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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적인 진화, 편의점의 변신

고객 중심적인 진화, 편의점의 변신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변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발달은 전문 카테고리가 엄연히 존재하던 유통사별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굳이 아마존의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 입점몰과 오픈마켓들은 티슈부터 식자재, 전자제품, 여행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 정체성’을 고집하며 하나의 옥외광고로서의 역할까지 자처하던 원브랜드 샵들도 최근에는 다양화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이러한 컨셉을 포기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약 10여 년간 자사의 브랜드들만을 모아 독점적으로 판매하던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다양한 컨셉의 화장품 전문점의 등장으로 타사의 뷰티 제품의 입점을 고려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또한 전통적인 유통 명가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어가고 있는데, ‘신세계’는 최근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 쇼핑’을 6월 말 런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견고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추구하던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이제 ‘이커머스’보다 더 재미있거나, 생활 밀착적인 서비스를 도입하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사례로 살펴 본 '편의점 변주곡'


편의점의 변화는 2018년 현재 여기저기에서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븐일레븐’을 살펴보자. 세븐일레븐은 1988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상가에 한국 최초 편의점을 오픈한 이래 현재 약 9,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메이저 CVS 플레이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삼각김밥’을 최초로 런칭하여 주목 받았는데, 그만큼 빨리 시장의 흐름을 캐치하고 실행에 옮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세븐일레븐’은 고객층의 변화를 감지하고 여러가지 변형된 형태의 편의점을 출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과 명동 등지에 출점한 ‘도시락 카페’다.


 새로운 고객 니즈의 반영: ‘도시락 카페’

식품류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에는 간편식품을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편의점 즉석식품류는 대부분 컵라면과 즉석김밥, 샌드위치 류에 한정되어 있었고, 취식 공간의 위생상태도 깨끗하지 못했다.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을 경우 잠시 들렀다가 후딱 먹고 나오는 고객들에만 집중한 것으로, 위생과 편의 등 다른 만족 요소들은 모두 소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락 및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데 보다 깨끗하고 안락한 식사를 원하는 고객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김혜자(GS25), 백종원(CU), 걸스데이 혜리(세븐일레븐) 등 ‘어머니’, ‘쉐프’, ‘고달픈 청춘’을 대표하는 유명인 모델을 기용하여 편의점 도시락의 품격을 높이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밥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인 ‘밥 소믈리에’를 채용하여 ‘편의점 도시락 밥은 저급’이라는 인식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프리미엄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카페’를 도심 속에 오픈함으로써, ‘간편하지만 제대로’ 먹고 싶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내놓게 되었다.


[Photo : 서울 파이낸스]


‘도시락 카페’에는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은 물론, 커피 판매대가 갖추어져 있어 식사를 마치고 커피와 디저트까지 곁들일 수 있다. 현재 이러한 컨셉의 도시락 카페는 아직 전국에 몇 되지 않지만, 확장된 매장 공간 내에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하여 별도의 식사 섹션을 가지고 있는 편의점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② 구매의 편의를 넘어 생활의 편의로, ‘미니 세탁소’

앞서 살펴본 ‘도시락 카페’는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효자 노릇을 한 즉석식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실 마냥 생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살펴본 ‘미니 세탁소’는 다소 파격적이다.

 

‘세븐일레븐’은 2017년 1월, 용산에 있는 한 점포에 ‘펭귄하우스’라는 이름의 무인 세탁 보관소를 개설했다. 이용 원리는 간단하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세탁물의 종류를 입력하고 세탁물을 투입하면, 2-3일 내에 세탁물이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고객에게 도착한다. 세탁은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통카드를 포함한 다양한 지불방법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24시간 오픈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언제든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도시락 카페’와 마찬가지로 아직 많은 매장에서 찾아보기는 쉽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편의점이 ‘구매의 편의’를 넘어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Photo : 서울 파이낸스]


③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확장: ‘0720’

마지막으로 살펴볼 사례는 2017년 3월 런칭한 화장품 PB 브랜드 ‘0720’이다. 앞의 두 사례는 매장 내에 직접적인 공간 확보를 통해 변신을 꾀했다면, 이번 사례는 고객들이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구입하지 않을 듯한 상품군에 대한 도전기다. ‘세븐일레븐’의 비식품군 매출 비중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데, 이는 고객들이 편의점을 찾는 이유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서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현재의 유통 시장은 채널 간 카테고리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편의점처럼 예전부터 다양한 SKU를 취급하는 것에 익숙한 채널이라면 지속적인 저변확대를 통해 제품군을 늘려나갈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더욱이 위생용품이나 스타킹 등 여성 생활용품을 상시 취급했던 채널이기 때문에 카운셀링이 필요 없는 간단한 화장품류의 입점은 파격적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Photo : 아시아투데이]


‘0720’은 ‘이거레알’의 초성만을 딴 신조어인 ‘ㅇㄱㄹㅇ’을 뜻하기도 하고, 편의점 주 고객인 학생, 직장인들에게 가장 바쁜 시간인 아침 7시 20분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현재는 틴트, 팩트, 아이라이너, 클렌징 티슈 등 아침 시간에 간편한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는 상품 20여 종 내외만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향후 얼마든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편의점인가


