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콘텐츠, 뉴미디어 시대의 벽을 뚫다. Part 2 


글자 콘텐츠, 뉴미디어 시대의 벽을 뚫다

"온라인에서 태어난 글자들"        


지난 1편인 “종이책이 들고 나선 세 개의 창”에서는 이미 출판되어 물리적인 매체로 시장에 나온 종이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글자들은 어떻게 경쟁해야 할까. 매력적인 콘텐츠 창작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거나, 디지털 요소를 창의적으로 결합한 글자 콘텐츠를 만들어야 유저가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태어난 매력적인 글자를 독창적으로 발행하고 확산시키는 세가지 플랫폼을 만나보자.  



A. 창작을 보상하는 플랫폼 <Steemit> 

B. 읽고 싶은 비주얼 미디어 <Quartz>

C. 소설을 쓰는 소셜 미디어 <Wattpad>       



A. 창작을 보상하는 플랫폼, Steemit 


https://steemit.com 



계약을 맺은 작가나 기자가 아니고서야 SNS에 글을 써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전문 지식이나 논리적인 의견, 소소한 일상 중 무엇을 쓴다해도 작성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글이나 좋아요가 눌린 숫자에 그친다. 특별한 결과물 없이 사라지는 콘텐츠에 보상을 주어 보존하고 성장시키면 어떨까. 질좋은 글을 쓴 유저, 좋은 글을 캐치해 퍼뜨리는 유저, 댓글과 대댓글을 달며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유저 모두에게 암호화폐를 주는 스팀잇Steemit은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가능성을 열었다. 콘텐츠의 질만 보장된다면 누구든 정당한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 매커니즘은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했다.



스팀잇에서는 누구든 글을 쓰면 해당 콘텐츠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글이 좋다면 받은 추천수만큼 스팀잇의 암호화폐인 스팀Steem, 스팀파워Steem Power, 스팀달러Steem Dollar 중 원하는 것으로 보상 받는다.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 암호화폐를 채굴하듯, 능력을 발휘해 창작한 콘텐츠를 곡괭이 삼아 암호화폐를 캐는 과정이다. 이렇게 모은 스팀은 이를 취급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스팀잇에는 블록체인 관련 글 뿐 아니라 여행기, 맛집 후기, 직업 정보, 경제 지식, 일상 웹툰 등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스팀잇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호응 확인과 금전적인 보상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더 많은 추천에 대한 욕구는 더 좋은 콘텐츠 창작을 불러온다. 타 SNS 채널처럼 광고가 있는 것도 아니니 콘텐츠 창작 행위에 강력한 동기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여기에 추천과 피드백, 친목 활동 등 일련의 커뮤니티 활동도 금전적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발화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콘텐츠를 추천하면 자신의 타임피드에 저장되므로, 좋은 글을 골라 추천하며 나만의 큐레이션을 꾸리는 유저들의 활동은 콘텐츠의 질적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 창작과 경제활동에 공감과 소통까지 결합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셈이다. 가장 성공한 퍼블릭 블록체인 창작 플랫폼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이유다.



B. 읽고 싶은 비주얼 미디어, Quartz 


https://qz.com  



미국의 온라인 경제 전문 매체 쿼츠Quartz는 글을 전달하는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비주얼 콘텐츠에 사활을 걸었다. 도박이라기엔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보다 더 높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쿼츠의 콘텐츠는 기존의 미디어가 뉴스를 전달하던 방식의 정반대 방향을 추구한다. 글자로 이루어진 모든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독자가 쉽고 쾌적하게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총체적 결과물이 쿼츠를 비주얼 미디어의 강자로 만들었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고 사람들의 습관이 달라졌다.  콘텐츠 패키지가 해체되고 뉴스가 맥락을 잃고 파편화된 채로 떠돈다. 그럴수록 패키지를 다시 구성하고 맥락을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행간을 놓칠 일 없는 장문의 기사에 깊고 넓은 분석을 곁들인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기사를 선호하는 층도 있겠지만, 그런 부류의 기사 정독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도 제법 있다. ‘쿼츠 커브The Quartz Curve’ 전략은 500 단어 이하와 800 단어 이상의 두 가지 기사만 배포한다. 짧은 기사는 누락을 최소화해 내용을 확실히 하고, 긴 기사는 구체적인 통찰력을 제대로 담아 고른 독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한다. 대신 그래픽과 차트 등의 비주얼 콘텐츠에 힘을 줬다. 한 해에만 4천 개의 차트를 만들었고, 유저가 자유롭게 무료로 차트 형식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아틀라스Atals’ 플랫폼도 런칭했다. 뉴욕타임스와 홈페이지만 비교해봐도 큰 시각적 차이를 보인다.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쿼츠 홈페이지]


일반적인 경제 매체처럼 국제, 경제, 금융 등으로 기사를 분류하는 대신 기자의 시각과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옵세션Obsessions’으로 콘텐츠를 나누는 것 또한 쿼츠의 매력이다. 와이어드, 뉴요커, 모노클을 좋아한다는 케빈 딜레이니Kevin Delaney 편집장이 매거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옵세션’은 ‘Machines with Brains’, ‘Economic Imbalances’, ‘The New Magnates’, ‘Crypto’처럼 독특한 분류를 제시해 독자의 탐색 시야를 넓힌다. 정형화된 기사 문구와 구성도 회피 대상이다. 인공지능이 실적발표를 분석한 듯한 기사 대신 점잖지 못해도 유쾌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의 저널을 지향한다.


