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서울] 서울의 작은 골목, 예술이 숨 쉬는 시장 


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시도’, 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 서울의 작은 골목, 예술이 숨 쉬는 시장 (양천구)


9월 28일, 카페마을 협동조합에서 느긋한 시장과 책팜이 열렸다.


목2동은 여느 동네처럼 작은 골목들로 빽빽한 곳이다. 그러나 그 골목들 사이로 모인 열댓 개의 공방과 책방이 만들어내는 활발한 움직임을 감지한 이들은 많지 않다. 공방을 운영하는 손 작업자들과 책방지기들은 덜 외롭게 살자며 모인 반상회를 시작으로, 팍팍한 일상에 예술을 불어넣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 고민에 동참한 문화예술단체 '플러스마이너스1도씨'와 양천구가 새로운 문화예술 네트워크인 '한뼘살롱'을 제안했다. 


한뼘살롱은 지속 가능한 즐거운 삶의 문화를 다양한 살롱으로 풀어내는 모임이다. 17~18세기의 예술가,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적 대화를 나눈 살롱 문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살롱장은 모든 분야와 활동 범위를 아우르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분야와 지역문화 여건에 맞는 살롱을 꾸리고 있다. 지난 9월 28일, 목2동 사람들과 함께 기획한 아트마켓 '느긋한 시장'과 북마켓 '책팜'이 카페마을 협동조합에서 열렸다. 통통 튀는 젬베 소리와 커다란 웃음, 따뜻한 대화가 오간 한뼘살롱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마을 골목 곳곳에 붙어있는 느긋한 시장과 책팜 포스터



[Art Market @느긋한 시장: 모기장]


느긋한 시장에는 목공방 '그날의 나무', 재활용 목공방 '공방마을', 가죽공방 '오뜨', 수예공방 'fromus', 금속공방 'SUDA 작업실', 도예공방 'MUUMIQ_atelier', 도예공방 '소소 도예공방', 월간지 '월간두유요거트통신'이 참여했다.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직접 만든 물건을 매대에 늘어놓았다. 모든 셀러는 남이 기획한 마켓에 참여하는 수동적인 판매자가 아닌, 느긋한 시장의 밑그림부터 그리는 능동적인 공동 기획자로 함께 했다. 이들이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매출, 수익 같은 숫자의 성과보다 물건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동네 주민과의 교류였다. 또, 시장에서 만난 손 작업자들의 특징을 결합한 새로운 협업, 창작 활동의 동기가 필요해 참여했다는 수도 적지 않았다. 팔고 사는 것보다는 서로 알아가고 이야기하기 위해 열린 남다른 마켓이다. 


느긋한 시장을 찾은 동네 사람들. 가족 단위의 손님이 유달리 많았다. 


"마켓에 참여하면서 다른 손 작업자들을 알아가고 같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이 보였다."

- SUDA 작업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확실한 네트워킹이 만들어져, 외려 아침보다 활기찬 밤을 맞았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솔직한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에서 작업을 발전시킬 여지를 찾았다는 한 작업자의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공방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워하던 주민들이 아트마켓에 거리낌 없이 찾아오는 모습에 반가움을 느낀 이도 있었다. 모든 이가 작품을 보여주며 공방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던 기회라는 점에 공감했다. 다음에는 다른 지역이더라도 색깔이 맞는 외부 공방을 마켓 손님으로 초대해 지역 커뮤니티를 넓히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재기발랄한 마켓을 기획한 살롱의 대장은 누구인지, 그를 만나 느긋한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느긋한 시장'의 살롱장,  소소 도예공방의 유상숙

한뼘살롱의 하나로 느긋한 시장을 기획한 유상숙(좌)


"물건에 매겨진 값을 말하기보다, 물건에 담긴 생각과 수고를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했다."

'유상숙'은 소소 도예공방의 주인으로 공방 주가 직접 기획하는 아트마켓을 열고 싶었던 참에 플러스마이너스1도씨와 카페마을 협동조합의 지원에 용기를 얻어 느긋한 시장을 열었다고 한다. 그녀가 꿈꾼 아트마켓은 마치 공방 사람들이 작업하는 일상을 갖듯, 한 달에 한 번 동네 사람과 만나는 일상의 시장이었다. 유상숙은 손 작업자가 생각과 수고를 담아 애써 만든 작업이 단순한 소비재적 물건으로만 팔리는 것을 지양한다. 작업에 녹아있는 손 작업자의 존재를 아트마켓으로 드러내, 이들이 살아가는 골목에서 대화를 나누겠다는 그녀의 다음 시장이 11월에 다시 찾아온다.



