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나눔교실] 은퇴세대와 청년세대의 만남 <2017 인문소풍> 



2012년 착한 소설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기억하시나요? 삶에 대한 좌절과 회의로 가득한 젊은 세 친구가 빈집을 털고 고민상담소 '나미야 잡화점'에 숨게 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해 1960년대에서 보내는 고민 상담 편지를 받게 됩니다. 세 친구 중 한 명인 '아쓰야'는 우리 같은 사람이 뭘 도와줄 수 있겠냐며 이런 편지에 신경 쓰지 말라고 타박하지만, 고민을 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마음이 쓰인 '쇼타'는 답장을 보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몇 마디만 써서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은퇴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다 


우리나라는 불과 60년 전만 해도 전쟁과 가난으로 국제원조를 받았던 국가였지만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발달과 산업 성장을 일구었고 지금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속한 사회변화는 세대 간 살아온 경험, 가치관의 다름을 초래하며 극심한 세대갈등을 낳았고, 물질적 풍요는 이루었지만, 정신적 소통의 부재를 낳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내기가 바빴습니다. 50~6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은퇴세대와 90년대 디지털세대로 표현되는 청년세대 누구도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년층은 국가발전을 위해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시대를 살아내며, 국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은퇴했지만 노후불안이 여전하고, 청년층은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지만 고스펙, 고학력 경쟁에 떠밀려 왔고, 저성장 시대에 맞물려 실업과 빈곤, 주택난 등 삶의 기반을 갖추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어합니다. 


그런데도 다행인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당장 고민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서로를 격려하는 긍정의 한 마디와 대화의 시도가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걸어가다


전 세계적으로 세대갈등 문제를 풀어가는데 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만들어가고 소통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주거공유 프로젝트 <꼴로까시옹>은 저렴한 가격의 방이 필요한 청년과 방이 남는 장년층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며, 단순한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두 세대가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팍팍한 도시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혁신정책입니다. 


다양한 연령이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세대통합 학교도 운영되며, 세운상가는 30년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풀어내고자 하는 스타트업 청년들이 만나 새로운 작업을 만들고 작품을 공유하며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2017 인생나눔교실>


"은퇴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인생나눔교실은 현역에서 은퇴한 선배 세대와 성장하는 후배 세대가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극복해온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는 쌍방향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은퇴한 장년층과 인문·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멘토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세대와 인문적 소통으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공유합니다.



<2017 인문소풍>


"명예멘토와 하루 동안 특별한 소풍을 떠나다" 


"인간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갈 때"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인문소풍은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명예멘토가 나주, 경주, 부산, 남해 등 전국의 군부대, 지역아동센터, 자유학기제 중학생, 보호관찰소 등을 직접 찾아가 삶의 경험을 나누고 멘티들의 고민을 듣고 공감하는 하루 동안의 꿈같은 소풍입니다. 


2016년에는 박정자 연극배우, 가수 유열, 소설가 권지예, 시인 신달자 등 다양한 분야의 명예 멘토들이 활약해 주었고, 올해 2017년도는 인문학자 김상근 교수를 비롯하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시인 이병률, 가수 이한철, 웹툰 작가 양경수, 여행작가 김은덕, 백종민 부부 등 명예멘토로 나서 인문소풍을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인문소풍은 12월까지 계속됩니다.  




지금의 시대에 인문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용기를 가져라"


"인생을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로 노를 저어 나아가는 것이라고 비유한다면, 인문학은 노 젓는 방법이 아닌 노를 잠시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서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도록 도와준다."   

-인문학자 김상근-


2017 인생소풍 1, 2회차는 특별히 2017인생나눔교실 멘토로 활동하는 멘토봉사단을 초청하여 "멘토를 위한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인문학자 김상근 명예멘토의 <인문학의 세 가지 질문>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 시대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멘토를 위한 강연이기도 했지만 우리 모두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져준 감동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라.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지금의 교육은 남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효율성을 가르친다면, 인문학은 그 반대의 것입니다. 나의 인생, 나의 삶은 어디를 보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나눔교실 멘토는 그런의미에서 인생의 스킬이나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망망대해에서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로 노를 저어도보고, 남과 경주도 해보면서 고비를 극복하고 얻은 경륜과 지혜를 멘티에게 나눕니다.  


김상근 명예멘토는 "무엇을 멘티에게 전달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학은 인류의 스승, 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끝임없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라고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하였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고전 인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성공을 향해 질주했지만 정작 가족과 부인은 지키지 못한 대장장이 '헤로도토스', 최고의 권력자 크로이소스 앞에서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든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아테네의 현자 '솔론'.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집필한 호메로스, 자신의 최전성기에 뒤를 돌아보며 <신곡>을 쓴 단테까지.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며 그 안에 희노애락, 눈물, 아픔 고통이 우리의 모습임을. 그들을 통해 나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몇 천 년 전의 그들도 우리와 같았음에 위안을 받고, 조금씩 전진하며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전우들이여, 생각건대 이번 일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추억이 될 것이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과거로 보낸 세 청년의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편지는 21세기 현재에 너무 감사했다는 답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쇼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나한테 감사할 필요가 없어 일이 잘 풀린건 전적으로 이사람의 힘이야"라고 말입니다.

인생나눔교실과 인문소풍은 우리 인생에 어쩌면 하룻밤의 꿈이겠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멘토, 멘티가 위로와 고민을 나누었던 따뜻했던 소풍이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앞으로 나아갈 인생에 힘이 되길 바라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문득 되돌아보았을 때 모두에게 소중한 인연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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