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의 책장을 엿보는 온라인 북클럽 


할리우드 스타의 책장을 엿보는 온라인 북클럽



스마트폰이 모두의 필수품이 된 이후로 책 읽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책 읽는 이들의 수치는 매년 가파르게 하락하고, 각 매체는 떨어지는 수치에 새롭게 놀라며 이를 큰 문제라고 보도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책을 가까이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좋아한다. 혼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책을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심지어 전쟁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나오는 것처럼 허구 속에서도, 책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에 나오는 전쟁을 겪는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함께 모여서 같이 책을 읽어왔다.

북클럽 또는 독서 모임은 주변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거나, 동네 또는 학내 공용 게시판에 정성 들여 쓴 모집 안내문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추천도서라고 하는 것도 책 좀 읽었다 하는 주변 선배들로부터 구전으로 전해오는 것이거나 서울대생이 많이 읽었다고 하여 뽑힌 책 리스트 정도였다.

스마트폰 시대인 현재의 추천 도서는 예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금은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살지만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어떤 학자가 추천한 책보다 오히려 미국 전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는 책, 책벌레 이미지를 지닌 영화배우가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한 책이 심적으로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빌 게이츠는 매년 ‘여름 휴가 때 읽으면 좋은 책 5권’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또한 ‘여름에 읽으면 좋은 책’, ‘올해 최고의 책’ 등을 발표한다. 자신이 읽은 책, 추천하는 책을 드러내는 것은 추천자의 지적인 면모는 물론 그의 성향까지 보여준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자 자신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고 더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빌 게이츠가 추천하는 '2019년 여름에 읽을 책' 영상


이번 글에서는 4명의 해외 스타들이 정기적으로 이끄는 온라인 북클럽을 소개한다. 4명의 스타는 모두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굳건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이들이고, 자신의 북클럽을 통해 책을 한 권 소개할 때마다 미국의 출판 시장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판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영향력 있는 인물의 도서 추천이 출판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목록>

A. 오프라의 북클럽 <Oprah's Book Club 2.0>

B. 리스 위더스푼의 북클럽 <헬로 선샤인>

C. 사라 제시카 파커의 북클럽 <ALA 센트럴 북클럽-SJP Picks> 

D. 엠마 왓슨의 북클럽 <우리의 공유 책장 Our Shared Shelf>


A. 오프라의 북클럽 <Oprah's Book Club 2.0>


[사진 출처: Oprah's Book Club]


유명인사 북클럽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오프라의 북클럽>은 전설적인 TV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1996년부터 오프라가 매달 책 한 권을 추천하면서 시작되었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데 책이 큰 힘이 되었음을 끊임없이 이야기한 오프라 윈프리였기 때문에 그의 쇼에서 소개된 책들은 빠짐없이 상승세를 누렸고, 그중 여러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1년 오프라 윈프리 쇼가 종영된 이후 북클럽은 2012년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지속하고 있다. ‘오프라 매거진’을 통해 꾸준히 다양한 주제의 추천 도서 리스트를 만나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오프라의 북클럽>이 선정하는 도서를 만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북클럽이 온라인으로 넘어온 이후에는 아쉽게도 책을 비정기적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선정한 도서는 2018년 9월에 추천한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의 북클럽>에서는 총 80권의 책을 공식 추천했다.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 선정 도서 ‘비커밍’ 소개 영상 바로보기


B. 리스 위더스푼의 북클럽 <헬로 선샤인>




<헬로 선샤인>은 미국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설립한 미디어 브랜드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팟캐스트, 북클럽, 뉴스레터 등의 다양한 미디어로 생성하는 일을 한다. 리즈 위더스푼은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도서 ‘와일드’와 ‘빅 리틀 라이즈’의 원작을 발굴하고, 이를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하는 과정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독서가와 경영자로서의 탄탄한 이미지를 동시에 쌓았다.

<헬로 선샤인>은 ‘리즈의 북클럽(Reese’s Book Club)’을 운영하며 매달 1권의 책을 선정한다. 동시에 별도의 북클럽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정한 책을 홍보하고, 오디오북 미디어인 오더블과의 협업을 통해 선정 도서의 오디오북을 소개한다.

‘리즈의 북클럽’에서 선정한 책은 전반적으로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미국 출판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are crawdads sing)’은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이라는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로 <헬로 선샤인> 북클럽에서 소개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판매순위 1위 달성에 이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밀리언셀러에 등극, 전미를 휩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리즈 위더스푼이 소개하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are crawdads sing)’ 영상



