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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공미술이 뭐예요? ①] 기념비와 대형 조형물을 살펴보다

그래서 공공미술이 뭐예요?  : 기념비, 대형 조형물


작년 5월, ‘서울로 7017’의 개장을 기념해 서울역 광장에 세워진 설치 미술 작품 ‘슈즈트리’가 연일 화제였습니다. 버려진 신발 3만 켤레를 주재료로 만든 이 작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습니다. 냄새를 비롯해 미관상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미디어에 확대 보도되었고, 연이어 겨우 열흘 동안 전시될 작품에 1억 4천만 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했냐는 질책이 일었죠. 반면, 오래된 고가도로의 재탄생을 기리는 만큼 폐기물을 재활용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서울역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신발을 택했다는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과연 공공미술 작품은 반드시 보는 이에게 ‘예뻐야만', 혹은 ‘영구적으로 유지되어야만'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서울역 앞 광장에 설치된 조경가 황지해의 슈즈트리(2017)



위 사례는 우리나라의 공공미술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공공미술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듯 막연한 분야인 듯 합니다. 공공미술이라는 말에, 도심 내 설치된 외국 작가의 거대 조각, 지자체에서 만든 특산물 관련 조형물, 혹은 전국 곳곳에 그려진 벽화 정도를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미술의 범주에는 훨씬 다양하고 말랑말랑한 형태의 작업들이 함께 묶일 뿐 아니라, 이것이 담고 있는 담론들이야말로 더욱 주의깊게 살피고 생각해 보아야할 내용입니다. 본 글에서는 우선 앞서 말한 전형적인 형태의 공공미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 작품 제작을 둘러싼 제도와 역사를 다루면서 쉽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전통적인’ 공공미술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는 영국 존 윌렛(John Willet)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공공미술의 정의는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조형물"로, 당시 공공미술의 개념이 ‘개방된 장소에 위치한 하나의 완성되고 고정된 조형물’에 한정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용어가 제안된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전통적 형태의 공공미술과 관련 정책이 완전히 정착되어 실행되고 있었습니다. 전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존재했던 전제주의 국가 및 나치 독일, 소련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역사적 영웅이나 국가 원수의 동상, 전쟁 승리 기념비 등을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 세웠습니다. 조형물을 권력의 정당성과 공중의 충성심을 끌어내는 강력한 정치 선전 도구로 활용한 것이죠. 재료 역시 권력의 지속성과 국가의 건재함을 강조하고자 단단한 암석이나 브론즈 등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1945년 6월 끌어내려진 히틀러 동상

대중의 역사 인식과 공공조형물 간의 관계를 고려해 독일은 나치 정권이 남긴 수많은 선전용 조형물을 모두 제거했다


사진 © CNN


 

- 왼쪽: 경제 대공황 시절 구직 시위를 벌이는 예술가들

- 오른쪽: 골목에 열린 전시


사진 © Francis V. O’Connor, New Deal Art / 사진 © Archives of American Art, Smithsonian, Washington D.C


반면, 미국에서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벽화, 포스터, 추상 조각 같은 형식의 공공미술이 장려되었습니다. 환경 개선을 통해 국민 복지를 향상하고, 실업 인구를 일터로 복귀시키는 취지로 시작된  공공미술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정부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뉴딜정책 내 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년 동안 10만여 점의 그림과 1만 8천여 점의 조각 작품을 만들었는데, 미술가들은 주어진 주제 안에서 가이드라인을 따라 작품을 제작해야 했기에 사실상 그들 본연의 창작 욕구가 존중된 업무는 아니었죠.



예술을 위해 남기는 1%, “Percent-for-Art”


동시에 미국은 1963년부터 ‘건축 속의 미술(Art-in-Architecture)’이라는 제도를 실행했습니다. 30년대에 처음 제안된 이 법안은 대중의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성과 해당 지역의 미적 가치를 향상, 미술가 고용 창출 효과 등을 목표로, 국가 공공건물의 전체 건설 비용 중 1퍼센트를 미술품 제작과 설치 비용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계획 직후부터 미국의 지방 자치 단체는 물론 여러 국가에서 실행하는 미술 프로그램의 모델이 되었죠. 한편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이미 1950년대 초부터 공공건물 건축비의 0.5%~2%를 건물 내외부의 미술품 설치비용으로 지출하도록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88서울올림픽 기념공원 입구

사진 ©코리아넷


한국에도 미국과 프랑스의 제도를 모델 삼아 1972년에 같은 법을 도입했습니다. 3천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에 건설 비용 1%를 미술 제작에 할당시키는 이 제도는, 다만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규모 국제 행사인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게임 준비에 돌입하면서, 세계인의 방문에 앞서 국가적인 규모로 도시 경관을 장식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죠. 동시에 미술가들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기에 이 정책은 재고되었습니다. 1995년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라는 이름으로 기존 제도가 처음 의무 적용되었는데, 공공미술이 국내에 본격적인 시작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짓는 건축주들은 건축비용 1%를 미술품 제작을 위해 부담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그 1%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나


