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지식공유 네트워킹의 힘, '집단지성' 



집단지성, 규모 지식공유 네트워킹의 힘



 ‘흥미로운 장소에 흥미로운 사람들을 모아두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코워킹-코리빙 플랫폼 Roam을 보다 마주친 이 짧은 한 줄의 문장은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흥미로운 생각과 지식도 한 명의 머리에만 존재하고 실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의미에 가깝다. 행여나 액션을 취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당 부분 제약을 받는다. 혼자가 아닌 다수일 때 실현 가능했을 수많은 아이디어와 행동들이 우리 곁에서 아슬아슬하게 지나치진 않았을까. 


같은 생각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나아가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행동이다. 다만 누가 먼저 사람들을 모으고,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고, 만나서 무엇을 할지 첫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다행히 인터넷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달한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광고하고 머리를 맞댈 정신적 동료를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지식 공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현되는 직접적인 소통과 지식 공유는 온라인에서 형성되지 않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소규모 네트워킹 그룹의 행보를 살펴보자.


A. Creative Mornings 

B. 작은도시기획자들 

C. New Middle Class 

D. PUBLY 



A. CreativeMornings 


 ‘TED에 못 간 이들을 위한 또 다른 TED’




2008년 티나 로스 아이젠버그(Tina Roth Eisenberg)의 손으로 시작된 창의적 공동체 크리에이티브모닝스(Creative Mornings, 이하 CM)의 직설적인 표현은 ‘아침 식사 강연 시리즈’다. 설명을 보태자면, 이른 아침에 모여 짧은 강연과 Q&A를 함께한 뒤 향긋한 모닝커피와 맛있는 아침 식사를 즐기는 그룹이다. 이처럼 부담 없는 캐주얼 컨퍼런스에는 두 가지 조건이 뒤따른다. 


첫째, 모든 강연과 아침 식사는 무료일 것

둘째, 누구에게나 열려있을 것


뉴욕에서 시작된 이래 10년이 흐른 지금, 다소 독특한 이 ‘아침 식사 강연 시리즈’는 180여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공식파트너사로 어도비, 워드프레스 등과 함께하고 있다. 백여 개의 지부는 개인 자격의 오거나이저와 팀원,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별로 관리한다. 뉴욕 본부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임 장소 확보, 강연 주제 및 강연자 선정, 아침 식사 후원 확보, 모임 홍보 및 행사 기록 등은 온전히 오거나이저의 몫이다.


[Photo : CreativeMornings]


180여 개 도시에서 모두 한 날짜에 모이는 건 너무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월 1회, 금요일 아침이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금요일 아침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반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콘퍼런스와 아침 식사가 진행된다. CEO, 학생, 스타트업 종사자, 프리랜서 등 넓은 스펙트럼의 참석자들은 강연 전후로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얻는다. 아침 식사를 가볍게 먹다 말고 파트너십을 맺거나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새 일자리를 얻거나 협업을 약속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의 실질적인 트렌드가 무엇인지 공유하는 고급 정보는 덤이다. 


Creative Morning 강연 보기: https://www.youtube.com/creativemornings


강연자는 국제적으로 화두가 되는 다양한 주제에 맞춰 선정된다. 혁신 기업의 대명사 IDEO 설립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수인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 야후 퍼미션마케팅 부사장과 17개 베스트셀러 작가의 타이틀을 가진 비즈니스 전략가 세스 고딘(Seth Godin), 세계 순위권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이자 저명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 등이 좋은 강연으로 호평받은 케이스다. 


화려한 이력과 공인된 능력을 갖춘 강연자들은 자신의 인생과 일을 통해 얻은 교훈, 귀중한 지식을 전달한다. 그들의 강연은 사람들에게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노련한 직업적 스킬이나 인생의 동기부여를 전달한다. 삶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는 선택에 합당한 이유와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혹자는 CM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TED에 못 간 이들을 위한 또 다른 TED’. 




B. 작은도시기획자들 


'도시 정체성을 고민하는 플레이어'


홈페이지: https://theurbanist.imweb.me


작은도시기획자들은 이름 그대로 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플레이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근황을 공유하고, 도시를 채우는 좋은 콘텐츠를 함께 모색한다. 지향하는 도시의 공간기획/운영/전략/개발/플랫폼에 관한 방법론을 함께 토론하기에 다소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네트워킹 형태를 가진다. 또한,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와 리소스를 제안하고 효율성을 논의하는 직업적 활동도 모임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모임 목적이 뚜렷한 만큼, 도시에 관련된 건축, 예술, 비즈니스, 연구, 스타트업 분야 종사자가 회원의 주를 이룬다. 1년에 두 번 모집하는 개인 활동 회원 외에도 관심 그룹과 기관/기업후원, 온라인회원을 받고 있다. 관심 그룹의 경우 커뮤니티에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모임별 주제와 고민을 가볍게 공유할 수 있는 그룹 형태로, 소액의 참가비를 내면 참여할 수 있다. 


