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서울] ‘함께’의 가치로 마을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시도’,  

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 ‘함께’의 가치로 마을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성동구)

‘마디마디’ 인터뷰


성동문화재단의 지역문화진흥사업 ‘성동별곡’은 ‘우리 동네 성동 사람들과 함께 쓰는 문화의 노래’라는 정겨운 뜻을 담고 있다. 성동별곡은 2018년 성공적인 시즌 1을 시작으로, 2019년 시즌 2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성동별곡 기획단의 이름은 ‘마디마디’다. ‘마을을 디스커버리하고 마을을 디자인하다’라는 뜻의 ‘마디마디’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손을 맞잡고 성장하는 모습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디마디는 매해 선정된 성동구의 지역을 직접 발로 뛰고 탐험하며 각자의 재능을 살린 마을 잡지를 만들고, 지역의 활동가, 주민, 예술가들과 끈끈한 네트워킹을 구축해왔다. 작년에는 성수동과 옥수동을 중심으로 마을잡지 ‘성수 옥수’를 만들었고, 올해는 사근동과 용답동을 중심으로 ‘내를 건너 고개로’를 기획해 지역의 숨어있는 다양한 사람과 공간,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있다. 마디마디의 구성원들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지역문화진흥사업에 꾸준히 참여해왔으며, 지역 잡지인 ‘성수동 쓰다’와 ‘성동 여행’의 편집 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마디마디는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활력소' 대표이자 ‘독서 하브루타’ 강사 이미경,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시민참여팀장 이성일, 지역 잡지 ‘성수동 쓰다’의 편집장 원동업, 동시 작가 이희선, 일러스트 작가 최제희, ‘리버블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강민경. 3년간 다져진 단단한 팀워크와 경험을 통해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고 보석을 찾아내는 마디마디의 놀라운 기획은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화려한 이력을 떠나, 이들이 함께한 발자취로서의 3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까지 함께 만들었던 마을 잡지를 들고 (왼쪽부터 원동업, 이희선, 이미경, 강민경, 최제희)


지난 7월, 한창 잡지 제작 열기가 달아오르는 계절에 마디마디는 잠시 멈춰 3년간 함께 했던 기록을 돌아보았다. 이날은 6명의 구성원 중 5명(이미경, 원동업, 이희선, 최제희, 강민경)이 모였다.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다는 마디마디 팀은 서로의  말에 색을 덧칠해가며 친구들이 수다를 떨 듯 즐겁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라서 해낼 수 있었던 일, ‘마디마디’의 특별함


주위에서 ‘왜 그렇게 자주 만나냐’, ‘그만 좀 만나라’는 얘기를 농담으로 들을 만큼 마디마디 기획단은 서로 자주 본다고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마디마디 회의는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재밌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는 일이 '함께 모여 재밌게 노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매번 발전하는 마을 잡지를 만든다. 일에서뿐만 아니라 '가족 바로 다음의 우선순위가 마디마디'라고 말할 만큼 인간적으로도 끈끈한 믿음을 가진 사이다. 마디마디가 이들에게 왜 그렇게 특별한지, 계속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해보았다.



최제희: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집도 하고, 기획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다 있다. 그러니 모였을 때 ‘힘’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팀들도 많겠지만, 나에게 있어 마디마디에는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있다 보니 싸우는 일도 없다.

강민경: 우리 팀에는 에너지가 있다. 20~30대의 젊은 팀과는 또 다른 에너지다. 다양한 길을 걸어온 경험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경: 그래서 세대를 아우르는 잡지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모였기 때문에 마을 잡지를 계속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라서 해낼 수 있었던 일이다. 단순히 후속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끝없는 잡지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 끝없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꿈꾼다.  

원동업: 우리가 ‘한 팀’이 된 느낌. 지금 이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그렇게 느꼈다. 역할을 나눠서 모집한 것도 아닌데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서 한 팀이 되었고, 그때부터 잡지의 느낌도 확 변했다. 훨씬 더 좋아졌다. 마디마디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이 구성원들이 모였고, 이미경 선생님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마디마디’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잠시 어려움이 있어 멈추기도 했지만, 함께 본격적으로 모여서 우리 팀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던 그 시간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강민경: 실패의 경험이긴 했지만, 오히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미경: 맞다. 꾸준히 만나서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우리 팀이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만나면서 서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이희선: 이런저런 많은 모임에 가봤지만, 이런 조합은 없었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실 참 어려운데, 그걸 해낸 팀이다.

이미경: ‘다름’이 ‘같음’이 됐다. 전부 다 달랐던 사람들이 모여서 한마음이 됐기 때문에 우리 팀이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2017년 결성부터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마디마디 팀은 3년 동안 함께 작업했던 잡지들을 다시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찍었던 사진들과 기획했던 기사들, 일러스트와 디자인, 편집까지 모두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추억이 가장 많은 잡지로는 처음으로 함께 만들었던 ‘성수동 쓰다’ 시리즈와 성동구청에서도 인정받았던 ‘산 따라 물 따라 불편한 성동 여행’, 2018년 성동별곡 마을 잡지 ‘성수 옥수’를 꼽았다.


