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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2020

미리 만나는 2020



편리한 기능의 스마트폰 스케줄 앱과 메모 앱이 사랑을 받으며 연말연시를 대표하는 아이템 '달력'의 인기가 전과 같지 않다. 그래도 달력은 내부 업무용은 물론, 고객에게 1년 365일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어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최근에는 기업체나 기관의 홍보・판촉을 위해 달력을 무료로 나눠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달력이 귀하던 시절엔 돈을 주고 사기도 했다. 주로 '우리 강산', '한국의 사계', '한복 입은 여인' 등 여러 달력을 모아 놓고 파는 전문 매장이 있었다. 이런 판매점도 이제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 대신 대형서점이나 팬시점에서 인기 캐릭터, 아이돌, 방송 콘텐츠 등의 달력을 살 수 있다. 


대전 전통시장의 달력 판매점 


달력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시중은행이다. 서민들이 무료로 달력을 가장 쉽게 얻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도 있다. 그리고 보수적 금융권에서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방법이 없던 시절, 1년에 한 번 나오는 달력은 가장 좋은 홍보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2020년을 앞두고 금융권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달력 트렌드와 특징을 키워드로 알아본다. 



첫 번째 키워드: 따뜻한 그림, 실용성은 덤 

금융권 달력 디자인은 유명 작가들의 따뜻한 그림을 활용하는 것이 대세다. 일러스트 삽화나 유화, 또는 자수를 활용한 그림 등 따스한 감성적 그림에 복된 새해의 희망과 바람을 담고 있다. 쓰는 사람을 배려한 실용적인 부분은 기본이다.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아름다웠던 날들'을 주제로 옛 추억을 그리는 작가 초록 담쟁이, '이수희' 작가의 일러스트로 2020년 달력을 꾸몄다. 붕어빵을 베어 문 할머니와 손녀, 세배를 하러 가는 소녀들의 모습 등 순수와 소중한 무언가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옛 추억을 소환하는 느낌이다. 고객의 소중함을 함께 만들어 가는 평생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실용적으로 활용하도록 제일 뒷면에 금전 기록을 표시할 수 있는 '캐시 플랜 스티커'를 넣었다. 저축, 카드값, 통신비 등을 알기 쉽게 표시해 매일 간단한 가계부처럼 돈 관리를 할 수 있다. 벽걸이 달력 뒷면은 연간 플래너, 윷놀이판, 저금통 만들기, 태극기 그리기, 미로찾기, 스도쿠, 오목 등을 넣어 재미와 기능을 더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피어나는 희망, 아름다운 행복'을 주제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이수동'의 그림을 활용해 2020년 달력을 만들었다. '세상은 넓다', '봄으로 가는 길', '우리 동네 꽃나무' 등 시의성 있는 동화 같은 그림과 희망의 이야기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함께하는 든든한 금융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달력 한 면에 당월과 앞뒤 3개월 분량을 한 번에 표시해 실용성을 높였다. 



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은 'Here for good'를 주제로 꽃, 나무, 집을 주로 그리는 '나윤찬' 작가의 그림을 2020 달력에 실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가의 그림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즐거움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1일 1행복'이라는 주제와 '행복을 수놓는 엄마의 그림일기'를 부제로, '강진이' 작가의 그림이 담긴 새해 달력을 선보였다. 강진이 작가는 소박한 글과 정겨운 그림으로 가족의 일상과 어릴 적 추억을 담을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손바느질 자수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12달에 표현해, 든든한 보험사로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 캐릭터와 즐거운 스토리

'카카오프렌즈', '펭수' 등 캐릭터 마케팅이 각광받으며 자사 캐릭터 또는 검증된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달력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세상 어디에서나 신한을 만나다'란 주제로 자사 캐릭터인 '쏠 익스플로러즈(SOL Explorers)'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한은행이 진출한 미국, 중국, 홍콩, 인도,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각국의 대표 이미지를 신한은행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하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가 현지를 여행하는 다양한 설정으로 재미와 함께 '같이', '행복' 등의 키워드를 전한다.



NH농협은행


'NH농협금융'은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 캐릭터로 새해 달력을 만들었다. 월별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연상되는 컷으로 디자인을 했으며, 날짜 표시판에도 캐릭터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발랄하면서도 즐겁고 밝은 이미지를 전한다.  




