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enview

[N개의 서울] 천 위에 수놓아진 245년 인생 이야기

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천 위에 수놓아진 245년 인생 이야기 (금천구)


수많은 봉제 장인이 하루의 반 이상을 미싱 앞에서 지내며 삶의 터로 살아가는 금천구. 금천구 독산동은 지난해 도시형 소공인 의류・봉제 집적지구로 최종 지정되었다. 이처럼 금천구는 봉제 장인, 봉제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국 의류 산업의 명소가 되고자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금천구의 또 다른 지역문화사업 '2019 우리마을 문화통(通)장'은 지역의 전반적인 목소리를 듣는 '콜로키움 금천'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1982년부터 지금까지 금천에서 꾸준히 봉제 일을 해온 '강명자'와 '권영자' 봉제 장인이 목소리를 내었고, 그렇게 두 개의 봉제 프로젝트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바로 그들의 굴곡진 삶과 닮은 봉제 기법인 '지그재그'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지그재그 봉제클럽'으로, 강명자, 권영자 장인과 함께 네 명의 봉제 장인이 모여 봉제 기술을 매개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8월 23일에 '금천 행복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청소년들과 함께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며 마음을 여는 대화를 나눴다. 9월 20일에는 지역 마을 활동가와 함께 봉제 워크숍을 진행했고, 10월 14일에는 인견 타올을 만들며 지우고 싶은 기억과 나쁜 습관에 대해 편하게 털어놓았다. 바늘에 실을 한 땀 한 땀 천을 꿰매며 봉제 기술을 배우는 기회였지만, 더불어 참가자들이 각자의 마음과 이야기를 바느질하듯 잇고 연결하는 치유의 시간도 얻는 예술 프로젝트였다.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 포스터


전시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


- 기획: 강명자, 권영자

- 참여 작가: 강명자, 권영자, 김용자, 정의금, 조분순, 표영숙

- 기간: 2019.12.2.(월)~12.5.(목)

- 장소: 금나래아트홀 갤러리 (서울 금천구 시흥동 1020)


이어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오늘 소개할 '지그재그 봉제수다방'에서 기획한 전시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이다. 이 전시는 봉제 장인들이 지나 온 굴곡진 삶을 봉제 기법을 활용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6인의 장인이 공장 안, 작은 수다방에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이의 경력을 합치면 무려 24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봉제 기술을 갈고 닦아 온 장인들, 드디어 12월 2일에 그들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의 모습(좌),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권영자 장인(우)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에서는 첫 번째로 진행되었던 지그재그 봉제클럽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 쉽게 만나보기 힘든 장인 개인의 작품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의 오프닝은 특별 도슨트로 변신한 권영자, 강명자 장인이 함께했다. 권영자 장인은 오프닝 파티 당일날 관람객 옆에 나란히 서서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과정을 세세히 설명했다. 전시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은 하나의 작품도 쉬이 지나치지 않았고, 장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제대로 느끼고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장인들의 작품


봉제 장인들의 작품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위에 실로 한 올 한 올 새겨진 문구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어느새 장인의 녹록지 않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품에는 각각의 봉제 장인이 주특기로 삼는, 가장 자신 있는 봉제 기술 실력이 하나씩 발휘되어 있다. 도슨트로 활약했던 권영자 장인은 봉제 장인들이 갈고 닦은 '필살 봉제 기술'에 대해 열심히 알려주었다. 작품을 보고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봉제 장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애정과 자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전시장 속에 마련된 작은 봉제수다방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꼽으라면 바로 이곳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봉제 장인들의 실제 작업실 한 켠에 숨어있던 '봉제수다방'을 그대로 재현해 둔 것이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따스함이 가득한 노란빛 장판과 나무 책상이다. 이 자리에서 장인을 포함한 많은 지역 주민이 모여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시간이 이어졌다. 수다방 옆에는 그간 진행되었던 인터뷰가 키워드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봉제 숙련공이자, 한 가족의 어머니인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 오프닝은 봉제 장인의 가족이 많이 방문한 덕에 더욱 단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전시장을 찾은 장인의 자녀들은 손주들의 자그마한 손을 꼭 잡고, 어머니의 작품을 마치 본인의 작품인 듯 열심히 설명했다. 작품을 보는 가족들의 눈에는 어머니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예술이 입혀진 봉제가 이어지는 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즐겁게 전시를 관람한 이후, 6명의 봉제 장인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하는 축하 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프닝 파티가 시작됐다. 금천문화재단이 준비한 영상을 모두가 함께 보며, 그동안 장인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발자취를 짚어갔다. 영상이 끝난 후, 강명자, 권영자 장인이 전시를 준비하며 기획자로 변신한 소감을 직접 전했다. 