그리고 현재, 국내에는 약 1만 6천여 개에 이르는 야외 공공미술 조형물이 있습니다. 국가 기관이 공공의 공간에 공적 기금을 투입해 설치한 경우와 개인이 사유지에 조형물을 조성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앞서 소개한 미술장식 제도는 후자를 뒷받침합니다. 이 제도는 2011년 이후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로 이름이 바뀌었고 건축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미술 작품 설치와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도록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배경에서 매년 400억에서 700억 원에 이르는 거대한 공공미술 시장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각예술계에 환원되는 국가 기금과 비교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제도가 실행되는 동안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제도에 의해 공공미술 설치의 주체가 되는 건축주는 왕왕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술작품을 설치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평소에 관심도 없던 조형물을 제작하는 데에 당연하게도 자신의 미적 감수성을 발휘하기보다 빠른 일 처리 또는 비용 최소화를 목표로 하게 되었죠. 한편 소수의 작가 및 상업화랑은 투명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공공조형물 설치권을 장악하고, 비슷한 형식 혹은 일차원적 발상의 조형물만 계속 재생산되는 등 창의적 실험보다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우선되는 폐단이 생겨났습니다. 경우에 따라 이름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을 들여오기 바빠서 작품과 해당 지역 사이 연결성이나 지역 주민의 공감대에 전혀 맞지 않는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죠. 이렇게 세워진 조형물은 보통 설치 이후 건물주의 관심 밖에 놓이게 되고, 소홀한 유지 관리 때문에 결국 흉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해운대 해변에 세워진 미국 설치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2009)’. 해운대구청은 올해 1월 부식과 민원제기를 이유로 일방적 폐기 처리했고, 미술계에서는 ‘시설물과 조형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관료행정’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사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인천시 인천대공원에 위치한 반지 모양 조형물. 올해 1월, 인천시장은 차별화된 광장 조성을 목적으로 3억여 원을 들여 조형물을 제작했으나 시민들의 공감을 사는데 실패했고, ‘자신의 정치적 홍보물로 도시공간을 더럽히지 말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 ©김강현


공공미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열린 공간에 설치된 전통적인 형식의 공공미술은 대중이 곧 주요 관람객입니다. 개인의 일상 속 시각 경험을 시작으로 해당 지역의 지가 형성 및 관광지화까지, 공공미술 작품은 대중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또, 분야적 전통 대대로, 도시 공간에 어떤 기념물 혹은 조형물로 시대를 기억하고 대표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정치 및 역사 의식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이 띠는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공 영역에 나타나는 도시 경관의 구성 요소들이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특정 대지에 건축물 또는 조형물을 새로 짓거나 없애는 행위는 비단 해당 대지의 소유주가 자신의 (사적)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곳을 지나다니는 수많은 이들이 지속해서 겪을 통시적, 총체적 경험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대상이 사회적 자본으로서 공공재적 측면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건축주는 모든 건설과 설치에 있어 보다 책임감 있는 결정이 필요하고, 대중은 자신의 일상 경험을 구성하는 거리, 동네, 건물, 도시의 구체적인 경관과 그 변화에 주체적으로 관심가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공공미술작품이 함의해야 할,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층위의 정치에 시민이 먼저 민감해질 수 있겠죠.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은 서울시 곳곳에 위치한 공공미술 작품을 찾아 탐방하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획되었다


 © 서울시


한편, 공공미술 작품의 다양성과 장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공공미술 작품 제작과 관련해 더욱 포용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 및 구조 개편이 시급해 보입니다. 소수의 작가와 브로커가 계속해서 조형물 제작을 담당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더욱 다양한 전문 인력이 뛰어들 수 있는 열린 분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작품 공모 및 선정 과정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또, 한 번 제작된 조형물이 추후 원래 취지대로 장기 보존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리 매뉴얼과 인력 확충,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형식의 공공미술 작품들의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장치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어 다음 글에서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안에서 유기적이거나 무형의 형태를 띤 공공미술 작품과 이를 둘러싼 담론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 연재기사


[그래서 공공미술이 뭐예요 ②] 새 장르 공공미술


[그래서 공공미술이 뭐예요 ③] 새로운 공론장을 여는 한국 작가들




▶From A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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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울리는 메시지, 텍스트를 예술로 만들다. 용기있는 개념미술 아티스트 제니홀저(Jenny Holzer)



▶참고자료 


도서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홍경한, 2017


논문 <공공미술의 공론장 기능과 역할>, 김소은, 2014


서울시 공공미술 시민발굴단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ublicartf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