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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답게, 그러나 아파트와는 다르게

아파트답게, 그러나 아파트와는 다르게



연일 부동산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기사를 장식한다. 실시간 검색어가 요동친다. 기본적 주거 공간의 개념을 넘어 욕망이 투영되기도 하는 부동산 시장. 그 대표 테마는 당연히 아파트다. 아파트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부의 상징이 됐다. SOC 등 공공 외에 민간의 대표 부문인 아파트 시장을 차지하려는 건설사의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아파트 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설사들은 브랜드에 공을 들인다. 최근 아파트 브랜드의 트렌드를 살펴본다.




먼저 우리나라 아파트 브랜드의 역사를 간략히 짚어보자. 건설업이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시절, 아파트는 그냥 건설사 이름으로 불렸다. 대략 2000년까지 '현대', '삼성', 'LG' 등 재개 순위가 곧 건설사 순위였다. 건설이 그룹의 주력 여부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었을 뿐. 사람들은 친숙한 그룹 명칭을 아파트 이름으로 불렀다. 여기에 지역명을 붙이는 식.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다. 바로 1998년 분양가 자율화였다. 분양가를 건설사가 정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타입과 가격의 아파트가 나왔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건설사 이름 이상의 특별함이 필요했다. 


1999년 '롯데건설'이 웅장한 고급 성(城)의 이미지를 강조한 '롯데캐슬'을 론칭했다. 뒤이어 2000년 '대림산업'이 새로운 브랜드 'e편한세상'을 선보였지만, 본격적인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연 것은 같은 해 '삼성물산'의 '래미안'이다. 래미안은 '미래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라는 뜻을 담은  조어다. 당시까지 영어식 브랜드가 주를 이루던 상황에서 래미안은 아파트 시장에서는 물론 이름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으며 래미안은 국내 아파트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등극했다. 삼성물산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동안 아파트 건설 분야에서 국가고객만족도(NSCI)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래미안이 삼성의 일등주의 이미지와 부동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단지들이 늘어나며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면,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색다른 메시지와 광고로 차별화를 꾀했다. 





브랜드 상표출원을 통해 '최초의 아파트 개별 브랜드' 타이틀을 갖고 있는 e편한세상은 모두가 아파트의 품격을 이야기할 때 '진심이 짓는다'란 슬로건으로 승부를 걸었다. 톱스타의 화려한 이미지가 주를 이룬 종전의 아파트 광고에서 탈피해 '보금자리'라는 집 본연의 가치를 부각시킨 스토리텔링 광고로 호평 받았다. 10cm 더 넓은 주차장, 1층 세대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오렌지 로비, 단지 내 장애물이 없는 아파트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세심한' 변화를 제시했다. 단순히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 실체들을 뒷받침해 주목받았다. 



e편한세상 CF - 10cm


2002년 9월 등장한 'GS건설'의 '자이(Xi)'는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고급 브랜드 아파트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Xi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고급 라이프스타일과 수준 높은 문화를 지향한다고 알렸다. 서울 강남권 주요 재개발 단지를 수주하면서 래미안을 밀어내고 아파트 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Xi 브랜드 홍보 영상


여기서 아파트 브랜드 순위를 살펴보자. 지난해 11월 '부동산114'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2019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GS건설 자이가 3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삼성물산 래미안, '대우건설' '푸르지오', '포스코건설' '더샵' 순. 



2019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순위

[Photo: 부동산114]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자이가 27.3%로 가장 높았다. 래미안(15.9%), 푸르지오(15.4%), 힐스테이트(11.0%)가 뒤를 이었다.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도 자이(24.8%)가 1위였다. 래미안(13.9%), 힐스테이트(13.6%), 푸르지오(13.2%), 더샵(7.1%)의 순서.


정비 사업 추진의 시공을 희망하는 건설사와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도 자이(28.8%)가 1위를 기록했다. 힐스테이트(18.8%)는 지난해보다 4단계 오른 2위, 푸르지오(15.3%), 래미안(14.0%) 순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함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건설사들도 브랜드 다듬기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20여 년 끌고 온 브랜드를 최근 흐름에 맞춰 고치거나, 새로 만들며 저마다 프리미엄,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자이나 래미안이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선보이지 않고 기존 브랜드의 강화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들 리딩 브랜드 외에 최근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전략을 살펴본다. 먼저, 기존 브랜드 위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위에 '디에이치(THE H)', 대림산업은 이편한세상 위에 '아크로(ACRO)', 롯데건설 '르엘(LE-EL)' 등이 대표적이다.



1. 현대건설 '디에이치'

2. 대림산업 '아크로'

3. 롯데건설 '르엘'

4. 대우건설 '푸르지오'

5. 신세계건설 '빌리브'



1. 현대건설 '디에이치'


'아파트'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1961년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를 만들고, 1975년 강남 최초의 브랜드 단지를 선보인 현대건설이 2015년 론칭한 디에이치. 'THE'는 단 하나의 Originality, 하나뿐인 완벽한 프리미엄 라이프를 의미한다.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스마트하고 고귀한 '주택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한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고급 주거 단지를 뜻하는 힐(Hill)과 높은 지위를 뜻하는 스테이트(State)가 결합된 단어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해왔다. 디에이치의 로고 디자인은 절제된 이미지로 모든 컬러를 아우르는 퓨어 블랙(Pure Black)을 기본 컬러로 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세상의 없던 완벽함'이란 카피로 브랜드 광고를 집행했다. 4년 5개월 만에 첫 TV 광고다. 서울 강남의 새로운 고급아파트 단지로, 첫 번째 입주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곳곳에도 디에이치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모기업의 강점을 살린 혁신 기술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한다. '현대자동차', 'KT' 등과 협업으로 모빌리티나 첨단 기술을 단지에 적용하고 있다. 


