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파괴된 항구도시에서 현대 문화도시로 <일본 요코하마> 


도시개발의 재발견


부동산 개발 전성시대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도 크고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판다. 이미 개발이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대도시에서도 더 무엇을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비좁은 땅덩어리 위에 또 다시 기존보다 더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어 올린다. 마치 더 높고 큰 건물이 도시개발의 정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성공의 매뉴얼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넓은 길을 정비하고 높은 마천루를 건설하는 것만이 도시개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번 <도시개발의 재발견> 시리즈에서는 세계의 오래된 도시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의 도시개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더불어 이름만으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세계의 다양한 도시 속에 숨겨져 있는 도시재생의 요소를 재발견하며 재미를 느껴 보았으면 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항구도시에서 현대 문화도시로 - 일본 요코하마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인 요코하마는 19세기 중엽 일본 최초로 미국에 의해 개항되어 상업 ∙ 공업 중심지로 발전한 도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절반이 파괴되고 그 이후 급격한 도시화 바람이 불던 1960년대 이후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요코하마는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공 디자인을 통해 과거 항구도시에서 현대화된 문화예술 도시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요코하마는 일본에서도 이른 시기에 개항을 한 도시이기 때문에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많았다. 또한 도쿄와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주말이면 도쿄 시민들이 주말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도시이기도 하다. 요코하마 시 당국은 이런 도시의 특징과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 미래 항구21 이라는 뜻의 <미나토미라이21> 전경 

[Photo: 요코하마 관광청 홈페이지]


먼저 요코하마 시는 도시디자인팀을 설치하고 도시에 공공 디자인 요소를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시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쾌적한 보행공간, 개방공간, 녹지 등을 확보하는데 힘썼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인 <미나토미라이21>과 <BankART1929>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다시 요코하마를 다시 생기 넘치는 도시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도심과 도심을 잇는 미래 항구 프로젝트 - 미나토미라이21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도심재생 사례의 첫번째 예로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가 있다. 요코하마는 1960년대 중반까지 산업의 중심지로 많은 인구가 타 도시로부터 유입되었다. 이에 주택과 교육 등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하여 도시개발을 추진하였고, 이후 20년간의 연구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1989년 개최된 요코하마 박람회 이후 박람회장과 시설물을 활용하여 미래형 도시지구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에서 시작되었다. 20년의 기간동안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진 조선소 등의 낙후된 시설은 주변으로 옮기고 빈 요코하마 항과 주변 지구 약 10만 m2을 매립하여 그 공간에 업무와 쇼핑, 음악과 미술,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때 만들어진 니혼마루 기념공원, 독야드 가든, 요코하마 미술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콘서트홀, 요코하마 아이 등은 지금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스폿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목할 점은 땅을 매립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은 곳도 있지만, 일부는 기존에 있던 건축물이나 조선소, 범선 등을 그대로 재활용하였고, 이 곳들이 새로 건축한 곳보다 더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기존 건물과 시설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미나토미라이21>의 두 곳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카렌가 소고(창고)


▲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아카렌가 소고(창고) 외관


1911년 부두창고로 지어진 이곳은 해상 무역을 통해 오가던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제2차 세계대전당시에는 미국에 의해 미군 항만 사령부로서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보관하는 역할도 했으며 이후 1970년대 건물의 창고역할이 감소되면서 건물의 창고 용도가 폐지되고 잠시 휴면상태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요코하마 시 당국이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정부로부터 창고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였고, 2002년 외관은 살리고 내부만 개조하여 리뉴얼 오픈했다.


창고는 두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안에는 패션, 잡화, 악세서리, 미용 등 다양한 구성의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한 40여개의 상점들과 함께 중식, 일식, 양식을 골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그리고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카페들이 약 20여개나 비치되어 있다. 1호관에는 댄스, 음악 등의 문화예술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홀이 마련되어 있고, 1호관과 2호관을 연결하는 이벤트 광장에서는 일본의 옥토버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요코하마 옥토버 페스트” 를 비롯한 시즌 이벤트가 개최된다. 요코하마는 개항기 때 처음 일본에 재즈를 들여놓은 곳인데, 이러한 고장 명성에 걸맞은 다채로운 재즈 공연이 항상 열리기도 한다.


