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박물관, 관객 사냥의 귀재 


미술관과 박물관, 관객 사냥의 귀재



[Photo: ©Miguel Medina]


“우리의 타깃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을 미술관에 더 많이 데려오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의 유수 미술관을 이끄는 마케팅 실무자가 이야기하는 공통 의견이다.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과거보다 다양해지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의 관람객 또한 다양한 영역으로 흩어졌다. 이제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경쟁 상대가 같은 분야 문화 기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플랫폼으로도 확장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의 문화예술기관이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IT 산업,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과 나란히 경쟁하며 어떻게 타깃을 정하고 그들을 데려오는지 그 홍보 전략과 이벤트를 살펴보기로 한다.


<목록>

A. SHOW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B. PLAY – 테이트 모던 

C. SLEEP – 루브르 박물관, 미국 자연사 박물관, 루빈 박물관


SHOW


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New York


[Photo: ©Metropolitan Museum]


미술관 속 방대한 작품을 영상으로 만나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멧)은 미국 최대 규모이자 세계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종합미술관이다. 멧은 온라인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330만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과 콘텐츠를 디지털 형태로 재생산하고 공유하며,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멧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metmuseum/featured


멧의 작품 보존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비하인드 스토리 클립 


멧의 유튜브 채널은 ‘예술가 인터뷰’, ‘멧 갈라 패션’, ‘작품 보존 작업실’, ‘전시’, ‘음악’, ‘신규 수집품’ 등 6가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영상 또한 다채롭다. ‘예술가 인터뷰’ 코너에서는 미술관 직원과 큐레이터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출연해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작품 보존 작업실’ 메뉴에서는 실제 관람을 통해서도 알 수 없었던 작품 보존 작업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다루어 미술관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멧 갈라(Met Gala) 패션’ 메뉴의 A-Z와 하이라이트 클립은 미술관 유입 인구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멧 갈라는 멧의 의상 연구소(Costume Institute)가 주관하고 미국 보그(Vogue)의 편집장인 애나 윈투어(Anna Wintour)가 연출하는 미국 최대의 패션 이벤트다. 이렇듯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멧을 간접 경험하며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가상의 관람객, 즉 구독자 수는 약 15만 명에 이르니 멧은 유튜브 채널로 광범위한 관객 사냥에 성공한 셈이다. 




멧이 제안하는 6가지 유튜브 카테고리

1. 예술가 인터뷰(Artists on Art): 멧의 소장품에 관한 의견을 비롯, 자신의 작품에 관한 예술가의 인터뷰

2. 패션(Met Fashion): 멧의 의상 연구소(Costume Institute)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패션행사 멧 갈라(Met Gala)의 패션 콘텐츠 클립

3. 보존작업실(Conserving Art at The Met): 멧의 작품 보존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비하인드 스토리

4. 전시(Met Exhibitions): 모든 예술가, 시대, 문화를 아우르는 멧의 전시 정보

5. 음악(Met Music): 미술관에 전시된 악기를 활용한 퍼포먼스, 악기학 큐레이터와의 인터뷰

6. 신규 수집품(MetCollects): 멧이 매달 수집하는 새로운 예술 작품 하이라이트 소개


PLAY


B. 테이트 모던(Tate Modern) @London


[Photo: ©The-Dots]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츠(Uniqlo Tate Lates)’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 런던 템즈 강변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예술, 음악,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이벤트로 시끌벅적해진다. 젊음과 혁신의 아이콘이자 현대미술의 허브로 여겨지는 테이트 모던이 파티를 위해 손잡은 상대는 바로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다. 마침 유니클로는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사빌(Peter Saville), 영국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J.W. 앤더슨(J.W. Anderson), 영국의 전통 백화점 리버티(Liberty)와 협업한 컬렉션으로 영국의 감성을 새롭게 풀어내는 시도로 테이트 모던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츠(Uniqlo Tate Lates trailer by Tate)


[Photo: ©The-Dots]


유니클로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벤트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츠(Uniqlo Tate Lates)’는 런던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하지만, 런던의 모든 시민과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파티다. 그 때문에 누구든지 입장료와 예약 없이 파티에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예술, 음악, 영화를 주제로 한 워크숍과 팝업 토크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그리고 미디어 플랫폼과 협업한 이 이벤트를 통해 미술관은 패셔너블하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미술관 방문의 문턱을 확실히 낮출 수 있었다.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츠 이벤트는 대중을 자극하는 미술관의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츠(Uniqlo tate lates)’ 파티 즐기기

1. 워크숍(Drop-in workshop): 예술가가 만든 런던 뱃지 커스텀하기, 런던의 유명 건축물로 콜라주 만들기 등

2. 대화의 장(Pop-up talks): ‘런던을 식량 자급이 가능한 도시로 바꿀 수 있는가?’, ‘현재 런던의 전자음악 생태계와 창작가들의 삶은?’, ‘테이트 모던이 전개하는 예술은?’ 등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장 

3. 영화(film): 현재 필드에서 활동하는 런던 기반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 관람, 감독의 작업에 런던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를 듣는 감독과의 대화(GV) 시간

4. 음악(music): 런던 기반의 음악 라디오 미디어 플랫폼인 NTS Radio가 직접 선곡한 프로그램

5. 전시(art): 재능있고 감각적인 테이트 직원들의 숨겨진 작품을 감상하는 ‘테이트 스태프 비엔날레’, 테이트의 세계적인 수집품으로 새롭게 꾸리는 특별 전시

