면 더 많은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문화공간이라면 21세기 현실에 관심을 둬야하고,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에 과학도 포괄 대상입니다.”

- 에르베 샹데스(Herve Chandes),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사례 3. 로에베 at Madrid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언제나 로에베를 장식하는 ‘우아함’이라는 수식어는 로에베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단어다. 그레이스 켈리와 소피아 로렌의 애정을 담뿍 받던 로에베는 유럽 왕실의 공식 납품 업체로 이름을 떨칠 만큼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으로 에르메스에 비견할 만한 브랜드 철학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 하나하나에 철학을 담는 로에베는 브랜드 철학의 연장선으로, 2016년부터 세계 각지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현대 공예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를 진행하고 있다. 어워즈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국적에 상관없이 18세 이상의 모든 예술가. 로에베 재단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4천여 개 프로젝트 중에서 로에베의 본질인 장인정신을 가장 잘 담아낸, 동시에 테크닉과 혁신, 미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최종 후보로 올렸다. 


☞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2018 오픈

(2017년 10월 17일 제출 마감)


https://craftprize.loewe.com/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단은 만만찮은 인물들로 꾸려졌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디렉터인 데얀 수직(Deyan Sudjic), 네덜란드 대표 디자인그룹 드룩디자인의 창업자 헤이스 바케르(Gijs Bakker), 전 비트라 회장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 W매거진 편집장 스테파노 톤치(Stefano Tonchi), 로에베 재단 회장 엔리케 로에베(Enrique Roewe), 스타 디자이너 후쿠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 등 예술과 디자인의 정점에 섰던 사람들이 장인정신을 논한다. 


  <에른스트 감페를과 ‘Tree of Life 2’>


로에베가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선정한 우승작은 300년 된 오크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Tree of Life 2’. 작품을 만든 독일 공예가 에른스트 감페를(Ernst Gamperl)은 나무에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과 결함까지 예술품의 온전한 일부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재활용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담아냈다는 심사위원의 평.  

 

<로에베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



수공예의 가치를, 그리고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다 

디지털 기술과 생산력이 점철하는 시대다. 자칫 가라앉을 수도 있었던 숙련된 장인기술과 수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증명한다는 점에서, 로에베 재단은 예술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가치있는 브랜드로 자신들을 재조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전시는 4월의 마드리드 전시를 시작으로 뉴욕 전시를 마쳤으며, 9월 파리, 11월 도쿄, 내년 2월 런던의 사치 갤러리 순회를 예정하고 있다. 


<Maison Hermes Japan>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 ‘예술코드’


재단을 설립하고 예술가들을 발굴하며 장기적인 활동까지 지원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예술 마케팅. 예술을 언급하고, 예술을 대하며, 예술에 친화적인 브랜드는 단순히 멋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배경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최고급 재료를 숙련된 장인의 손에 맡겨 만들어진 명품을 파는 브랜드는 많지만, 문화와 예술의 가치까지 논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자신들의 가치’만 팔아치우는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예술의 가치’를 찾아내 예술계의 발전에 공헌하는 브랜드가 단순한 명품 기업 그 이상의 차별성을 갖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저속한 상업주의 대신 순수한 예술을 좇아

사실 예술을 후원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모습은 근래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폴 푸아레의 시대 때에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문화와 자본 확보를 위해 유명예술계 인프라를 늘리려 애썼고, 그들을 위한 파티를 여는 등 예술계를 후원해왔다. 이처럼 예술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 브랜드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얻는다. 순수한 예술을 추구하면 저속한 상업주의, 패션의 속물근성과는 더욱 멀어진다. 물론 사람들은 언제나 비싸고 아름다운 명품을 갖고 싶어 하지만, 똑같이 비싸고 아름다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예술까지 말하는 명품이야말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동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술은 패션에 너무나 유용한, 아름다운 도구다.

  

예술이 럭셔리 브랜드의 동력

명품 시장은 일반적인 상업 영역과는 분명 다른 특성을 가졌다. 예술을 하나의 파트너십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상징적 가치를 추구하는 순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다.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플랜으로 봤을 때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니, 확실한 이익 구조가 동력인 럭셔리 브랜드에게 예술은 전망이 뚜렷한 투자다. 게다가 문화예술계는 브랜드 재단의 지원 덕에 안정적인 여건에서 순수한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다. 이렇게 발전한 예술계는 럭셔리 브랜드에게 또 다른 창의력과 영감을 물어온다. 소비자 역시 럭셔리 브랜드가 제공하는 열린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끊이지 않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를 만들어내는 예술의 컨베이어 벨트가 따로 없다.  


소비자와 브랜드, 예술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법 '전시'

또한 이들에게 전시는 “소통”이다. 제품과 매장만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소통이 아닌 ‘영업활동’일 뿐이다. 이 시대의 예술적인 가치를 찾아내고, 마치 자신들의 명품을 만들어내듯 작가와 작품을 다듬고 빛내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소통이자 대화”인 것이다. 예술은 휴머니티를 담고 있어서, 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며 주위 세계에 응답한다. 예술을 좇는 럭셔리 브랜드가 예술을 소통의 수단으로 쓰는 이유다. 까르띠에 재단 관장의 말이 다시 한번 생각난다. “한국의 전시에서 배우고 발견하는 많은 것들을 파리에 가져가고 싶어요. 파리와 서울 간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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