디에이치 CF




2. 대림산업 '아크로'


서초의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

[Photo: 동아일보


대림산업은 지난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를 리뉴얼했다. '소유하고 싶은 완벽한 주거 컬렉션'을 슬로건으로 로고를 더욱 단순화했다. 2013년 론칭한 기존 로고에서 e편한세상과 공통으로 사용해온 오렌지 구름 심볼을 떼어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갈아입었다.



아크로의 기존 로고(좌)와 리뉴얼된 새 로고(우)


아크로는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The Only One' 브랜드 컨셉으로, 취향∙안목∙품격을 반영한, 가장 앞서고 독보적인 주거 가치 제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아크로는 2년에 걸쳐 건축, 인테리어, 조경, 커뮤니티, 서비스 등 생활양식에 대한 연구조사를 토대로 브랜드에 걸맞게 미세먼지, 소음 등의 대응 시스템을 개발, 적용했다. 이를 견본주택과 달리 팝업 스토어 개념의 '아크로 갤러리'를 통해 선보였다. 아크로 역시 서울 한강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수주를 활용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확산해 나가고 있다. 



3. 롯데건설 '르엘'


[Photo: 롯데건설



르엘은 롯데건설이 지난해 선보인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다. 1999년부터 유지해오던 '캐슬' 위의 브랜드로 강남권 고급 주거단지를 겨냥한다. 'Limited Edition by LOTTE'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한정판을 의미하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약자로서 중의적 뜻도 있다. 품격에는 집을 짓는 사람의 엄격함과 그 집을 살아가는 이의 안목이 담겨 있음을 강조하며 '사일런트 럭셔리(Silent Luxury)'를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르엘 브랜드 홍보 영상


다만, 롯데건설은 서울 강남 대치동과 잠원동 2개 단지에 르엘을 처음 적용한 것을 빼놓고는 브랜드 철학처럼 조용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4. 대우건설 '푸르지오'


[Photo: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지난해 초 푸르지오 브랜드의 얼굴을 6년 만에 바꿨다. 브랜드 철학을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The Natural Nobility)'으로 정립하고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선보였다. 브랜드 슬로건은 '리브 유어 라이프(Live your life)'. 새 BI는 기존 디자인 'P Tree'가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색상은 초록색에서 고급스러움과 중후함을 상징하는 블랙 색상을 가미한 브리티시 그린(British Green)으로 바꿨다.


새로운 CF도 선보였다. 메시지는 "다시. 모든 것을. 새롭게. 푸르지오". 새로운 브랜드 철학이 고객의 삶까지 세련되고 고귀하게 변화시킨다는 컨셉으로 제작했다. 귀에 익숙했던 징글도 과감히 바꿨다.



푸르지오 CF


BI 교체와 함께 SNS 소통에도 변화를 줬다. 그동안 발행되는 웹진을 건설업계 최초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영상 매거진 '푸르지오 라이프(PRUGIO Life)'로 바꿨다. 기존 건설사의 유튜브 채널이 기업 홍보에 중점을 두었다면, 푸르지오 라이프 채널은 사용자의 주거상품, 부동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형식의 정기 발행 영상 매거진이다. 


푸르지오 리뉴얼 프로젝트는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WINNER)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새로운 브랜드 철학에 맞춰 조경과 단지 외관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드는 등 푸르지오만의 프리미엄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5. 신세계건설 '빌리브'


[Photo: 빌리브

중견업체 '신세계건설'은 2018년 새로운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선보였다. '모던한 형태의 마을' 빌리지(Village)와 '존중되는 삶의 공간' 라이브(Liv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믿고 사는 집(Believe)이라는 뜻도 있다. 다양한 삶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탄생한 신세계 빌리브는 '아파트먼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먼트(Lifestylement)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BI는 심플한 형태의 타이포와 이퀄라이저를 조합한 로고다. 삶을 쾌적하게 만드는 새로운 콘텐츠와 획일적이지 않은 스마트한 공간 디자인을 지향한다. 365일 활기와 즐거움이 넘치는 삶을 표현한다. 신세계건설은 주택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아파트 대단지 형태의 주거 모델이 아닌, 다양한 주거의 특징을 닮은 모델을 지향하는 '콘텐츠 마케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한 것. 부동산 가치를 앞세운 광고 캠페인이 주를 이룬 기존 건설사 마케팅과 차별화를 위해서다.



그래서 국내 건설사 최초로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매거진을 창간했다. 단순히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꿈꾸는 집에 대한 바람과 새로운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서 '집과 삶'을 매거진을 통해 전한다. 


빌리브 브랜드 홍보 영상


확실한 차별화엔 성공해 보이나 빌리브의 시장 안착은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후발주자로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콘텐츠 마케팅만으로는 다소 버겁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아파트 브랜드 트렌드를 살펴봤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관여 제품인 아파트 시장을 두고 건설사들은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강남 중심', '대형 건설사의 대단지' 위주로 형성되는 시장의 흐름 속에 업체들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브랜드 파워와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가 커지면서 선두업체의 수성과 새롭게 소비자의 선택을 바라는 업체들의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중후장대한 건설사들이 펼치는 디테일한 브랜드 경쟁 관전이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




▶ 참고하면 좋을 기사와 사이트

신세계 빌리브 매거진

부동산114 

아파트 브랜드에 숨겨진 '비밀'

포스코건설 브랜드 매니저, 이원식 -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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