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키오스크가 만드는 기회와 위기 


 똑똑한 키오스크가 만드는 기회와 위기



출근길에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방문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많이 없는 것 같아 가게 한쪽의 키오스크를 통해 아침 메뉴와 커피를 주문한다. 업무를 열심히 보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회사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입구의 키오스크에는 실시간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정리되어 있고 특식이 있을 때마다 공지가 올라온다. 천천히 살핀 후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을 골라 결제를 마치고 식사를 해결한다.

오늘은 잠깐 짬을 내서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 점심시간 즈음의 병원 접수창구에는 언제나 대기 손님이 많다. 마침 키오스크에는 줄이 없길래 이를 이용하여 진료과목과 진료목적을 선택하고 접수와 수납을 마친다. 진료 결과 간단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검사 예약도 역시 키오스크를 이용한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대합실 한쪽에 마련된 시립도서관 키오스크에 들른다. 며칠 전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키오스크가 추천해주는 책을 훑어본다. 얼마 전까지는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최근에는 에세이 종류의 책들이 대세인 것 같아 가장 인기가 높은 에세이 책 한두 권을 빌려 집으로 돌아간다.


덕소역에 위치한 키오스크 기반의 스마트도서관

[사진 출처: 남양주시 공식 페이스북 계정]


위의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 가운데 ‘키오스크(Kiosk)’를 만날 수 있을 법한 일정을 가상의 이야기로 구성해본 것이다. 이처럼 키오스크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시설에 들어가면 널찍한 몸통에 터치가 가능한 커다란 화면의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사실 키오스크라는 신문물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었던 개념이라고 볼 수도 없다. 어찌 보면, 이전의 여러 기기가 가진 기능들을 합쳐 놓은 합체 로봇이라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키오스크의 적용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이다. 자판기처럼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 각종 정보와 위치를 알려주는 알림판의 역할, 접수와 예약을 도와주는 상담 창구의 역할 등 이 모든 것이 키오스크가 맡은 역할이다. 때로는 한 키오스크가 위의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키오스크가 다양한 역할로 대중을 만나고 있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키오스크를 ‘무인자동화기기’라는 포괄적인 단어로 번역하고 있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사실 키오스크의 보급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교육이 필요하며 저마다 성과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과는 달리, 키오스크는 많은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고 항상 똑같은 퍼포먼스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키오스크 산업협회에서는 미국의 키오스크 관련 산업 매출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15년 46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880억 달러까지 성장하리라 전망한다. 이러한 자료는 지금보다 키오스크가 산업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더 확장될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가 더욱 보편적으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아직은 키오스크만으로 담당하기 힘든 영역들이 더 많지만, 그 벽 또한 언제 어떻게 깨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긍정적인 전망의 키오스크는 현재 과연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까? 또한 그에 따른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키오스크가 만드는 다양한 변화


본래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키오스크라는 단어는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을 뜻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알라딘’을 비롯하여 중동을 주제로 한 영화를 살펴보면, 시장에서 상인들이 지붕에 햇빛을 가리기 위해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곳을 키오스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현대에 이르러 키오스크는 기차역이나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간이 판매대 혹은 소형 매점을 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이 간이 판매대 자리에 편의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키오스크의 개념도 달라졌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업무의 무인 자동화를 목적으로 하는 단말기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인 자동화기기 이전의 키오스크는 이러한 간이 점포를 의미한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직원 대신 입구를 지키고 있는 키오스크

[사진 출처: parabit.com/galleries-kiosks]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으로 인건비 절감을 들 수 있다. 키오스크의 월 대여료는 평균 15만 원 수준이다. 15만 원은 최저임금 기준 한 명의 직원이 약 18시간을 일해 받는 임금과 동일하며, 보통 하루에 7시간 정도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2.5일 치 정도의 비용이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15만 원이라는 비용으로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인건비에 민감한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각 점포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키오스크는 매장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이나 전시장 등의 안내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역할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단시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사람이 맡았던 역할을 훌륭히 대체할 수 있다.


직원을 대체하는 키오스크

[사진 출처: 위키트리]


또한 키오스크는 까다로운 주문이 있는 현장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식음료업계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주문이 보편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점에서는 고객들이 음료를 시키면서 각자의 기호에 맞게 저지방 우유나 두유 등 자신이 원하는 우유 타입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에스프레소 샷을 더 추가하기도 한다. 식당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토핑을 더 얹거나 원하지 않는 재료를 빼서 새로운 구성으로 메뉴를 주문하곤 한다. 이때 고객들은 종업원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기호를 설명하는 과정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 안에 주문 과정에 대한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 사실이나, 무언가 모르게 자신이 유별나 보이는 것을 꺼릴 수도 있고 혹은 종업원이 자신의 주문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때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은 그러한 죄책감과 의구심을 덜어줄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대부분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키오스크가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식음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전반적인 브랜드 체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현대자동차 모터 스튜디오’의 경우 키오스크를 이용해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차량을 디자인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차종, 색상, 옵션 등을 직접 키오스크를 통해 골라보고 자신에게 맞는 타입의 자동차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시각적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엔진음과 같은 청각 정보 또한 함께 제공하여 자동차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도 현대자동차의 제품들을 보다 친숙하게 기억하도록 한다. 

