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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미래 ②] 사람이 중심인 기업

브랜드의 미래 ② -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인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는 기업,

"BEAR.BETTER"




모든 브랜드의 동력이 발휘되고 발전하는 바탕은 시장경제다.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경제 성장의 목적은 삶의 질을 증대시킬 능력의 확대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편에서는 시장경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운영체제 등을 갖춰 지역사회와 직원, 소비자 모두의 공익을 추구하는 B-코퍼레이션(비콥)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소비 주축이 밀레니얼 세대로 옮겨지면서 공유 가치를 추구하는 윤리적 기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비콥 시장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을까


아직은 사회적기업의 수가 압도적인 국내 현황

애석하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한참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제너럴바이오가 전세계 비콥 기업순위에서 7번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를 포함해도 단 9개 기업만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사회와 환경을 위한 가치를 실천함과 동시에 이익을 창출하는 자생적 수익구조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탓에 비콥 시장 진입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신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인 사회적기업이 1814개에 이르는 규모를 갖고 있다. 10년 전 정부 주도의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그동안 30배 증가하는 양적 성장을 보인 결과다. 하지만 임대 지원, 세제 혜택, 4대보험료 및 인건비 제공과 같은 정부 지원에 매달리는 기업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해로 창립 5주년을 맞이한 베어베터(BEAR.BETTER)는 지난해 매출액 50억을 돌파한 재무적 능력을 갖춘 사회적기업이다. 동시에 250명 사원 중 80%를 발달장애인으로 고용해 질적 성장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수많은 과제 중에서도 고난이도에 속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그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베어베터의 성공요인 4가지 

  1. 제도와 타겟을 활용한 수익모델

  2. 경쟁력은 착함이 아닌 가격과 품질

  3. 차별화된 브랜딩 요소

  4. 장애인에 대한 진실된 이해

베어베터는 ‘곰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Bear makes the world better)’는 뜻의 사회적기업으로, 이익 창출보다 수많은 ‘곰’을 고용하는 것이 회사의 미션이다. 네이버 창업 멤버인 김정호 대표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전 네이버 인사담당 임원 이정희 대표가 단 5천만원으로 공동 설립했다. 


장애인 중 가장 고용률이 낮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위해 ‘곰’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을 위한 직무 훈련과 개발에 힘쓰는 것이 그들의 비즈니스다. 자녀의 장애로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숯하게 부딪힌 이 대표의 꿈은 '곰'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포용도 높은 사회였고, 그것을 위해서 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기에 김 대표의 벤처 경험과 추진력이 더해져 그렇게 베어베터가 탄생했다.


1. 제도와 타겟을 파악하고 활용한 수익모델로 자립하다.


“만약에 이들을 이해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이들한테 일하기 쉽도록 직무를 바꿔서 다시 설계해서 줄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이들도 일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베어베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이진희 대표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이 쉽게 일할 수 있는 분업화된 직무이면서도, 단순조작이 가능한 자동 설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베어베터가 취급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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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ETTER.COPY

명함, 리플렛, 카드, 책, 포스터 등 다양한 인쇄물을 출력부터 재단, 제본, 포장, 배송까지 장애 사원이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인쇄사업부. 제조 공정의 자동화율이 높고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결과물 편차가 거의 없어 장애사원이 근무하기에 비교적 수월한 직무다. 최고급 품질을 위해 인쇄·디자인전문가가 공정 과정에 함께한다.


B. BETTER.COFFEE

까다로운 커피 시장의 니즈에 맞춰 스페셜티를 포함한 다양한 블렌딩을 매일 로스팅하고 배송하는 원두사업부. 로스팅과 같은 생산 공정에는 비장애인 전문가 1명이 발달장애인 22명과 함께하며, 전문가가 로스팅 과정을, 장애사원들이 포장·배달 등의 단순 업무를 담당한다. 


C. BETTER.COOKIE

쿠키와 빵을 비롯한 제과를 HACCP인증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제과사업부. 최고급 제품만을 공급받는 주요 백화점 명품관 VIP 서비스룸에 납품하고 있으며, 전국 커피빈 매장에서 베터쿠키의 제품이 매년 10만 개씩 판매되고 있다. 