왼쪽부터 ‘성수동 쓰다’, ‘산 따라 물 따라 불편한 성동 여행’, ‘마을잡지 성수 옥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었던 ‘성수동 쓰다’는 3호까지 지금의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4호부터 지금의 마디마디 구성원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며 큰 전환점을 맞았고, 훨씬 더 발전한 마을 잡지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7호의 발간을 앞두고 있다. ‘성동 여행’ 시리즈도 계속해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왼쪽은 지역 잡지 ‘성수동 쓰다’ 1~3호, 오른쪽은 4호~6호. 확실히 4호부터 크게 달라졌다.


원동업: ‘성수동 쓰다’ 3호를 만들었을 때는 모두가 ‘수고하셨습니다’라고만 했다. 4호를 낸 이후에는 ‘우리도 이런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미경: 그렇게 해왔던 것을 바탕으로 작년에 마을 잡지 ‘성수 옥수’도 만들 수 있었다. ‘성수 옥수’는 정말 두툼하다. 이걸 만들고 나니 이제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강민경: ‘성수 옥수’에서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더 자유롭게 한 것 같다.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제작 규모가 큰 편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잡지들은 동네의 소규모 카페들과 마을 도서관, 독립책방, 문화 예술 공간을 통해 주민들과 만난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마디마디 팀들이 직접 뛰면서 의미 있는 공간에 잡지를 배치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잡지를 건넨다. 전에는 잡지를 받아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마을 잡지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원동업: 마을 도서관을 가도 마을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이거나 수치적인 정보는 있어도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마을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매체가 상대적으로 적다. 결정적으로는 언론에 나가는 홍보 기사 같은 것 말고, 주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잡지를 만들었던 경험으로 다른 마을에서도 잡지를 만드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그분들은 가장 젊은 층이 60대 정도다. 그분들이 풀어놓는 한 시대의 동네 이야기가 정말 재밌다. 그렇게 마을 잡지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참여하는 분들 한 분 한 분에게도 잡지는 굉장히 의미 있다. 마을 잡지는 오래된 마을의 이야기를 모으는 ‘터’가 되기도 하고, 이런 공간은 마을을 넘어 계속 확장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최제희: 마을 잡지의 매력은 정말 떨쳐 낼 수 없는, 없어지지 않는 어떤 것이다. 

이미경: 이렇게 예전에 만들었던 잡지들을 다시 읽다 보면, 꼭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건 볼 때마다 매번 다르다. 심지어 내가 기획해서 썼던 글들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잡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재발견하는 것 같다.


마디마디를 통해 발견한 ‘나’의 힘, ‘나’의 재발견


구성원들에게 마디마디가 큰 의미가 있는 만큼, 마디마디의 성장은 곧 구성원 개인의 성장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디마디 팀에게 함께 성장하며 새롭게 발견한 ‘나’의 힘, ‘나’의 재발견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디마디 팀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작업물을 꺼내놓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손 그림을 모아둔 그림 집, 직접 쓴 책, 처음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 실린 잡지, 시집, 훨씬 이전에 만들었던 잡지들까지. 함께 성장했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각자 성장한 구성원들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최제희: (일러스트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서울미래유산을 그렸던 일이다. 전혀 힘들지 않았고 무척 재미있었다. 그렇게 그리고 보니 앞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문화유산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 분야로 공부도 더 하고 싶다.



이미경: 성동구 지도 퍼즐을 만들며 지역이라는 공간이 주는 깊이감을 새삼 느꼈던 것 같다. 막연히 알던 지역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서 있는 공간을 느끼면서 마을에도 훨씬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에게 우리 마을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또 마을 잡지를 계속 만들다 보니 우리 팀과 함께라면 정말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근거가 생기는 것 같다.



강민경: 맨 처음 편집에 참여했을 때, 사실 그렇게까지 많은 페이지 수를 한꺼번에 해 본 적이 없어서 공부해가며 힘들게 작업했다. 그랬던 책을 처음으로 받아봤을 때, 정말 감동했다. (사실 한 페이지가 뒤집어져 인쇄가 되어 아쉬웠지만) 작년에 성동별곡에 참여하며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이 마을 잡지 ‘성수 옥수’에 실렸다. 그 일을 계기로 한때 손에서 놨던 그림을 틈틈이 그리고 있다. 함께하는 우리 팀이 언제나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니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이희선: 사실 초반에는 인원도 별로 없고 지원도 없고 기술적인 부분도 부족해서 힘들었다. 지금의 이 팀과 함께 ‘성수동 쓰다’ 4호가 나왔을 때 마을 잡지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게 커졌던 것 같다. 일만 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팀 구성원들과 인간적으로 만나고 또 잡지를 만들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이 삶에서 큰 활력이 된다. 사람들이 나보고 성수동과 너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성수동이 너무 좋다. 2001년에 광진구에서 쫓기다시피 성수동으로 이사를 왔을 때는 2년만 살고 빨리 나가자, 생각했었다. 그때 성수동은 완전히 공장지대여서 밤에 너무 무서웠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떤 사람이 내가 사는 동네가 성수동이라고 했을 때 ‘어머, 거기 집이 있어?’라고 무례하게 물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때는 정말 떠나고 싶었는데, 마을 잡지를 만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원동업: 삶의 최종 목표가 무엇일지 늘 고민해왔다. 나에게는 그것이 문화 예술 기획을 하는 것이었다. 돈이나 권력이 없어도 시민의 힘으로 서는 것,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사실 우리 팀이 지금 하는 것들이다.


