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맞는 새로운 녹지공간 해결책. 스토리텔러가 된 포켓 파크 


스토리텔러가 된 포켓 파크, 

도시에 맞는 새로운 녹지공간 해결책으로 등장하다 



얼마 전부터 초록빛 풀이 무성한 카페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벽걸이용 식물과 사람보다 큰 대형 관엽식물로 가득한 카페는 사람이 앉을 자리보다 식물이 차지한 자리가 많을 정도였다. 근래 유행하던 새하얗고 미니멀한 카페에도 식물은 빠지지 않았다. 그런 곳엔 으레 거대한 몬스테라나 아레카야자, 알로카시아 화분이 있었다. 이처럼 식물을 인테리어에 접목한 플랜테리어(Planterior)는 외식업뿐 아니라 전시 공간, 브랜드 매장, 사무실, 주택 등 다양한 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SNS의 등장과 함께 감성적인 녹빛의 일상을 전시하려는 니즈가 플랜테리어의 성장에 가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플랜테리어의 자연 친화적 공간이 주는 정서적 안정과 만족감은 아스팔트와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의 현대인들에게 절실한 참이었다. 지금의 사람들은 아름답고 특이한 식물이 가득한 카페와 식당을 즐겨 찾고, 집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을 검색하며 자신의 공간을 녹색으로 꾸민다. 도시의 삭막함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 간다. 




작은 땅을 주머니 삼아 알차게 채워 넣는 포켓 파크


그런 면에서 포켓 파크(Pocket Park)는 도시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하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작은 공원'을 뜻하며, 외국에서는 'Mini Park', 'Tiny Park' 등으로도 불리며 한국에선 쌈지 공원으로 자주 쓰인다. 주로 도시나 마을의 길모퉁이,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보행 공간 그 외 자투리땅에 조성한다. 수용 인원도 1000명 이내라 포켓 파크란 이름이 꼭 어울린다.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는 휴식, 문화, 놀이 공간이자 중요한 도시 콘텐츠인 포켓 파크는 작은 부속 공간 대신 독립적 공간으로서 현대인의 생활 질을 개선한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며 악화하는 도시 주거 환경의 해결책

이전 시대에는 산업 시설 위주의 급격한 도시 개발로 주변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자연히 도시는 삭막하고 인위적인 회색으로 변해갔다. 게다가 인구 과잉 및 주거 환경 밀집화로 공공부지가 급감했고, 도심이 확장될수록 상업 및 서비스 기능이 주거 범위를 파고들었다. 점차 악화하는 주거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녹색은 가로수, 혹은 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대형 공원뿐이었다. 특히,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의 도시는 아파트 단지에 공원을 갖춰놨더라도 외부인 출입을 금해, 시민들에게 열린 공공 공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포켓 파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맨해튼에 최초의 포켓 파크가 등장한 것이 1967년이다. 


맨해튼 빌딩 숲 사이로 나타난 최초의 포켓 파크

1967년, 미국 맨해튼의 팔레이 일가 빌딩 사유지에 폭포 소리로 가득한 포켓 파크가 나타났다. 390㎡ 면적의, 그러니까 120평이 채 안 되는 자그마한 자투리땅에 인공 폭포와 담쟁이덩굴, 나무, 탁자와 의자 등을 채워둔 이곳은 최초의 포켓 파크인 팔레이 파크(Paley Park)다. 공원 안쪽을 차지한 6미터 이상의 대형 폭포가 내는 시원한 폭포 소리는 시끄러운 도시 소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 팔레이 파크는 도시의 환경 개선과 시민들의 활발한 사회작용 자극 등 포켓 파크의 효과를 증명했고,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공공장소 중 하나로 종종 꼽히면서 이후 다양한 포켓 파크를 양산했다. 


[Photo: Project for Public Spaces]



포켓파크 사례 소개 



A. Mid main park / 밴쿠버, 캐나다 


[Photo: ©HAPA Collaborative]


상가와 주택으로 빽빽한 밴쿠버 메인 스트리트, 그 사이로 편안히 자리 잡은 포켓 파크. 2016 밴쿠버 도시디자인 어워즈의 도시 요소 부문을 수상한 미드 메인 파크다. 수십 년 전 그 자리에 있던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Palm Dairy and Milk bar'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밀크 바의 흔적이 느껴지는 파크를 만들었다. 