D. BETTER.FLOWER

꽃다발, 화분, 화환을 담당하는 꽃배달사업부. 장애인근로자들이 배달 시 길을 잃거나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직원 위치추적기와 배송 보호도구를 사용해 2만 2천 건 이상의 배달에도 무사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E. BETTER.CAFE

전문 바리스타의 업무 지도 하에 발달장애사원들이 주문, 제조, 픽업 등 커피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내 카페로, 케이터링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위의 사업 분야와 함께 베어베터를 구성하는 비즈니스의 열쇠는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고용부담금감면제도(연계고용제도)다. 현재 국내의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은 장애인을 2.9% 이상(2017년 기준) 고용해야 하며, 미달 시 부담금이 부과된다.


 만일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연계고용 대상 사업장에서 일한 장애인을 부담금 납부의무자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어 거래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감면받는 것이 연계고용부담금감면제도다. 가령 한 기업이 베어베터의 제품 1억원 어치를 구매한다면 정부로부터 부담금 중 5천만 원을 돌려받게 되고, 이 셈법은 베어베터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바탕이다.


기업의 고용부담금 월감면액 = 수급액 비율 x 장애인 근로자 수 x 해당 연도 부담기초액 


베어베터가 기업에서 반드시 지출하는 총무 품목들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한 덕에 기업과의 거래성사를 늘릴 수 있던 것이다. 이 수익모델로 베어베터는 기업이 운영되는데 필요한 동력을 얻었고, 기업 특성상 받게 되는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제외하고는 여타 사회적기업이 누리는 정부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있다.   


2. 경쟁력은 착함이 아닌 가격과 품질이다.


선의는 무기가 될 수 없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영리기업과 거래를 성사하기 어렵고, 선한 의도만 담긴 제품으로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김정호 대표의 말에 따르면, 상대기업과의 거래를 위해 사회공헌팀이나 CSR팀부터 찾아가는 기존의 사회적 기업은 잘못됐다. ‘후원’ 판매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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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사원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조악하다는 편견에 맞서기 위해 최고의 설비와 장비를 갖춘 베어베터의 생산 목표는 동종업계 내 품질 1위다. 성수동 베어베터 생산공장은 국내 최고 수준과 동시에 장애사원들의 안전 확보가 가능한 설비로 총 25억 원의 설비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고급 품질의 제품들은 외국 명품브랜드와 주요 백화점을 고객으로 확보해 실적을 쌓아갔고, 이후 신규 고객업체를 확보하는 과정은 처음만큼 어렵지 않았다.


또한 매년 정기 고객만족도 조사를 열어 다양한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흡수해 내적 성장을 도모한 결과 창업 후 지금까지 재계약 달성률 100%라는 성과를 냈다. 현재 네이버, 대림산업, CJ그룹, 대웅제약, 삼일회계법인 등 210개 기업이 베어베터와 거래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베어베터를 택한 이유는 약자에 대한 선의가 아니라, 우수한 품질과 가격이다.


3. 차별화된 브랜딩 요소로 사회적기업의 편견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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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은 기업이 무엇을 하고 어떤 곳인지 나타낸다

베어베터가 일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제품 외에도 차별화된 브랜드 요소가 필요했다. 대개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이 내거는 따뜻함과 착한, 동정심을 자극하는 이미지는 베어베터가 추구하는 것과 멀었고, 비즈니스에도 딱히 도움되지 않았다. JOH컴퍼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에 따라 베어베터는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덴티티, 패키지, 공간을 새롭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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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를 대표하는 곰 캐릭터는 언뜻보면 귀엽고 예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무뚝뚝한 표정에 고집스러운 모습이 마치 베어베터의 직원들을 보는 느낌이다. 직원을 똑닮은 캐릭터는 사내 곳곳에 업종별 특징을 표현하거나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활용된다. 이렇듯 세련되면서도 친근한 시각적 요소들은 베어베터가 원하던 브랜드 이미지에 힘을 실었다. 국내 장애인 기업이나 사회적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통합 브랜딩 덕분에 베어베터를 만난 뒤 취약계층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4. 회사의 가치인 장애인을 위해 행동하다.


