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서울] 촘촘한 그물은 새로운 기회를 낚는다 


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시도’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 촘촘한 그물은 새로운 기회를 낚는다 (관악구)

<그물잔치: 예술가 입니다만?>


<그물잔치: 예술가 입니다만?> 포스터


그물처럼 이어진 봉천동의 골목을 따라 연극부터 미술, 음악, 사진, 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청년 예술가들이 한데 모였다. 바로 관악구의 청년 예술가 네트워크 파티인 <그물잔치>가 지난 10월 19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와인바에서 열렸다. 거주 세대 중 청년층이 40%에 육박하는 관악구지만, 정작 청년 예술가들이 교류할 장이 턱없이 부족해 갈증이 커지던 참이었다. 관악구 <N개의 서울>은 그러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물잔치> 현장. 참여자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첫 만남. 참가자들은 직접 선정한 사진 한 장으로 1분 동안 자신을 소개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인 자리답게 재기발랄한 소개가 이어졌다. 저마다 현재의 관심사, 좋아하는 작품, 자신의 일상을 포착해 보여주면서 각각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나의 예술, 나의 작업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마음을 여는 모습이었다.  


두 그룹으로 나눠 이야기를 나누는 청년 예술가들


서먹하던 분위기가 금세 풀리면서 현장은 대화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한창 수다를 꽃피운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만 아는 관악구의 맛집’처럼 개인의 사소한 취향을 시작으로, ‘요즘 내가 조심하고 있는 것’까지 현재의 고민을 터놓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등의 질문을 필두로 자신의 예술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동시대의 예술, 예술의 사회적인 의미, 예술가의 윤리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주제의 대화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타 분야의 예술 활동을 접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게임이 더해진 네트워크 파티는 더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의 끝을 함께 했다. 웃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열렸는지, 그제서야 하나둘씩 마음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모습이었다. 사진작가 ‘김명선’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며칠을 작업하다 보니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느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에 소설가 ‘가쇼이’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글을 쓰다 보니 우울감이 심해져, 일부러 방을 나와 다른 작업자와 만난다고 덧붙였다. 또, 그룹으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COSMO’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가 있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다른 작가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며 소식을 물었다.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편안히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며 저마다 무료했던 일상을 환기시켰다.    


청년 예술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은 주제는 '공동체'의 필요성이었다. 일상을 나누며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언제든지 모여 쉬면서 예술을 할 공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는 다양한 예술 작업과 건강한 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자며 좀 더 적극적으로 공간 꾸리기에 앞장서는 이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까지 꾸밈없이 이야기했고, 서로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었다. 대부분이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며 기꺼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였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대화를 주고받는 참가자들      


이날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작당했다. 일단 무엇이든 해 보자는 물결이 일었다. 사소한 움직임일지라도 모두 힘을 합쳐 그물을 끌어 올리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시간과 노력이 쌓인다면, 외로움과 불안함을 이겨내고 이들 스스로 서는 힘을 얻을 것이다. 이 자리를 찾은 청년 예술가 '문조'를 만나 네트워크 모임 <그물잔치>가 가진 힘에 대해 들어보았다. 



Interview: 작가 '문조'

"우리의 만남이 서로의 작업에 원동력이 되길"


문조 <INFERNO> 

Mixed media on canvas

80cm X 117cm, 2019


Q. '문조'라는 청년 예술가는?    


미술인으로 활동하는 문조다. 오컬트(occult)나 주술, 종교가 사람을 믿게 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퀴어(queer) 문화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작업한다. 요즘은 타투이스트(tattooist)로 활동하려고 준비 중이다. 여느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미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Q. 어떻게 관악구에 자리 잡고 활동하게 되었나?   


처음부터 ‘관악구에 터를 잡겠다!’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우선 학교가 이 근처였고 주변에 작업실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사실 관악구에 모인 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이 동네가 비교적 월세가 싸고 청년 인구가 높으니까. 그렇게 자연스레 이 동네로 흘러왔다.    



Q. 지내보니 어떤가. 경제적인 것 외에도 작업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나?    


우선 재미난 동네인 것 같다. 한쪽은 오래된 시장, 낡은 건물이 줄지어있어 동네의 과거를 느낄 수 있고, 다른 한쪽에는 ‘샤로수길’이라는 거리가 형성되어 새로운 활기를 찾을 수 있다. 거기서 또 고개를 돌리면 주거지가 몰려있어 사람들의 온기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혼재되어있는 상황이 재미있고 좋은 곳이다. 그렇지만 이 공간이 내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저 많은 추억이 서려 있고 익숙한 동네에 지낸다는 것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낯설지 않은 동네 그 자체가 좋아서 이 동네에 계속 머물고 있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조 작가    


Q. 행사 진행과 레크리에이션을 맡았던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이번 네트워크 파티 프로그래머와 인연이 있다. 이전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인터뷰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획한 네트워크를 진행했던 경험이 어필된 것 같다. 그것을 계기로 이번 파티에 참여했다.    



Q. <그물잔치>에서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고, 이 자리에서 충분히 얻었는지?   


나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원동력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예술을 하다 보니 ‘영감’이라는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혼자 있을 때 영감을 받는 일은 별로 없다. 혼자서 더는 찾기 어렵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는 중에, 특히 내가 모르는 분야의 지식이 내게 왔을 때 새롭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결국 내 원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예술가가 모이는 자리를 원했고, 만남 속에서 새로운 것을 얻어가고 싶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한다. 실리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개인적인 성향이 잘 맞아서 이런 네트워크가 좋고 만족스럽다.     



Q. <그물잔치>에 참여하고 느낀 것이 있다면?  


평소 예술가들이 모이는 네트워크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 오늘 특별히 새롭게 느낀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 행사가 관악구 청년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분명히 있다.     

예전에 관악구라는 동네를 중심으로 청년 예술가가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같은 학교 사람끼리 모이거나, 각자의 장르 안에서 이미 존재하는 그룹을 중심으로 모인다. 그것도 아니라면 주변 사람을 통해서 알음알음 만나는 식이다. 이렇게 지역을 중심으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관악구에 예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 네트워크 파티가 계속 이어져 관악구의 청년 예술가들이 언제든지 만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Q. 이 커뮤니티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떻게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무조건 이끌어 나가는 것은 필요치 않다는 말이다. 기획의 이름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하고, 필요를 만들고 얻고 느끼는 것은 참여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이 커뮤니티가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또, 다양한 장르의 사람이 모였다고 해서 무조건 협업을 해야하는 건 아니다. 오늘처럼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이라면 좋겠다. 그렇지만 모임이 쭉 이어지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래야 발동이 걸리고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니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매력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이루고 싶다. 그 이외의 것은 아직 미지수. 오늘 만났으니 일단 해봐야 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자주 봅시다. 그리고 우리, 많이 벌고 행복 합시다. (웃음)        



관악구는 오는 11월, 12월에도 동네예술가를 위한 만남의 장을 계획 중이다. 참가자들의 바람처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관악구 청년 예술가 공동체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동료 예술가를 만나고 소통하는 기쁨을 누렸으니, 단순한 만남의 장을 넘어서 본격적인 협업에 발동을 거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시도 위로 함께 나아간다면 공동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참가자 개인의 큰 성장 또한 이룰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역 예술의 경쟁력을 키우는 단단한 초석 아닐까. <그물잔치>가 건강하고 촘촘한 네트워크가 되어 더 많은 지역 청년 예술가를 모이게 하고 지역의 다양한 예술의 기회들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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