▲ 아카렌가 소고(창고) 내 입점한 모자 브랜드 ‘override’ 와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bills’


이렇듯 약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창고는 현재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상징적인 건물로 젊은 관광객들이 요코하마에 오면 꼭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아카렌가 소고는 2007년에 근대화 산업 유산으로 인정받았으며, 2010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유산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랜드마크 타워 - 독 야드(Dock Yard) 가든


랜드마크 타워는 높이 295.8m에 달하는 요코하마 초고층 빌딩으로 일본에서 두번째로 빠른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딩이기도 하다. 이 건물 최고층에는 호텔이 있고, 69층에는 전망대, 48층 이하는 식당, 상가, 병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에 이 건물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 랜드마크 타워 건물 층별 구성과 독야드 가든 위치 

[Photo : 랜드마크 타워 홈페이지]


지하 1~2층의 ‘독야드 가든’은 1896년에 만들어진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선용 석조(Dock, 조선소 겸 수리시설)을 복원하여 만든 공간이다. 길이 약 10m, 폭 약 29m에 달하며, 복원 후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 곳은 여러 먹거리가 있는 레스토랑 구역으로, 매일 프로젝션 매핑 쇼가 펼쳐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미라토미라이21> 프로젝트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약 4년간 진행되었으며, 아카렌가 소고나 독야드 가든과 같이 개항기 시절 건축물과 항구의 특성을 활용한 시설을 통해 도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와 요코하마 시, 민간기업, 비영리기구가 공동으로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민관 협력 모델이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이 달랐다. 정부와 요코하마 시는 매립 및 항만 정비 등의 기반 시설 조성과 공공시설 건립을 주로 담당했고, 민간기업은 업무 및 상업, 문화시설을 개발했다. 이러한 역할분담은 프로젝트에 탄력을 주면서도 균형을 잡는 기능을 했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협업과 철저한 업무분담도 요코하마의 도시재생이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주소: 410 Taisei building, 3-61 Aioicho, Naka-ku, Yokohama 231-0012

홈페이지: http://minatomirai21.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inatomirai21

블로그: http://minatomirai21.com/blog



낡은 은행 건물이 젊은 예술가를 위한 미술관으로 - BankART1929


▲ 1953년 세워진 일본 우선 주식회사의 원래 창고. 2006년 건물 일부분을 리노베이션하여 예술공간으로 전용했다.


<BankART1929>는 1929년 건립된 구 제일은행 건물에서부터 시작된 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2004년부터 요코하마시에서 제공하는 건물을 젊은 아티스트에게 스튜디오로 빌려주고 이 곳에서 각종 전시와 강좌 개최, 상점과 카페 등을 운영한다. 잡지사의 사진 촬영이나 패션쇼 장소로도 각광받으며 대관 사업도 진행했다. 예술가들이 머물 수 있는 레지던스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학교도 운영하여 지금까지 약 300여개의 강좌를 통해 4,50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을 마쳤다. 수강 종료 후에도 강사와 학생 사이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도 한다. 


   

▲ BankART School 모집 브로슈어 메인 이미지, 강좌는 주 1회 2개월간 총 8회 진행되며 약 20명 내외를 정원으로 받는다.


현재까지 제일은행 건물에서 인근의 낡은 건물까지 영역을 확장해 전시를 지원해 나가고 있으며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150여개의 근대건축물을 재생시킨다는 큰 계획아래 거점공간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09년 4월 이후 본사를 ‘BankART Studio NYK’ 로 이전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BankART NYK 내 상점과 카페, 펍의 모습


<BankART1929>는 예술가들이 제안한 도시 개선 프로젝트 중 일부를 실행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900개의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고 그 중 300여 개를 실행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이 곳은 점차 사람들이 오가며 차를 마시고 전시를 관람하는 공간이자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 프로젝트는 요코하마의 낡은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활용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도시가 지닌 역사성과 도시성을 모두 살리면서 문화예술을 활용해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운영비 중 일부(연간 운영비의 약 10%)는 요코하마 시에서 제공하며 일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BankART1929>측에 일임했다.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 본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자 더욱 풍성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BankART1929>는 자체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연 9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 BankART 1929의 다양한 활동모습


위 두가지 방침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요코하마 시에서 일부 운영비를 제공하면서도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정부의 색깔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 방침은 관람객에게도 질 좋은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져 자체 수익금을 내는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또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해가며 사업을 추진한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은 다른 나라의 도심재생을 진행하는 공공과 민간이 참고해야 할 사례가 될 것이다.


주소: 410 Taisei building, 3-61 Aioicho, Naka-ku, Yokohama 231-0012

홈페이지: www.bankart1929.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ankart1929/

블로그: http://bankart1929.seesa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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