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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디지털 금융,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적 금융이 되다 <2> - '신용'




디지털 금융,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적 금융이 되다 


2탄 - '신용'


Written by. 신기헌 (Kiheon Shin)

HeavenlyDesigner.com





신용기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쉬운 대출


시바니 시로야(Shivani Siroya)는 ‘신용기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똑똑한 대출 (A smart loan for people with no credit history yet)’이라는 제목의 TED 강연을 통해 세계 약 25억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신용기록이 없어서 금융 혜택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지금의 문제(1)를 언급한다.



금융기관이 정해놓은 신용평가 기준을 모바일 데이터로 바꾸다 

일반적으로 신용을 기반으로 한 대출은 사업을 시작하고, 집을 사고, 삶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신용평가의 기준은 이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과도 같다. 시바니 시로야가 설립한 인벤쳐(Inventure)는 모바일 데이터로부터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스와힐리어에서 ‘쉬운 대출’을 의미하는 Mkopo Rahisi(현재는 Tala로 이름을 변경)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데이터 분석을 신용평가에 적용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대출 규모는 20~100달러의 소액, 수수료 없이 연 5%의 이자가 적용되는데 그들에게 이러한 대출이 주는 기회는 그보다 훨씬 크다.(2) 신용평가 절차 또한 매우 간단하다. 대출을 원하는 고객은 그저 자신의 스마트폰(3)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몇 개의 질문에 답을 입력한 후 스마트폰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에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전부이다.





삶으로부터 얻어지는 숨쉬는 데이터


이렇게 수집된 1만여 건에 달하는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 이메일, SNS, 연락처 사용 빈도나 GPS를 통한 이동 패턴, 배터리 충전 및 소모량 등의 데이터는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분석되어 평가지표로 전환된다. 그리고 여기에 전체 사용자 평균 데이터를 비롯 이전까지의 대출 기록 등이 더해짐으로써 보다 세분화되고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진다. 인벤쳐 서비스에서 설명하는 신용평가의 지표의 예는 다음과 같다.


중요 관계의 안정성 - 가족들과 꾸준한 연락을 하는지를 측정한다. 이것은 4% 더 높은 상환율을 보장한다.

•장소의 일관성 -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방문하는지를 측정한다. 이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6% 더 높은 상환율을 보장한다.

•인적 관계의 다양성 - 평균 58명보다 높은 89명의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9% 더 높은 상환율을 보장한다.


이외에도 '연락처에 이름과 더불어 성을 함께 저장한다', '야간 통화 요금을 선호한다', '휴대전화의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등의 데이터도 신용평가를 위한 의미 있는 지표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을 법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인벤쳐는 2015년 케냐에서만 20만건 이상의 대출을 제공(4)하였다. 상환율은 90% 이상으로 기존 은행들의 상환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인도에서의 경우 대출을 상환한 고객 중 75%가 새로운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5억 이상의 인구가 생애 처음으로 신용평가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변화로부터의 시작이지만 참으로 큰 파급력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인벤쳐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착한 기업 인증인 B 코퍼레이션(B Corporation)에 등록되었으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아쇼카 재단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벤처스와 같은 다수의 대형 벤쳐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파급력 뿐만 아니라 사업성의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인벤쳐의 매출은 연평균 9.5%씩 증가하고 있으며 약 8%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파급력

‘Our score is as alive and dynamic as the people it benefits, providing us with a critical advantage over traditional scoring models.’


인벤처는 자신들의 신용평가 알고리즘인 인사이트(InSight)(5)를 공개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단순히 인벤처 만의 파급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을 통해 함께 파급력을 확장해 나가려는 의도인 것이다. 데이터 특성상 사용자와 빈도가 많아질수록 데이터 양도 많아지고 그것으로부터 도출되는 의미 또한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 인벤처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방법 중 하나는 단순한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라 도움과 변화가 필요한 고객들의 삶 그 자체를 조금 더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여 의견을 듣고 때로는 그들로부터의 평가를 진지하게 수용해가며 계속적으로 알고리즘을 발전시킨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평가를 제공하는 렌도(Lenddo)(6)의 경우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등의 소셜 네트워크 상의 260억개의 빅데이터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알고리즘화하여 신용을 평가한다. ‘렌도스코어(Lenddo Score)’라는 이름의 이 알고리즘은 하루 평균 통화량이나 연락처 수, 주요 통화 시간대, 통화 장소, 브라우징 내역, 서식 작성, 소비 행태 등의 비재무적인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임팩트 투자 전문 투자회사인 오미디아 네트워크(Omidyar Network)는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대출을 받지 못했던 사람이 더 낮은 금리로 소액대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접근 방법을 ‘Big Data, Small Credit (BDSC)’로 지칭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용을 넘어 신분으로, 투명성의 기술 블록체인


