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가 예술이 되었다. 중국의 '그래피티(Graffiti)' 문화 


낙서가 예술이 되었다


아시아의 그래피티

스트리트문화에서 대중문화로 떠오르다



그래피티[Graffiti]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그래피티를 길거리에 락커로 칠한 “낙서”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피티는 '긁어서 새기다'라는 어원에서 시작된 낙서입니다. 이 낙서는 미국의 흑인 스트리트 문화에서 왔고, 아시아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일찍이 유입되었지만 최근에서야 예술로서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래피티, 아시아권에서 예술로 떠오르다

한국도 요새 들어 K현대미술관의 ‘위대한 낙서: 관람객, 예술가가 되다’, 아라아트센터의 ‘뱅크시 코리아: 그래피티 전시회’ 등 크고 작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래피티를 전시하여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는 왜 최근에서야 그래피티를 주목하게 된 걸까요?


첫 번째 요인은 그래피티가 과거의 문자 낙서에서 현재는 퀄리티 있는 하나의 그림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그래피티는 젊은이들의 개성을 나타내는 스트리트 문화로 사회에 저항 또는 반항하는 메시지를 낙서 형식으로 남기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래피티는 단순 낙서라기보단 예술이라는 표현에 어울릴 만큼 자신의 메시지를 그림과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남깁니다. 


두 번째는 그림과 함께 완성된 그래피티 작품 대부분이 풍자의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미술작품도 풍자와 해학을 담은 작품이 많지만 그래피티는 과거보다 표현의 자유가 넓어진 현대에 맞게 다른 미술 분야보다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그래피티 붐은 과연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요? 가까운 나라지만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자유•풍자•비판의 의미가 강한 그래피티 문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중국, 스트리트 문화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다


경제는 시장경제를 표방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은 사상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으며, 언론, 출판 분야는 물론 개인의 생각을 담은 표현의 자유도 정부에 의해 많이 억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나 최근 화제인 '쇼미더머니' 같은 사회비판 성격이 강한 힙합 음악도 정부가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인 류샤오보 같은 많은 중국민이 중국의 민주주의 사상, 표현의 자유를 위해 꾸준히 싸워온 결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트리트 문화를 통해 자유의 표현 의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문화 중 하나인 그래피티는 중국에서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스트리트 문화가 늦게 유입된 편입니다. 중국에 그래피티 문화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5년 즈음,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여 ‘올림픽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奥运向他们走来).’ 라는 주제로 큰 그래피티 행사가 인민대학 인근에서 열리면서입니다. 400여 명 참가한 이 행사를 통해 중국민의 정신이 담긴 수많은 그래피티 작품들이 널리 알려졌고 이로 인해 비주류 스트리트 문화였던 그래피티가 예술로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베이징 문화의거리, 798 예술구 

중국의 그래피티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다싼즈798예술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798 예술구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문래동같이 2차에서 3차로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갔다가, 문화예술로 다시 생기를 찾은 지역입니다. 베이징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무기공장이었으나 전쟁이 끝나고 무기생산이 줄어들면서 쇠퇴한 지역이다가, 2002년 예술가들 찾아와 자신들만의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정부가 이 공간을 주목하면서 2006년 정부지정 '문화창의산업 집중구'로 지정되었습니다. 



다싼즈798예술구는 공장지대였던 건물과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 곳곳에 많은 시설작품이 설치되어있고, 여러 작가의 전시회가 유•무료로 열리고 있습니다. 폐공장 터에 자유롭게 그려진 그래피티는 예술 거리의 분위기를 내는데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컨테이너 전체를 아우르는 그래피티, 건물과 건물 사이 복도에 그려진 그래피티, 공장 담벼락에 길게 그려진 형형색색의 그래피티 등 고개만 돌려도 크고 작은 그래피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래피티 보다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나 캐릭터 위주의 다소 가벼운 주제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중국 젊은 예술인의 집합소, 사천미술대학 황쥐에핑 예술거리 

중국에 또 다른 대형 그래피티 거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이곳에서는 북경 다싼즈 798예술구의 그래피티와는 다른 형태의 그래피티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중국 중경시 서쪽에 위치한 사천미술대학 거리입니다. 국내외로 명성이 자자하고 우수 미술학도를 여럿 배출한 미술학교답게 주변 거리가 하나의 예술 거리로 조성되어있습니다. 황쥐에핑 예술거리라고도 불리 우는데 이 거리의 거리 구석구석, 정류장, 건물들 모두에 예술작품이 그려져 있고 최근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처럼 느껴지며 황쥐에핑 거리를 걷게 된다면 사방에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작품 하나하나 찾는 재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황쥐에핑투야지에(黄桷坪涂鸦街)라는 그래피티 작품을 위한 거리도 따로 존재합니다. 주변 건물, 담벼락 모두 조금의 여백도 없이 이름 모를 수많은 작가들이 남겨놓은 그래피티 작품, 타일 작품, 동상이 설치되어있습니다.


특히나 주변 아파트들에 통째로 그려져 있는 작품들은 중국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 번 더 압도됩니다. 그런데 이곳 또한 북경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메시지나 직접적 풍자요소가 드러나는 작품들보다는 한 편의 색감이 강한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중국 그래피티의 발전 


"보여주기식의 정부사업에서, 진정한 예술로서 사회풍자를 담아가다"


북경, 사천 외에 상해에서도 그래피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상해 역시 과거 공장지대였던 폐허를 예술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M50이란 공간이 있고, 상해교통대, 동제대학 등 대학교 주변 벽들이 그래피티의 명소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래피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그래피티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 중국의 그래피티도 타국가들 같이 사회적 문제 표현보다는 국가행사 홍보수단이나 정부에 의해 하나의 예술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래피티 예술이 빠르게 퍼지고 자기 생각이나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예전 캐릭터 위주의 그래피티에서 좀 더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래피티 예술작품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그래피티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중국에서 점차 늘어나게 된다면 거리예술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나 유럽처럼 좀 더 자유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래피티 전시회가 중국 곳곳에서 열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피티는 무엇보다 하위형식의 예술이 아니다.

이는 실존하는 가장 정직한 형식의 예술이다.

그래피티를 하는 것은 엘리트 의식으로 인함도 아니며,

누군가를 현혹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래피티는 한 장소의 심미적 아름다움과 낡은 건물의 새 단장에 이용되기도 하고 젊은이의 자유분방함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 일탈 행위로 새기는 그래피티는 오히려 공공의 건물을 파괴하거나 불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피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현재도 여전히 그래피티를 합법적으로 남길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습니다. 호주나 대만 같은 경우 그래피티 전문 작가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허용범위 안에 공공기물 제외한 선에서 아티스트들의 표현을 허용하는 그래피티 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피티가 스트리트문화에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로서, 표현방식으로서 인식이 넓어지면서 그래피티에 대한 논란이 더 불거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그래피티가 하나의 예술로써 정착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때 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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