[책팜: BOOK farm]


"'대형화, 획일화되면서 똑같은 모습의 것들이 골목을 채웠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골목 책방을 계속 살리고 키워야 한다."

- 꼬리달린 책방


느긋한 시장과 한날한시에 열린 '책팜: BOOK farm'은 양천구의 작은 책방지기들이 연 북마켓이다. 생태책방 '꽃피는 책', 그림책방 '꼬리달린 책방', 그림・마음책방 '악어책방', 유랑책방 '지구하다', 여행 작가의 '새벽감성 1집'까지, 총 5명의 책방지기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참여했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삶과 일을 하나로 묶어온 이들은 각각의 개성과 철학을 담은 큐레이션을 준비했다. 또한, 책방을 열고 싶거나 책에 관심 있는 동네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작은 포럼 시리즈 '책수다'를 마련했다. 이 날의 주제였던 '골목책방 살아남기'는 책방지기들이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 책을 통해 맺은 관계, 현실적인 조언 등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다. 


책팜을 찾은 손님(상)과 작은 포럼 '책수다'가 진행되던 현장(하)


이들이 생업에 치이는 와중에도 마켓과 포럼을 함께 기획한 열의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취지는 골목에도 이런 작은 책방들이 살고 있고,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책이 존재함을 알리는 것이었다. 아직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양천구에 책을 매개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하나의 숙제는 아직 독립출판이 생소할 동네 주민에게 독립출판을 알리고, 앞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 새로운 이웃을 찾는 것이었다. 같은 책도 어떻게 솎아서 엮느냐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읽게 되기에, 책팜을 통해서 한 책을 다른 명제로 보는 법을 공유하고 싶다는 말에서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책팜이 끝날 무렵, 책방지기들에게 책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과 만난 소감을 물었다. 홍대 같은 번화가에서 열릴 법한 북마켓이 우리가 사는 양천에서도 만날 수 있음에 행복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책팜을 통한 이들의 소득은 앞으로 인사하게 될 새 이웃을 만든 것이었다. 손 작업자들처럼, 책방지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매출보다 '사람'이었다. 이 거리를 자주 거니는 사람들끼리 책을 즐기고, 책이 필요하면 가장 먼저 골목 책방을 떠올리는 문화의 정착을 원한다는 책방지기들. 누구보다 책문화의 확산을 바라는 책팜의 살롱장, '꼬리달린 책방'과 짧고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책팜'의 살롱장, '꼬리달린 책방'의 이연수

책팜을 기획한 이연수 살롱장(중앙)


"공통점을 꾸준히 맞춰나가야 모두의 필요에 의한 북마켓을 만든다."

꼬리달린 책방을 운영하는 '이연수'는 책방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과 책방지기 자체의 인식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롱장 모집에 응했다. 책팜 또한, 골목책방 네트워크가 생겨야 책방을 대하는 주민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란 생각으로 기획한 살롱이다. 그녀는 책방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큐레이션으로 각각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만드는 자연스러운 담론을 추구한다. 대형화, 획일화 등 커짐으로써 잃는 것을 회개할 때,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추구할 앞으로의 책팜은 각자 다른 시각을 가진 책방지기들이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시키지 않고, 자신의 결핍에서 찾아 나가는 해결책이 지속성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야지만 '우리 모두의 북마켓'이 된다는 그녀의 대답에서 단단한 철학이 느껴졌다.  



살롱의 사람들, 그리고 동네 주민이 함께 어울려 음악을 들으며 시장의 문을 닫았다.


느긋한 시장과 책팜이 끝날 무렵, 특별 손님으로 한뼘살롱의 하루를 함께했던 음악가들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누가 억지로 기획한 시간이 아니었다. 자발적인 의지로 골목을 음악으로 가득 채웠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 진심을 알고 있다는 듯 환호하며 작은 무대 앞을 지켰다. 


이처럼 서울이라는 도시의 수많은 골목 안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삶과 문화가 숨어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바라보면, 작지만 꾸준하게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혹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가치를 주변에 전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나누는 생생한 대화와 표정이 지금 서울의 얼굴이 아닐까. 


양천구의 작은 골목 안에서 지금 서울의 얼굴을 마주 하고픈 이들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는 11월 23일, 느긋한 시장이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찾아온다. 겨울을 앞두고 다시 한번 따뜻한 미소와 정성 어린 손길이 오가고, 문화의 향기로 채워질 거리의 풍경을 함께 기대해보자.     


  • 운영 일정 : 2019년 11월 23일 (토)

  • 운영 장소 : 카페마을 협동조합 (양천구 목2동 536-11, 1층)

  • 마켓기획 및 운영 : 모기동골목공방네트워크(가칭)

  • 행사 관련 문의 : 02-2642-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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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536-11 | 카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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