① 인구 구조의 변화와 규모의 확장

위에 살펴본 변화는 모두 고객과 유통 변화에 따라 나타난 사례다. 실제로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슬프지만 우리 주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자취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1인분 요리를 위해 장을 보러 나가 소량의 재료를 높은 단가에 구입하고, 시간을 들여 조리를 하는 것은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그리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 번듯한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 역시 심리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편의점에 주로 찾아왔다면, 이제는 시간뿐 아니라 함께할 누군가가 없는 사람들도 편의점을 찾고 있다. ‘도시락 카페’의 등장은 조금씩 표면화된 인구 구조와 사회현상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Photo : 고독한 미식가 중 한장면


실제로 편의점 점포 면적은 해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GS25의 신규매장 평균 면적은 2013년 59㎡에서 2016년 69㎡로 해마다 증가했으며, 다른 편의점 업계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편의점 내에 새로운 접객 시설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니 세탁소’의 경우 세탁물 집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향후 인구 변화에 따라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가 편의점에 더욱 집약될 경우, 서비스 공간 마련을 위해 매장의 확장은 물론 효율적인 디스플레이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② Test & Learn 구현의 용이성

편의점은 면봉부터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잡화점식 구색을 갖추고 있고, 상품의 재고회전이 매우 빠르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신선식품을 취급하면서 쌓아온 배송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본사의 매장 직원이 몇 개 매장을 담당하며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각 매장에서 수집된 정보들을 집적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되어 있다.


[Photo : 서울경제]


이는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들이 추구하는 ‘Test & Learn’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집된 고객의 VOC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촘촘한 유통망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침투시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을 편의점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셈이다. ‘0720’과 같은 실험 역시 편의점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바쁜 학생, 직장인’ 타겟의 ‘퀵 메이크업’이라는 심플한 USP를 내세워 주문 생산된 화장품이 전국 9,000여 개 매장에 빠르게 유통됨으로써 쉽게 시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취급하는 상품 카테고리와 브랜드가 많지 않고, 제한된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망에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전략이다.



일본 편의점은 사회 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편의점 문화를 발전시킨 일본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깊숙이 실감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급격한 인구변화를 겪으며 1인 가구의 증가, 노령화를 겪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편의점 의존도는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편의점 매출은 2008년에 백화점을 추월하여 2016년에는 두 배를 넘어설 정도로 편의점은 일본 시장의 No.1 유통채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30대 이하 방문객 비중이 1990년에 62%에서 2016년 25%로 감소했을 정도로 50대 이상의 고령 인구층이 편의점의 주 고객이다. 따라서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고령층, 특히 독거노인층에 특화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내 ‘세븐일레븐’ 점포에는 슈퍼마켓 수준의 채소와 청과류를 취급하고 있으며, 대형 쓰레기 반출, 열쇠 인도, 전구 교체 등 심부름 센터와 같은 서비스 역시 지원하고 있다. 공공요금 수납 대행, 사진 인화, 택배 서비스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이동 편의점’까지 도입되었다.


 

[Photo : 조선비즈]


매장자체도 미래형 점포인 '무인편의점'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모바일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국가로 이미 QR코드로 모든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알리바바, 탄센트 등 인터넷 기업 및 IT 스타트업이 유통업계와 손잡고 무인편의점을 확장해가고 있다. 일본은 인구감소와 인건비 증가 등 사회변화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하고 무인편의점으로 구조자체를 바꿔가고 있다. 




편의점의 미래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일본은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화와 경제정책, 도시개발, 인구정책 면에서 우리가 많이 벤치마킹했던 시장 모델이기 때문에, 일본의 현재 모습이 근 미래의 우리의 모습과 유사할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10여 년 전의 일본처럼 한국의 고령화와 가족 해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쁜 학생,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은 조만간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변모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재 파일럿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도시락 카페’, ‘미니 세탁소’, ‘0720’과 같은 서비스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서비스들도 Test & Learn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나가야 할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편의점은 브랜드에 따라 적게는 수 천 개에서 많게는 만 개 이상의 점포를 거느린 점 조직과 같은 유통망을 거느리고 있다. 이 하나하나의 고객 접점에서 수집되는 정량, 정성의 데이터들은 고객의 선호와 욕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삼각김밥’과 같은 걸출한 메가 히트 상품도 등장할 것이고, 인구 변화에 따라 미래의 편의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얼마든 추측할 수 있다.


편의점 매장 자체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이마트24가 지난해부터 야간 한정으로 몇 곳은 시범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최근 잠실 롯데월드에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개장했다. 미래형 편의점을 위해 통신사와 협업, AI도입 등 편의점이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하는 기술과 결합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편의점의 변신은 그냥 단순한 ‘새롭고 재미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싸고 있는 것은 인구 변화로 촉발된 고객 니즈의 변화, 그리고 유통질서의 변혁이라는 큰 틀이라는 점을 우리는 상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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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기사


1. ‘세븐일레븐’의 변화 사례를 소개한 롯데그룹의 블로그

http://blog.lotte.co.kr/30418


2. 다양한 고객 니즈를 수용하는 현대 편의점의 역할에 대한 기사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6072498061#Redyho


3. 무인 편의점의 등장을 통해 편의점의 미래에 대해 고찰한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1/2018050102469.html


4. 일본 편의점의 변신에 대해 다룬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9/2017032902686.html#csidx840daa624499b10b1eab875a7ddd8d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7/20170517000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