딜레이니 편집장은 쿼츠가 경제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긴 하지만, ‘경제’가 쿼츠를 읽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독자는 경제업에 종사하는 ‘사람’인 만큼 독자군의 행동 데이터를 세밀히 분석했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패션, 음식, 여행, 예술 콘텐츠를 쿼츠의 주무기인 비주얼 콘텐츠와 결합해 전해주는 뉴스레터 ‘쿼치Quartzy’는 실제 오픈율이 제법 된다. 요즘 뉴스레터를 누가 꼼꼼히 읽겠냐만, 쿼츠의 뉴스는 재미있게 읽히는 희소성이 있다. 비효율적인 콘텐츠 축적 플랫폼이 아니라, 소화하기 쉽고 명확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바로 쿼츠다.



C. 소설을 쓰는 소셜 미디어, Wattpad


https://wattpad.com



50개 언어 서비스, 작가 250만 명, 월간 유저 6500만 명, 소비 시간 200억 분, 4억 편의 웹 소설. 소설을 쓰는 소셜 미디어 왓패드Wattpad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숫자다. 2006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영미권 스토리텔링 플랫폼인 왓패드는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창작 등용문이다. 누구나 무료로 글을 쓸 수 있는 판을 만든 뒤 창작자, 유저, 기업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 역사, 액션, 유머, 팬픽션,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공상과학, 페미니즘, 청소년소설 등 모든 장르의 소설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온다.


스팀잇이 창작자에게 암호화폐로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면 왓패드는 저작권을 부여한다. 만일 창작가가 브랜드와 콘텐츠 계약을 맺는다면 왓패드와 수익을 나눠 갖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창작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여기에 창작자와 유저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한다. 기업은 왓패드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 환영받는 스토리, 지역 현상 모두가 상업적인 데이터기 때문이다.


[Wattpad]


[Raccoon]


[The Kissing Booth]


오리지널 콘텐츠를 창작하고 소비하는 왓패드를 기반으로 다른 서비스도 끊임없이 내놓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좀 더 심층적이고 획기적인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하는 ‘Wattpad Lab’, 텍스트와 이모지를 활용해 메신저로 소설을 풀어나가는 채팅형 북콘텐츠 ‘Wattpad Tab’,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베스트 콘텐츠를 시상하는 ‘Watty Awards’, 스토리텔러가 화면에 직접 등장해 자신의 실제 경험을 공유하는 논픽션 동영상 스토리 ‘Raccoon’은 특별한 콘텐츠 소비에 목마른 디지털 네이티브를 불러모은다.


그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협력해 스토리를 발굴하는 ‘Wattpad Studio’와 브랜드 파트너십을 ‘Wattpad Brand’ 창작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서비스다. 왓패드의 콘텐츠는 AT&T, 코카콜라 등 빅 브랜드의 캠페인 공모전부터 투자기업, 영화 스튜디오, 비디오 콘텐츠 제작사,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와 연결된다. 글자로 쓰여졌던 콘텐츠들은 책, 쇼, 영화, 드라마, 광고 영상, 게임 등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모태가 된다. 19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왓패드의 ‘The Kissing Booth’는 넷플릭스 영화로 재탄생되어 IMDb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탄생한 콘텐츠가 디지털 브랜드에서 재가공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순간이다. 왓패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태어난 온라인 글자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오늘 살펴본 세 가지 사례 중 글자만 발행하는 플랫폼은 없었다. 완전한 신기술인 암호화폐부터 인포그래픽, SNS 요소 등 뉴미디어 시대의 모든 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해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네트워크 형성 기회, 인센티브 메커니즘이 가능한 환경을 갖췄다.  어쩔 수 없는 뉴미디어 시대다. 유저가 쓰고, 읽고, 퍼뜨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디지털 요소가 극대화되지 않는다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에 최적인 글자 콘텐츠 플랫폼이 된다. 글자의 단순 생산보다는 창작의 확산과 재생산을 목적으로 두자. 뉴미디어 시대의 정보 파급력이라면 아직 다른 이가 생각지 못한 확산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글은 읽는 이가 있어야 존재 가치가 생긴다. 즐겁게 읽히기 위해서는 글을 건네는 방식부터 바꿔보자. 뉴미디어는 뚫을 상대가 아니라 활용할 상대다.      



fromA comments  


종이책에서 전자책, 그 이후의 더 발전된 플랫폼이라 생각하며 읽게 되었는데 이제 가상화폐까지 연결된다는 내용에서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얼마 전 왓챠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해 포인트를 코인(가상화폐)으로 지불한다는 기사도 떠오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 전천후 믿맡 디자이너 (홍**/ 30대 여)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네요. "편지가 이렇게 길어져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짧게 쓸 수 있었을 텐데." 뉴미디어 시대에 흘러넘치는 숏 폼 콘텐츠에 대한 색안경을 벗게 해 준 그의 말이 이 기사를 보니 떠오르네요. 

- 유쾌한 야마 기획자 (최**/ 30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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