강명자: 제의가 왔을 때, 어떤 사람을 섭외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 정말 고민했다. 다섯 장인을 다 만나고 보니 각자 보여줄 것이 너무나도 풍성해 서로 삶 속에서 겪어온 것들을 담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렇게 전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하게 작업했다. 한편으로는 이 지역에 얼마나 이런 분이 많을까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권영자: 워크숍을 병행하면서 아이들과 면 생리대를 만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들이 어른들보다 손바느질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참으로 야무지게 잘해서 너무 예뻤다. 그리고 '묵은 때 벗기기'를 주제로 인견 타올을 만들거나, 입지 않는 옷으로 가방을 만들었던 '장롱 속 추억을 찾아서' 같은 여러 워크숍을 할 때, 다들 작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살아온 인생을 자연스레 나누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게 참 좋더라. 나 자신도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특히나 함께 한 주민들이 너무 좋아해 줘서 큰 보람을 느꼈다. 


각자의 소감을 밝히는 6명의 봉제 장인


두 사람을 포함한 6명의 봉제 장인들은 모두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참으로 치열하게 보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 치열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무려 245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이 되었다. 햇수를 헤아릴 때마다 봉제 장인 자신들도 그 경력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작품을 만들 때, 기존에 해오던 봉제 일감과는 생소한 개념으로 다가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어 줘 끝까지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첫 출발선은 모두 달랐을지 몰라도 함께 걷는 길의 방향은 같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었던 셈이다


강명자 장인은 봉제 기술자로서 독산동 지역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구상 중에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그재그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과 의욕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려는 그녀의 포부가 아름다워 보였다. 전시를 찾은 지역 주민에게 이 계획이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 될지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는 끝맺음과 함께,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의 오프닝 파티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문화로 꽃피우는 10개 동, 우리마을 문화통(通)장”


우리마을 문화통(通)장은 예술가의 전문 시각과 지역 주민의 일상성을 기반으로 금천구의 문화적 특성을 발현하는 지역문화 프로젝트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금천구의 실현을 위해, 가치 있는 문화 활동으로 지역성과 공공성이 공존하는 구민 주체적 지역문화발전을 목표로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꾸준히 일으키고 있다. 내년에는 어떤 내용으로 봉제 장인은 물론, 지역 주민과 함께할지 모두가 함께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봉제장인 플랫폼, Atelier 440


마지막으로, 지난 10월 개관한 금천구의 '아뜰리에 440'도 함께 주목해보자. 아뜰리에 440은 한국 패션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어 온 금천 봉제사업장을 위한 패션유통지원센터다. 40여 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금천구의 봉제 장인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공동으로 전시해, 누구나 와서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아뜰리에 440에 입점한 금천의 18개 봉제사업장은 그간 쌓은 기술과 경험으로 정장, 모피, 캐주얼 등 전복종의 자체 제작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 또한, 모든 방문자는 디자인, 패턴, 재단, 봉제 등 제품이 완성되는 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며, 봉제 장인을 위한 협업 공간까지 갖췄다. 아뜰리에 440이 봉제 장인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써 활약할 앞으로의 영향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뜰리에 440

- 주소: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40

- 연락처: 02-2657-5725




▶ 금천문화재단 온라인 채널

홈페이지 : gcfac.or.kr

인스타그램 : @geumcheonculture

블로그 : blog.naver.com/culture_geumcheon

페이스북 : facebook.com/geumcheon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