[Photo: 작은도시기획자들


도시 기획자들은 특별히 지정한 날짜 대신 매월 혹은 격월로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2월에는 “콘텐츠가 도시를 채우는 방법론”을 진행했고, 4월에는 “임팩트 투자와 도시기획자의 만남”을 주제로 회원들이 모인다. 이런 정기 모임 외에도 1년에 한 번씩 공동 엠티 워크숍을 열어 활력적인 커뮤니티로의 성장을 추구한다. 


모임마다 생각을 나누는 장소도 달라진다. 주제에 적합한 호스트의 공간 또는 기획, 매뉴얼, 정책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도시 기획자들의 상상력과 탐구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한다. 현재까지 낙원상가의 아트라운지, 공유주방 ‘후암주방’, 공유공간 ‘아츠스테이’, 소셜벤처카페 ‘오늘살롱’,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 등이 이들의 모임 장소였다. 멤버들의 직업적 특수성에 적합한 장소에서 함께 발화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오프라인 모임의 특별한 매력이다.


[Photo: 작은도시기획자들



C. NMC(New Middle Class)


'문화적 중산층을 위한 모임'


New Middle Class 홈페이지: http://thenewmc.com 


New Middle Class = 회사명이자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자 비전   

정기적인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콘텐츠로 하는 문화 예술 기반의 스타트업 뉴 미들 클래스(New Middle Class, 이하 NMC)의 사전상 의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신중산층이다. 하지만 NMC는 자본에 충실한 계급 대신 예술 활동과 지식 공유를 추구하는 ‘문화적’ 중산층을 염두에 둔 이름이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다음의 5가지 기준을 갖는 이상적인 문화적 중산층을 꿈꾼다. 


1.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한다. 

2. 사회적 문제를 먼저 생각한다. 

3. 예술적 활동에 참여한다. 

4. 지식과 경험을 기꺼이 나눈다. 

5.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 


NMC의 오프라인 모임은 프로그램적 특성을 띤다. 프로그램이 형식의 모임이 개설되면 해당 주제에 흥미를 갖는 멤버들이 모여 콘텐츠를 즐기는 식이다. 앞의 5가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미술, 음악, 영화, 문화, 미디어, 사회, 철학 등 멤버들이 알고 싶은 모든 분야 안에서 만들어진다. 모임마다 인원은 다르지만 대개 10명 내외의 멤버들이 모여 주제에 관해 미리 준비한 뒤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스포츠나 창작 모임은 그저 최선을 다해 즐기면 된다. 유명작가의 연혁을 토대로 서양미술사 계보를 배우는 ‘아트클래스’, 독립영화/명화를 감상하는 ‘이상한 영화제’, 꿈을 실천하는 방법을 서로 찾아주는 ‘서랍 속 내 꿈 워크숍’ 외에도 크고 작은 프로그램들이 NMC를 통해 태어났다. 


[Photo: New Middle Class]


NMC에는 예술, 문화, 정치, 사회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한 달 회비인 12만 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모든 모임에 참가하거나 자신이 직접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멤버가 되기 위한 자격이 따로 있진 않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운영자와의 인터뷰를 거치게 된다. 서로의 성향과 추구하는 방향을 사전에 알고 배려하기 위한 과정이다. 모임 활동은 1개월 단위로 참여할 수 있으며,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일정 기간 이상 함께 하면 암묵적인 멤버가 된다. 1년 이상 함께 하는 장기 멤버는 NMC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모이는 날은 특정 날짜에 구애받지 않는다. 평일 저녁이 될 수도 있고, 주말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에 모임이 열리는 횟수도 매번 다르다. 이번 3월만 해도 58번의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프로그램을 위해 만나는 모임 외에도, 온라인 그룹을 통해 문화 관련 정보를 교류하거나 문화 현상을 토론하고, NMC의 활동 방향과 프로그램 제안의 시간을 갖는 ‘반상회’를 주 1회 연다.


공유문화공간 3층집 = 뉴미들클래스가 운영하고 있는 멤버쉽 오프라인 문화 공간  

NMC의 멤버들은 일종의 ‘숙소’를 갖고 있다. 울산 시내의 낡은 여관을 개조해 만든 ‘3층집’은 세미나실, 게스트룸, 작업실, 손님방, 거실, 키친 등이 마련된 공유공간이자 NMC의 모임을 소화하는 아지트다. 3층집은 크게 음악・미술・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문화 공간, 친목・소통을 위한 공동체 공간, 지식・경험・공간을 공유하는 나눔 공간,  예술 공간인 참여형 공간의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대다수 프로그램과 스페셜 이벤트, 반상회는 이곳에서 열린다. NMC의 멤버라면 누구든 3층집의 모든 공간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모임이 없는 날에도 집에 유독 들어가기 싫은 날은 멤버들의 좋은 대피처가 되곤 한다. 