C. 사라 제시카 파커의 <ALA 센트럴 북클럽-SJP Picks>




미국 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ALA)가 운영하는 <ALA 센트럴 북클럽>은 책 덕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칼럼과 더불어 북클럽에 참가하거나 북클럽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 도서 추천 등을 제공하는 사이트이다. 이 중 한 꼭지를 ALA의 명예 위원인 미국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맡고 있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호가트(Hogarth) 출판사에서 편집 위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SJP 출판 레이블까지 가질 정도로 유명한 책 덕후이다. ALA 센트럴 북클럽 사이트는 <SJP 선택(SJP Picks)>라는 이름으로 비정기적으로 책을 추천한다. 현재까지 6권의 책을 소개했으며. 이 책들은 마치 해외 유명 도서 상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책의 상단에 ‘SJP Picks’임을 나타내는 은색의 스티커를 붙여 홍보한다. 재미있는 점은 추천된 모든 책은 해당 출판사의 책 소개 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이 출판사들은 모두 ‘토론을 위한 주제와 질문’을 소개 페이지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출판사의 다른 책들은 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SJP Picks에 선정된 도서에 ALA에서 별도로 해당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2017년부터 시작된 SJP Picks의 업데이트는 빠르지 않다. 2019년 가을인 현재까지도 선정된 책이 6권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ALA 센트럴 북클럽의 <SJP Picks> 사이트 업데이트가 너무 더뎌서 답답하다면 그의 굿 리드(Goodreads)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꾸준한 책 추천 리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사라 제시카 파커 인스타그램 @sarahjessicaparker

사라 제시카 파커의 Goodreads 채널


D. 엠마 왓슨의 북클럽 <우리의 공유 책장 Our Shared Shelf>





영국의 배우 엠마 왓슨은 2014년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의 양성평등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페미니즘에 관해 활발히 발언하고 있으며, UN 본부에서 진행한 ‘히포어쉬(HeForShe)’ 캠페인 연설로도 유명하다. 엠마 왓슨의 굿 리드(goodreads) 북클럽 페이지인 <우리의 공유 책장(Our Shared Shelf)> 소개 글을 보면 유엔 여성기구(UN Women) 활동이 그에게 미친 영향과 이 공유 책장의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의 협업의 일환으로, 평등에 관한 많은 책과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에는 너무 많은 놀라운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고무적이며 슬프고 생각을 자극하며 힘을 실어주는 것들이었습니다! 
때때로 너무나 많은 것을 발견하여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제가 배우고 있는 것을 나누고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페미니스트 북클럽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개월마다 책을 선택하고 읽은 다음, 관련 주제를 함께 논의할 계획입니다.
몇 가지 질문과 인용문을 게시할 것이지만, 이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그리고 여러분들 사이에서
열린 토론으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능할 때마다 저자 또는 주제에 대한 또 다른 저명한 목소리가 대화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 우리의 공유 책장(Our Shared Shelf)> 소개 글


현재 이 북클럽은 2019년 9월 15일 기준 225,919명의 멤버, 29권의 추천 책, 71개의 토픽, 25,005개의 대화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엠마 왓슨은 북클럽 활동뿐만 아니라 2017년 마거릿 애트우드의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smaid’s Tale)’ 100권을 파리의 시내 및 공공장소 곳곳에 숨기는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2016년에는 런던과 뉴욕의 지하철에 각각 책과 손수 쓴 쪽지를 숨겨놓는 등 오프라인까지 그 관심을 환기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미국 배우 엠마 로버츠는 <순수문학 연구가(Belletrist)>, 영국 싱어송라이터 플로렌스 웰츠는 <두 개의 책 사이(Between Two Books)>라는 온라인 북클럽을 통해 팬, 그리고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책들을 꾸준하게 추천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의 여러 셀러브리티는 자신의 또 다른 표현 수단으로써 북클럽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 원서로만 책을 읽을 것이 아닌 이상, 이들의 추천리스트는 우리에게 다소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국내 유명인사들이 추천하는 북클럽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쉽게도 북클럽은 물론, 정기적인 책 추천 매체를 운영하는 국내 유명인사는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몇몇 북튜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미경 TV(구독자 77.5만 명), 겨울서점(구독자 11.3만 명), 책읽찌라(구독자 2.44만 명) 등이 있다. 한때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가 주목받았고, 여전히 각 인터넷 서점에서는 유명인들의 추천 책 리스트를 소개하는 시리즈물을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신의 추천 책을 꾸준히 소개하는 기획보다는 유료 오프라인 북클럽 프로그램인 ‘트레바리’, ‘교보북살롱’ 등을 통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3~4개월 단위로 함께 읽을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독자들이 북클럽 멤버가 되어 정해진 기간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형태의 북클럽이 보다 눈에 띈다.

온라인 북클럽은 추천 도서를 통해 오프라인 북클럽에 참가하고 있는 이들이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할 때 다양한 보기를 제시해 줄 수 있다. 또한 시간적, 장소적, 경제적 이유로 혼자 책 읽기를 택한 이들에게는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같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각자의 의견과 감상을 서로 게시판에서 나누며 인터넷상의 느슨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는 이들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스타가 추천하는 책을 따라 읽어볼 수도 있고, 온라인 모임에서의 경험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할 수도 있다.

이제 더이상 책은 각자의 책장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당신 손안의 스마트폰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유명인사의 북클럽을 통해서 책의 홍수 속에서 쓸려나갈 뻔한 빛나는 책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으며 책과 잠시 멀어졌던 사람들은 잊고 있던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지 이 글을 읽는 모두, 오늘도 즐거운 독서 시간 되시길! Happy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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