세 번째 키워드: 정체성 그리고 정보

자신 업(業)의 속성과 비즈니스 포인트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달력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한국'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지를 '찰나의 순간'에 담은 멋진 사진으로 보여준다. 표지는 올해 개방된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는 고성 DMZ 쪽 풍광을 담았다. 익히 알고 있던 관광지들이지만, 사진 속 이미지는 좀처럼 볼 수 없어 이국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순간'을 보여준다. 외국인뿐 아니라 누구나 그달엔 꼭 그곳에 가보고 싶도록 유혹한다. 공사의 모바일앱 'Visit Korea', 오디오 가이드앱 'Odii',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정보도 제공한다. 



코레일


'코레일'은 전국의 주요 역을 일러스트로 담은 달력을 선보였다. 그동안 주로 '철도 사진 공모전' 수상작을 이미지로 활용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새롭게 따스한 감성에 맞췄다. 옛 서울역을 세밀하게 그린 표지부터 강릉역 등 KTX역과 함께 임피역, 반곡역 등 간이역을 삽화로 담았다. 코레일 달력의 특징 중 하나는 날짜칸에 요일마다 주(간), 야(야간), 비(비번)이 쓰여 있다. 현장의 교대 근무자들이 자신의 근무순서를 알 수 있도록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대한민국 철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새해 달력에 담았다. 1899년 이 땅에 철도가 개통된 때부터 2018년 남북철도 협력 그리고 대륙철도 진출의 염원까지. 간단한 철도역사를 펜으로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간결하면서도 힘차게 나타냈다. 건설 관련 업무 특성상 사고, 부정부패 등 '3제로 캠페인' 페이지도 별도로 넣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위대한 유산, 자부심이 되다'를 주제로 올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의 사진을 실었다. 전통문화·가옥 전문 사진작가인 '이동춘' 작가가 세계가 인정한 우리 서원의 모습을 담았다. 생소한 기관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문화유산 지지키 후원을 알리고자 기관 이사장의 메시지, 기관 역할 및 후원 안내는 물론 '이상 옛집', '중명전', '보성여관' 등 보전 및 위탁 재산 소개 코너도 마련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외국어 교육 전문기관답게 이란, 헝가리, 탄자니아, 몽고, 폴란드 등 특수외국어 국가의 대표 랜드마크 이미지로 2020년 달력을 구성했다. 외국어대 달력인 만큼 날짜에 각 나라의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별도로 표시했다. 



네 번째 키워드: 차별화된 컨셉

아날로그의 아이콘과도 같은 종이 달력에 최신 5G 기술을 결합하거나, 지친 현대인을 위해 휴일만 표시한 차별화된 컨셉의 달력도 눈에 띈다.


U+ 5G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5G'라는 개념의 공식 명칭은 '뉴 라디오(New Radio, NR)'다. LTE(Long-Term Evolution)로 불리던 4G에서 새로운 5세대 이동통신을 연 5G의 핵심은 초 광대역, 초 저지연, 대량연결을 가능케 만들어 모든 전자 기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혁신성이다. 이러한 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LG 유플러스'는 디지털의 정반대 지점인 종이 달력에 최신 5G 기술로 움직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U+ 5G 갤러리 달력을 선보였다. 서울문화재단, 구족화가협회, 스무 명 이상의 시각 예술가와 무용・공연 분야의 퍼포머, 다원예술가들이 협력한 총 12개의 작품을 월별로 담았다. 'U+ AR' 앱이나 'Google 렌즈' 앱으로 감상하고 싶은 작품을 인식하면 나레이션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그르르 스튜디오


바쁜 일상에 치이는 우리에게 쉼표를 안겨주는 소중한 휴일들. 빨간 날엔 무엇을 하며 보낼지 설레는 마음으로 달력을 넘기는 모든 이를 위해, '그르르 스튜디오'가 빨간 날만 표시한 '빨간날달력'을 만들었다. 빨간날달력은 복잡한 과업으로 가득한 평일의 부담을 덜어내고, 빨간 날 할 수 있는 일을 기억하는 라이프 디자인 프로젝트다. 2020년에 116번 찾아오는 주말과 법정공휴일 등의 빨간 날을 큼직하게 강조하고, 회색 평일은 보일 듯 말 듯 작게 숨긴 위트가 담겨있다. 달력만 보아도 곧 다가올 빨간 날을 생각하며 힘을 얻을 수 있지만, 달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빨간 날을 누리는 귀여운 그르르 캐릭터야말로 빨간날달력의 백미다.





13개 기업과 기관의 2020년 새해 달력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봤다.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위해 이미지와 콘텐츠는 조금씩 다르지만 저마다 바라는 조직 문화와 고객을 향한 메시지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맘때면 통과의례처럼 달력과 다이어리를 주고받으며 연말연시를 맞는 문화는 점차 옅어지지만,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바라는 마음은 변치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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