6. 음식(F&B): 런던에서 가장 인기있는 로컬 브루어리와 식당의 맥주, 음식들로 꾸며진 식탁



SLEEP


C-1.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 @Paris


[Photo: ©Airbnb]


‘루브르에서의 하룻밤’ 이벤트에 당첨된 행운의 커플


루브르 x 에어비앤비(Louvre X Airbnb)

누구나 한 번쯤 폐관 시간 이후 모두 떠난 조용한 미술관에서 홀로 작품을 감상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유리 피라미드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숙박 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와 함께 루브르에서의 특별한 하룻밤을 기획한 것이다. 내가 모나리자의 손님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기재하는 이벤트 당첨자 1명은 동반 1인과 함께 아무도 없는 루브르 박물관에 초대받아 루브르 관장의 안내에 따라 둘만의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이후 당첨자들은 비너스상 앞에 차려진 요리사의 만찬을 먹으며 관람 후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모나리자와 마주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나폴레옹 3세의 처소에서 음악을 즐기는 등 꿈 같은 일정을 루브르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밤이 찾아오면 유리 피라미드 안에 준비된 2인용 침대에 누워 낭만적인 꿈에 빠져든다. 국가원수나 유명인만 참여할 수 있었던 VIP 투어를 젊은 관객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새롭게 기획한 ‘루브르에서의 하룻밤’ 이벤트는 전 세계의 18만 2천 명이 참가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C-2.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New York


[Photo: ©Dan Brinzac]


[Photo: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박물관 밤샘 파티(Museum Sleepovers)’

루브르가 ‘VIP처럼 꿈 같은 하룻밤’을 내세웠다면, 미국 자연사 박물관은 ‘영화 속 하룻밤’ 이벤트를 기획했다. 폐관 시간이 다가온 저녁이면 6세~16세의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박물관을 찾는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실제 무대였던 이곳에 하룻밤을 보내는 ‘박물관 밤샘파티(Museum Sleepovers)’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조용한 박물관을 뛰어다니며 천문관 극장에서 최첨단 우주쇼를 보거나, 레프락 극장에서 공룡을 다룬 3D 영화를 관람한다. 방문 당시 열리는 모든 전시도 마음껏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참여자들은 모두 해양생물관으로 모여 30여 미터에 달하는 흰수염고래나 아프리카코끼리, 혹은 좋아하는 동물 옆에 침낭을 펴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파자마 차림으로 잠자리에 든다. 같은 이벤트에 맥주와 포도주, 저녁 뷔페, 라이브 밴드 음악을 더한 성인용 밤샘 파티는 박물관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린이에게는 박물관에 대한 친근감을, 성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이 이벤트는 관객층 모두를 사로잡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C-3. 루빈 미술관(Rubin Museum of Art) @New York


[Photo: ©Rubin Museum of Art]


“살면서 이보다 예술 작품에 친밀함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

- ‘꿈의 대화(ream-over)’ 참여자


‘꿈의 대화(Dream-over)’

루빈 미술관은 히말라야, 인도 지역의 예술 작품과 티베트 문화를 소개하며 미국의 인종 다양성에 대한 이해 증진에 힘쓰고 있다. 이곳이 기획한 이벤트는 바로 ‘꿈의 조력자(dream facilitator)와 잠드는 하룻밤’이다. 모든 참여자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의 진행에 따라 티베트 문화와 철학에서 꿈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꿈의 조력자인 뉴욕 정신분석학회의 윌 브라운 박사(Dr. Will Braun)와 함께 꿈과 삶에 대한 질문지에 답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들은 명상과 대화, 야식을 자유롭게 즐기다 밤이 되면 각자 원하는 작품 앞에 침낭을 깔고 누워 티베트의 자장가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진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모든 참여자는 자신이 꾼 꿈을 꿈 조력자와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해마다 열리는 이 이벤트는 기관이 가진 정체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 제안한 사례다.




오늘 살펴본 미술관과 박물관은 디지털을 친근하게 여기고 여가를 중시하는 현대 예술 소비층부터 나이 어린 미래의 예술 소비층까지 방문자의 타깃을 넓게 설정했다. 그리고 타깃의 시선과 호감을 얻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홍보, 독특한 콘텐츠 기획, 실험적인 체험 이벤트를 기획해 미술관과 박물관의 매력을 어필했다. 또한 관객이 가상과 실제의 경험에서 최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문화욕구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관객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단순히 감상만 하길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미술관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동시에 자신도 기꺼이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서비스 공간, 즉 에듀테인먼트 공간으로서 거듭나길 바란다. 이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이나 테이트 모던과 같은 문화예술기관은 대중성과 독창성을 가진 스타트업, 브랜드와 손잡고 참신한 이벤트를 기획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은 이제 정적이고 고루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유동적인 경험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기관이 보유한 콘텐츠가 흥미롭고 자극적인 수많은 다른 분야의 콘텐츠보다 더 큰 재미나 가치를 가졌음을 잠재 관람객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관객이 언뜻 상상했을 법한 미술관과 박물관의 모습을 거침없고 특별하게 현실로 바꾸어 보여준다면 더 많은 발걸음이 자연스레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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