빅데이터가 데이터의 정확성의 측면에서 금융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킨다면 블록체인은 투명성의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신용을 담보하는 어떠한 제3자의 중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P2P(Peer-to-Peer)로 구분된 분산기술인 동시에 그 모든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중계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한 변화는 신용평가을 넘어서 신분증명(7)의 범위로 확대되는 동시에 단일 기능만이 아닌 디지털, 모바일, 네트워크, 인터넷(8)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모든 기능들과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사용자들의 신분은 더 이상 특정 은행의 아날로그 문서나 서버 상의 데이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특정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의 소유이자 자산으로 통제되지도 않는다. 한번 증명된 신분은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어 원하는 범위에서 원하는 대상에게 필요한 때에만 증명을 위해 제공된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한가지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9)



블록 스택(Block Stack)은 인터넷 사용자의 신분을 블록체인을 통해 인증 가능한 브라우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 인터넷이 가지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할 것이다.



테터스(Status)(10)는 사용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의 노드로 연결함으로써 신분증명은 물론 메시징, 브라우징, 결제, 송금, 의사결정 등의 수많은 기능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변화의 방향은 소외된 대상들을 수동적 수혜자로부터 능동적 기여자로 그 위치를 격상시킬 수 있다는데에 또 다른 의의가 있다. 또한 현재의 모든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사용자 접점(11)이 인터넷과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러한 접점으로부터의 변화는 무한한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신분이라는 것이 자신의 소유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원치않게 우리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위임한 채 지금껏 살아왔다. 당연한 일을 당연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 그 일이 이제야 비로소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인지도 모른다.


...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


세상에는 강력한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들이 이미 수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서의 사례들은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이다. 지금의 익숙함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이상 거기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가 늘 그래왔든 단지 기술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것이 누구를 향하느냐,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세상에 없던, 하지만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변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에서부터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우리의 양 손에 쥐어진 기술은 충분히 많다. 지금의 자리로부터 변화의 고지를 향해 첫 발자국을 내딪지 못하는 것은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책임으로 남겨질 것이다.




미주

(1) 아프리카 내 신흥 중산층은 빠르게 성장하여 2060년까지 1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프리카 개발 은행이 하루에 2달러에서 20달러로 생활하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러한 중산층 대다수 또한 신용기록은 물론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조차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2)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시작된 소액대출에 대한 비판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 환경에 변질된 소액대출 상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20년간 소액대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휴 싱클레어는 자신의 저서 ‘빈곤을 착취하다’를 통해 그동안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단, 인벤쳐에서 제시하는 연5%의 이자는 변질된 여느 소액대출 상품과 비교하면 합리적이고 건전한 수준이다.


(3) 전 세계 많은 인구가 인구가 여전히 신용기록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인 반면,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 내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비율을 훨씬 넘어서는 비율이다. 스마트폰의 비율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벤쳐의 블로그에서는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이들이 예상하고 있던 피쳐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이미 확산되어 있는 상황임을 발견하고 당황해하는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다.


(4) 사실 소액대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출 고객을 계속 유지하며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립 능력이 충분해진 고객이 소액대출 상품을 더 이상 대출 창구를 찾아오지 않도록 하는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종적인 단계에서의 목표일 뿐, 중간 과정에서는 더 많은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5) 인벤쳐에서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은 전문가들이 함께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로렌 무어(Lauren Moores)와 같은 구성원의 경우 UNHCR과 같은 비영리 기관을 포함, 20년 이상 관련 영역에서 활약한 전문가이다.


(6) 렌도의 신용평가 서비스는 현재 2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과 기술적 완성도에 힘입어 2012년 악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 등으로부터 8백만달러를 투자받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발표한 2014 기술선도기업 36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7) 세계은행(World Bank)은 개발도상국 환경 내 신분증명과 관련하여 ‘Identification for Development (ID4D)’라는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근래의 디지털 기반의 연구에 이어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의 신분증명으로까지 연구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출처)


(8) 이 키워드들은 공통적으로 기회가 제한적인 개발도상국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로 평가된다. 지금도 많은 주체들이 이러한 인프라로부터 소외된 주체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 25 dollar Firefox Smartphone, Google Project Loon, Facebook Aquila)


(9) 신뢰에 대한 해결은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간의 문제로까지 확대 가능하다. 이원재 경제평론가는 한겨레21에 기고를 통해 ‘투명한 어항 속에서 주고받는 거래’라고 설명한다.


(10)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의 데이터를 신용평가의 주된 데이터로 적극 활용하는 렌도와 달리 스태터스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백서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위챗과 같이 특정 문화권 내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현재의 모습에 대해 경계가 필요함을 언급한다.


(11) 혁신을 위한 디지털 금융에도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리터러시(Literacy)의 문제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현재의 대다수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들은 리터러시의 문제에 있어서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블록스택이나 스태터스는 디지털 접점에 있어서 비교적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활용 가능한 브라우저와 메신저의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도 사용자 경험 상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기술의 형태로 적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