[Photo: ©HAPA Collaborative]


우유 거품 모양의 도로 표면, 밀크 바의 시그니처 컬러로 칠한 오렌지레드의 빨대 모양 조형물, 밀크 바에서 쓰던 바 스툴을 보며 어른들은 동심에 젖고 아이들은 새로운 삶의 역사를 쌓아간다. 또한, 콘크리트 도로는 도시의 빗물을 투과시켜 하수도로 배출되는 빗물의 유출을 감소시키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Photo: ©HAPA Collaborative]



B. Kiriake miniature water park / 규슈, 일본


[Photo: ©Toshiyuki Yano]


나무와 풀이 전혀 없는 포켓 파크는 도시 미관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녹색 공원 대신 푸른 물의 공간을 만든 일본 건축가 타카오 시오츠카는 키쿠치 지역의 농업 수로에서 물을 끌어온 키리아케 미니어처 워터 파크를 만들었다. 돌과 모래로 산수를 풍경화한 일본 정원 ‘가레산스이かれさんすい’를 떠올리게 하는 백석의 아름다운 워터 파크는 물웅덩이와 연못, 쉼터, 캐노피, 벤치, 공중화장실 등을 전부 돌로 만들었다. 얕게 패인 웅덩이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어른들은 발을 담그며 담소를 나누며 이 작은 공간은 마을의 중요한 교류 공간이 된다.


일본은 이미 80년대부터 포켓 파크를 마을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다양한 형태의 개발을 시도했다. 공원에 녹지를 조성해 쾌적함과 푸른 경관을 즐겼지만, 사후 조경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컸고, 소홀한 관리로 방치된 공원이 우범 지역으로 바뀌는 등의 경험들은 키리아케 파크가 태어난 배경이었다. 키리아케 파크는 관리할 수목이 없어 녹지 관리에 필요한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며, 시야를 으슥하게 가리는 구조물 없이 오픈형으로 설계해 범죄 발생을 방지한다. 또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오래된 지구에 공원을 찾아오는 새로운 유입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마을 재생의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Photo: ©Toshiyuki Yano]



C. Pop-up pocket park / 헤이그, 네덜란드


[Photo: POP UP CITY]


오늘날 도로 위에는 6억 대 이상의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자동차는 도시인에게 자유와 함께 수많은 문제를 선물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주차 문제다. 도시에서 주차장이 차지하는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헤이그시는 세흐브룩(Segbroek) 지역의 한 주차장을 6개월 간 팝업형 포켓 파크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6만 유로를 들여 차가 세워져 있던 공간에 이동형 대화 공간 모델 ‘DeBatMobiel’을 설치해 꽃과 풀로 채우고, 곳곳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친환경적 공간을 꾸렸다. 


물론 주민들의 차량은 다른 곳에 무료로 안전하게 보관하고, 빈 곳은 주민들이 원하는 컨셉과 목적대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지원했다. 당장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소수 주민의 격렬한 반대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켓 파크가 만들어낸 세흐브룩의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는 프로젝트 반대에 서명하던 주민 수를 점차 줄여나갔다. 자동차 대신 공공 교통과 자전거를 사용한 주민들이 녹색 교통에 익숙해지고, 포켓 파크를 통해 도시 녹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케이스다. 또한, 이동형 대화 공간에 모여 이 팝업 프로젝트에 관해 토론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지역 커뮤니티가 강화된 것 역시 포켓 파크의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Photo: POP UP CITY]


“인간은 공간을 형성하고 공간은 인간을 형성한다”

- Winston Churchill


녹색 공원이 필요한 현대 도시

도시인들의 쾌적하고 문화적인 도시 생활을 위해 세계보건기구 WHO가 제시한 1인당 공원 면적은 9㎡다. 올해를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7.6㎡을 기록한 반면, 영국은 24.2㎡에 달한다. 다른 선진국의 상황도 영국과 비슷하다. 생태적 요건을 갖춘 공원은 도시의 고질병인 대기오염과 열섬효과를 완화하고, 잿빛 도시를 살아가는 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음악회와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여가 공간의 모습을 가졌다가도, 책 몇 장을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기다림의 자리를 내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에서 공원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중요하다. 센트럴 파크는 뉴욕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었고, 뤽상부르 파크는 파리의 가장 로맨틱한 명소로, 하이드 파크는 런던의 전통적인 집회 장소로 자리 잡아 도시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면적의 공원 부지 마련과 신중한 레크리에이션 설계라는 여러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조성 후 관리에 필요한 비용 부담도 가볍지 않다. 


그에 비해 포켓 파크는 면적은 작지만, 밀크 바를 주제로 한 미드 메인 파크처럼 오히려 자유로운 컨셉 구상 범위가 넓다. 포켓 파크는 규모 면에서 효율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대형 공원과 같은 생태 요소를 취하면서도, 어떤 콘텐츠를 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공간적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나무와 벤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된 포켓 파크도 좋지만, 다양한 규모의 도시 지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지역이나 문화 예술 요소를 결합한 포켓 파크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포켓 파크는 도시인들의 새로운 추억과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도시 콘텐츠다. 도시 과밀화 현상이 만들어낸 심리적, 육체적 도시병을 해결할 수 있는 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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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기사


Advice: Planning for pocket p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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