내가 해낼 수 있었던 이유,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함께, 따로 또 성장해왔지만 그렇게 단순히 멋지게 말할 수만은 없는, 솔직하고 내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고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편안히 이야기를 꺼냈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전했다. 


일러스트 작가 최제희가 그린 마디마디 (오른쪽부터 강민경, 원동업, 이미경, 이성일, 이희선, 최제희)


이희선: 나는 우울증이 심했다. 나는 겉으로 보면 굉장히 밝고 활발한 사람이지만, 어떨 때는 혼자 내면으로 침잠하고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는 사람이다. 때로 너무 우울해지면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잠도 잘 못 잤다. 그럴 때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마을 잡지팀에서 활동하면서 그 우울함이 많이 사라졌다. 마디마디 팀이 내가 가장 우울했을 때 세상과 나를 이어줬다. 마을을 탐사하고 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나 자신을 많이 치유했다.

강민경: 나도 비슷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한 1년 동안 집에서 아이만 보다 보니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나 혼자만 정체된 기분이었고 굉장히 우울했다. 이희선 선생님처럼 나도 마을 잡지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치유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희선: 내가 마디마디 활동을 하면서 투정을 부릴 때도 많고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고맙다. 내가 작지만 무언가 마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큰 힘이 된다.

강민경: 그게 힘이 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찾게 된다. 물론 할 수 있을 만큼만 한다.

이희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누군가가 손을 같이 내밀어 주지 않으면 머쓱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 같이하자고 불쑥 내미는 손이 고맙다. 거기서 힘을 얻어 더 재밌게 살게 된다. 내 꿈은 거창하지 않다. 최근에 옥탑방에 옷가게를 차렸다. 뜬금없다, 거기서 뭘 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냥 나의 도전이자 재밌게 사는 한 방법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삶은 즐거워질 수 있다. 

이미경: 마을 잡지를 만드는 일이 직업이자 의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가 자주 만나기는 했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했을 뿐, 얽매이거나 서로 부담을 지우지는 않았다. 자유에서 오는 성장이 있었다. 모두가 원해서 함께 했고, 모두가 자유로웠다. 우리가 각자 분야가 있다고 해도 특별히 무언가 뛰어나고 잘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한 번 더 해보는 거고, 또 한 번 더 해보는 거고. 그걸 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 결과물을 떠나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그 자체로서 마디마디 활동이 의미가 있다.

최제희: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마디마디다. 마디마디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수많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내 그림이 어딘가에 쓰인다는 기쁨이 있다. 

원동업: 맨 처음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조건들이 맞아서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팀으로 같이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마음이 맞아 함께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디마디 팀과 활동하면서 정말 함께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있으니 못할 것도, 크게 두려워할 일도 없어졌다. 

강민경: 어떤 일이 닥쳐도 ‘해볼 만하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우리가 다 있으니까.

최제희: 우리를 떠올리면, (올해 시작 워크숍에서 했던) 각자 서로 다른 끈을 잡고 하나의 컵을 옮기는 게임이 생각난다. 색깔이 각자 다른 끈들을 잡고, 서로 균형을 맞추고 힘을 합쳐 차곡차곡 탑을 쌓아 올리는,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이미경: 서로 각자 역할이 있지만 거기서 더 일하고 더 고생하는 것도 알고 있다. 말은 안 해도 얼마나 고생하는지 안다. 그 모습을 보면 참 든든하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기고, 정말 이 사람들이 나의 ‘빽’이자 든든한 지원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힘이 나의 힘이 된다. 

원동업: 사람들이 둘만 모여 앉아도 그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우리가 단체로 모이면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형성되는 것 같다. 마디마디 팀에서 그동안 떠난 사람들의 공간도 아직 느껴진다. 지금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연결되는 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보다 큰 ‘우리’라는 공간이 확장되면서 사람의 공간은 그렇게 계속 넓어지는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디마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마디마디의 팀워크를 두고 너무 훈훈해서 사람들이 믿지 않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함께 또 각자를 성장시키는 ‘공동체’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가 너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마을을 발견하고 디자인하는 마디마디의 활동은 결국 우리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공동체를 상상하는 일이다. 이번 만남을 통해 그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마디마디가 만난 가장 머무르고 싶은 동네는 바로 ‘우리’라는 동네가 아닐까. 이들처럼 공동체의 힘을 믿고, 서로의 가능성을 응원해주며, 동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써 내려가는 마을잡지 기획 네트워크가 각 지역에서 활성화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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