패션 산업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매장 운영에 큰 관심이 있다. 최근 롯데피트인 쇼핑몰에 자리 잡은 ‘위드인24’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위드인 24는 한국 패션 산업협회, 서울시,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하여 만든 차세대 의류매장 시범모델이다. 가상 피팅 솔루션이 가능한 이 시범매장의 제품 판매 과정에서, 키오스크는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가상 피팅이 이것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키오스크에 자신의 성별, 피부색, 체형을 입력하고 의류 정보가 입력된 룩북(Look book)에서 원하는 옷의 바탕을 고른 다음 각종 모듈을 기호에 맞게 추가하여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 이 매장에서 제공하는 의류 디자인은 총 16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제작했으며, 개인별 맞춤 주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성 브랜드보다 더 과감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키오스크 기반의 브랜드 체험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키오스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력 감축과 커스터마이징은 최근 시장의 키워드로 꼽히는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언택트 마케팅은 무인 자동화기기와 같은 비대면 기술을 사용하여 직원과 고객의 대면(Contact)을 최소화하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을 뜻하는데,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바람으로 언급되었던 개념이다. 키오스크, 간편결제, 인공지능 등과 같은 기술들은 이러한 언택트 마케팅의 바탕이 되고 있으며, 해당 기술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비대면 소비를 통해 대면 소비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 혹은 심리적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언택트 마케팅을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여 경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고객에게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듯 소비자와 기업 모두를 만족시키는 키오스크는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우리는 앞으로 키오스크를 더욱 자주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키오스크


키오스크를 더 폭넓게 도입하면서 당면하게 될 과제도 물론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디지털 약자의 기기 접근성 문제이다. 디지털 약자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을 일컫는 말인데 보통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그리고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디지털 약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 이는 해당 매장 혹은 기관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경우에는 오프라인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디지털 약자에 해당하므로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는 것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기기 사용이 미숙한 노인이 주문을 잘못 넣는 바람에 결제를 취소하기 위해 점원들을 호출하는 경우가 많고, 결제를 포기하고 매장을 나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유명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는 디지털 약자로서 본인이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체험기를 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키오스크 사용 체험기

더욱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키오스크를 물리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대부분 일반 성인의 키 높이에 맞추어 키오스크 화면이 높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이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무인 자동화기기가 보편화되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개정되면서 무인 자동화기기 설치 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힘을 최대 5파운드로 제한하여 힘이 부족한 노인들도 쉽게 이용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과 우리나라에서도 무인 자동화기기 관련 법 개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키오스크 관련 산업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차원에서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논의하는 등 더 많은 사람이 무인 자동화기기에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한 제조업체가 개발한 ‘냅 패드(Nav-Pad)’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패드는 시각장애인 혹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터치스크린 사용이 힘든 것을 고려해 방향키가 달린 패드를 키오스크 중 아랫부분에 설치하고 터치스크린이 아닌 버튼 조작으로도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음성 안내가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곳을 터치해야할 지 몰라 당황하던 시각장애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항공사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디지털 약자를 위해 낮은 위치의 스크린 및 냅 패드(Nav-Pad)가 도입되었다.

[사진 출처: Kioskindustry.org]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고려사항이 있다면 바로 인력 대체재로서의 효율성과 질적 효과다. 아무리 키오스크가 저렴한 대체재로서 사람의 일을 대신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얼마나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사람을 통해서 하면 10초면 끝날 수 있는 주문 혹은 요청을 키오스크를 사용해 처리하려면 몇 분이 훌쩍 넘을 때도 있다. 디지털 약자의 경우 십분 가까이 헤매야 끝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주문을 받는 직원 없이 키오스크로만 운영되는 매장이라면 이로 인해 주문 대기 줄이 길어질 수 있고, 정보제공 목적으로 운용되는 키오스크의 경우 얻고자 하는 정보를 찾지 못해 본 서비스의 이용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들은 ‘사람 냄새’ 나는 곳에 더 정을 주고 충성심(loyalty)을 가지기 마련이다. 많은 기업이 원활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전담부서를 두고 수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쉬운 예를 들어,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도 안내받지 못했다면 고객으로서는 손님에 대한 대접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개시(initiation)로서도 좋은 시작이라 볼 수 없다. 게다가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말없이 번쩍거리는 직사각형의 터치스크린뿐이라면 사람들은 더욱 삭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키오스크가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만족을 보장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키오스크는 분명한 시대의 흐름이다. 키오스크를 필두로 한 무인 자동화기기는 더욱 보편화할 것이며, 우리 삶 곳곳에 자리할 것이다. 키오스크가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그 변화에 대비하는지에 따라 키오스크는 호재가 될 수도 있고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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