[Photo: 조선일보]


취업 시장의 바닥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은 35%다. 그 중 발달장애인은 0에 가까운 1-2%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베어베터 설립 당시인 2012년은 제로에 가까운 0.7%였다. 간신히 일자리를 얻은 장애인들의 평균 임금은 일반 근로자의 13% 수준이다. 물론 장애인에게 근무 환경의 질을 논할 기회는 없다. 취업 자체가 성공이고, 직무를 유지하는 것은 그 다음 걱정거리이며, 실수는 언제나 한계로 평가받는다. 베어베터는 이들을 위한 최선의 환경을 계획했다. 


“아이를 사회로 내보내는 엄마처럼, 

베어베터는 준비된 발달장애인들을 ‘일반’ 기업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이정희 대표


발달장애인을 위해 베어베터가 하는 일은 우선 일자리를 만든 뒤 ‘아주 쉽게 만들어진 분업화된 단순 일거리’를 주는 것이다. 혼자 출퇴근 가능한 수준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는 2~3주간의 교육과 인턴과정을 거친 뒤 수행 가능한 직무를 할당받아 베어베터의 ‘곰’으로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 곰을 채용한 이후에도 그들의 먼 미래인 ‘일반 기업으로의 이직’을 위해 수차례 공공예절교육을 가르친다. 베어베터가 추구하는 것은 매출 지표가 아니라 곰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제대로 살아가는 삶이다.  


근로자 중 20%만을 차지하는 비장애사원도 장애사원을 위해 고용된 존재다. 장애사원들이 일을 더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장애특성과 업무능력, 의사소통방식을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한다. 창립 당시 10명이었던 발달장애인 직원은 회사의 노력 덕분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모두 4대보험과 퇴직금을 받는 정규직이며, 발달장애인이 받는 월급 평균의 10배를 받고 있다. 물론 금액보다 중요한 부분은 베어베터에서 일하는 '곰'들이 일하는 환경과 과정에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일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다. 우리 회사는 모든 것을 보장할 수 없다. 다만 회사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할 것이다. 최저임금과 장애인연금, 사회적 지원장치가 결합되면 이들이 의미있는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을 얻고 스스로 삶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이정희 대표


장애인의 일할 권리가 사라진 사회

누구나 일할 권리가 있으며 모두가 일할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서는 그들이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해내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고용제도와 지원 활동이 무색할 정도로 기업들의 손사래와 낮은 고용률 탓에 상당수의 장애인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던 발달장애인이 구성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을 때 그들이 맞게되는 인생의 전환점은 그 소중함을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베어베터의 성공이 더욱 남다른 평가를 받는 것 아닐까. 일자리만 얻어도 다행일 사회적 약자들이 정년 퇴직을 꿈꿀 수 있는 직장, 이해할 수 있는 계약서, 내가 잘하는 업무 선택을 보장받는 것. 장애인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그들의 실수를 이해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


사람을 위해 제도를 활용하고 환경을 만들어 사회를 바꿨다

장애인 고용지원 제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장애인을 취업시킨 숫자로 평가받는 데 혈안이 된 기업들의 수치 경쟁으로 인해 제도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취업 계약 실적을 올리는데 급급한 기업들이 뒷전으로 미루는 안정적인 근로환경은 겨우 취업한 장애인들이 직장에 정착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베어베터는 이 악순환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제도를 활용해 수익이라는 재무적 성과를 냈고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사람을 바꾸고 환경을 만들었다.


현재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과 브랜드에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을 설득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의 꿈이던 ‘발달장애인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포용도 높은 사회’. 그 방향으로 조금은 움직이지 않았을까.




☞ 참고기사


발달장애인의 일터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 인터뷰 


발달장애인 채용이 사명인 '수상한' 회사를 아시나요 - 김정호 대표 인터뷰


[굿 컴퍼니를 찾아서1:베어베터] 착한 척하려다 진짜 착해졌다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방법-②] 오로지 발달장애인 고용이 목표인 기업, 베어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