D. PUBLY


Publy 홈페이지: https://publy.co


퍼블리는 온라인에서 이미 꽤 유명한 유료 콘텐츠 스타트업 그룹이다. 기사보다 깊지만 전문 서적보다 가벼운 내용을 무기로, 각종 분야의 콘텐츠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료 제공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또한, 콘텐츠 저자와 실제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고 생생한 지식 경험을 가능케 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구매 옵션의 하나로 제공하는데, 이와 같은 ‘경험의 지식 콘텐츠화’는 퍼블리가 가진 또 다른 차별성이다. 


퍼블리의 콘텐츠 구매층은 주로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20~40대다. 이들 중 20%가 저자와의 오프라인 모임 티켓을 구매한다. 소수 정예로 한정된 오프라인 모임에는 퍼블리와 같은 스타트업 종사자를 비롯해 정치・사회・국제・경제・경영・문화・교육 관계자와 단순한 지식 갈구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이 참석한다. 대개 신청자와 콘텐츠 저자, 퍼블리 관계자가 함께 세션을 구성하지만, 때에 따라 주제에 적합한 특별 게스트를 초빙하기도 한다.


[Photo : 퍼블리 페이스북]


모임은 명시된 날짜와 장소대로 모여 퍼블리 관계자의 진행에 따라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개 살롱 컨셉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을 하지만, 주제에 따라 좀 더 형식을 갖춘 콘퍼런스식으로 모이기도 한다. 어떤 모임에서건 오프라인이라는 환경에서만 발화되는 즉흥적이고 생산적인 지식이 도출된다. 또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전문적인 인프라를 넓힐 수 있다는 것 또한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퍼블리를 통해 갖는 오프라인 모임의 경험 그 자체가 지식 콘텐츠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벤처캐피탈리즘-VC가 말하다’ 프로젝트를 가장 인상 깊은 퍼블리 모임으로 꼽는다. 필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심사역 3명의 리포트를 받고, 문규학 소프트뱅크 벤처스코리아 대표 등 시니어 VC와 4시간가량의 토론회를 하는 오프라인 모임 티켓의 가격은 14만 원. 하지만 모임을 통해 얻게 되는 수준 높은 토론 내용과 고급 네트워크, 일류에 가까운 퀄리티의 리포트는 높은 티켓 가격을 충분히 상쇄한다는 그의 평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갖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Photo : 퍼블리 페이스북]



서로의 지식을 공유한다는 것


기막힌 생각일지라도 개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소한 아이디어로 끝난다. 하지만 그 생각이 다수의 머리와 손을 거치면 기막힌 행동이 벌어질 수 있다.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해서 얻게 되는 이상적인 결과, 그것을 바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 말한다. 독립적인 지식 활동보다는 여럿이 모여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지성을 통합했을 때 보다 특별한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CM은 지역 커뮤니티가 자생적으로 지식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도록 돕는 모임 플랫폼을 제시해, 이들의 잠재된 능력과 생산성을 향상한다. 또한 모임을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지식 콘텐츠가 도출되면, 이를 온라인에서 2차 배포한다. 이 모임이 겨누는 목표는 지식과 영감의 끝없는 확장이다. 작은도시기획자들은 모임을 통해 실리적인 지식 확장과 자신들의 효율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꾀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를 발전시키는 대의를 꿈꾼다. 


반면 NMC는 예술, 문화와 같은 미시적 요소들을 함께 모여 경험하면서 자신들을 성장시키는 거시적인 그림을 그린다. 의도와 상관없이 이들의 모임은 지역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어낸다. 앞의 세 모임과 달리 일회성을 띠는 퍼블리의 모임에서는 주제마다 달라지는 특별한 인사이트와 고급 네트워킹을 획득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함께할 때 필연적으로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과 흥미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에 없던 추진력과 해결력을 등에 업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같은 관심사와 목적을 주축으로 모인 사람들은 자연히 놀라운 팀워크를 발휘하게 마련이다. 지식과 목표에 대한 개인 몰입도가 높다면 지혜와 행동력 역시 효과적인 단위로 결집한다. 소규모 지식공유 그룹이 오프라인에서 갖추는 집단지성 형태는 충분히 세분되었다.이제부터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집단지성을 추구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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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뉴미들클래스(New Middle Class)를 운영하는 박승한 대표를 찾아서' (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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