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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프로젝트] #1, input.



프럼에이가 있는 곳은 마포구 연남동의 조용한 골목, 조용한 건물의 2층입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 1층의 작은 박스 같은 5평 내외의 공간을 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죠. 이곳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한 것도 그 무렵입니다. 


[언박싱 프로젝트(Unboxing Project)]는 우리 중 공간 기획 경험이 전무한 네 명의 '언박서(Unboxer)'가 공간을 구상하고, 각기 다른 필드에서 활동하는 5명의 멘토가 7주간 함께 디벨롭하는 '공간 싱킹(space thinking)'의 과정입니다. 출판∙소품∙서점∙공간∙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하는 멘토에게 자신의 기획안을 설명하고, 그들의 코멘트를 발판 삼아 자신만의 공간 박스를 한 꺼풀씩 벗겨갑니다. 공간 기획의 실패율을 줄이는, 글자 그대로의 '언박싱'이죠. 다각적인 필드의 의견과 조언을 흡수한 언박서들은 서로 자발적인 의견을 교류하며 각자의 생각과 가치를 핵심화합니다. 


언박싱 시리즈 기사는 공간의 거친 스케치가 정밀한 기획안으로 다듬어질 때까지, 각자의 Why를 찾아가는 과정을 '#1, input', '#2, throughput', '#3, output'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우리의 사례와 아카이빙이 공간 구상과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공간 운영자의 고민을 덜어주길 바랍니다. 공간뿐 아니라 떠오른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모든 메이커를 위한 '생각 매뉴얼'로써 말이죠. 



언박서들에게 도착한 작은 공간 박스



  1. 5평 내외의 작은 공간을 채워라

  2. 수익 구조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구성하라

  3. 프럼에이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라


언박싱의 시작과 함께 최소한의 공간과 조건이 네 명의 언박서 K, P, B, J에게 투입(input)되었습니다. 세 가지 항목 외에 어떠한 제약도 없이, 네 명의 언박서들이 홀로 공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1의 단계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언박서 K는 프럼에이가 위치한 연남동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연남동은 소위 말하는 '핫한 동네'지만, 우리는 주소지만 연남동일 뿐 사실 문화 중심지를 살짝 비껴간 주택지에 가깝습니다. 핫한 동네의 바로 옆 동네인 셈입니다. 주민과 회사원을 중심으로 비교적 협소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죠. 우리의 작은 공간을 활짝 열어 둔다고 해도, 거리를 걷던 누구나가 문득 들어오긴 어려울 것입니다. 


K가 연남동의 작지만 개성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사람(seeker)'들을 타깃으로 설정한 이유입니다.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을 가장 먼저 발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을 위한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이자 내비게이터로써, 우리 주변의 작지만 개성 넘치는 장소와 숨어있던 이웃을 알려주는 일종의 '넓은 연남 튜토리얼'을 기획했습니다. 안내만 하면 되니 작은 공간으로도 충분합니다. 지리적 위치의 장단점을 모두 끌어안는 동시에, 명확한 타깃 설정으로 공간적 한계도 극복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스타팅 포인트: 게임에서 처음 캐릭터가 생성되는 장소, 게임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정보를 얻어 모험을 시작하는 곳


'안내소'는 프럼에이의 역할과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러 에디터의 다양한 관점을 모아 '오픈북'이라는 콘텐츠로 전달합니다. 지식을 공유해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죠. 미처 몰랐던 연남동을 궁금해하는 도전적인 시커에게 우리 주변의 문화 정보를 나누다 보면, 시커들은 또 다른 연남동의 보석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가치를 나누는 안내소의 역할이야말로 프럼에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K는 가치를 찾는 프럼에이, 숨은 연남동을 찾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성장하는 작지만 큰 거점으로 기획안을 채웠습니다. 이후 K의 기획안은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성장하는 공간'의 핵심을 파고들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하나씩 박스를 벗겨갑니다.







언박서 P는 '콘텐츠 다루는 회사는 어떻게 공간을 다룰까?'라는 최초의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곤 '공간의 활용으로 콘텐츠를 확장해야 한다'는 방향을 잡았죠. 우리의 기존 콘텐츠에 도전적인 요소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그렸습니다.  


P는 그 방법의 하나로 1인 크리에이터와의 공유∙협업 공간을 제시합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만들고 콘텐츠를 다루는 프럼에이에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죠. P는 리서치를 거쳐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여러 레퍼런스를 살펴보았고, 창작자가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문화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1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우리의 오픈소스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와 함께 쓰는 공유 공간은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성장하는 우리의 가치를 나타내기에 적격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밀도 있게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나눈다면 전에 없던 새로운 기획이 탄생할지 모르죠. P의 기획은 여유 공간을 외부 인력과 공유함으로써 프럼에이의 또 다른 싱크탱크로 활용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P는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의 공간이라면, 그곳에서도 새로운 콘텐츠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출발점에서 자신만의 공간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P는 멘토들의 코멘트와 각자의 고민을 통해 '새로운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작은 여유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핵심화하는 언박싱을 이어갑니다. 








언박서 B는 먼저 프럼에이의 가치를 꼼꼼히 분석하며 언박싱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공간을 창구 삼아 프럼에이라는 그룹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채우려는 생각이었죠. 한마디로 우리의 쇼룸을 구상했습니다. 우리는 지식의 오픈소스화를 지향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인사이트를 교류하는 그룹입니다. 그렇다면 쇼룸 역시 그 과정을 누구나 구체적으로 느끼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B는 콘텐츠 플랫폼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나 창작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하는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오픈북 콘텐츠의 인쇄물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컬렉션을 갖추고, 무료 멤버십 제도인 '오픈 크루'에게 공간을 개방해 오픈북 에디터의 인재 풀(pool)을 만드는 것이었죠. 우리의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를 활용한 굿즈를 제작∙판매해 수익 구조를 만드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B는 작지만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쇼룸과 콘텐츠 룸을 살펴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B는 오래전부터 오픈북의 에디터로 활동했던 터라, 그간 쌓아온 콘텐츠의 경험치도 더해졌습니다. 좋은 기사의 레퍼런스가 되어줄 해외 기사 번역본 비치, 오픈북에 다양한 시선을 더할 에디터들을 모으는 영감의 공간. 이러한 아이디어는 에디터로서의 B가 느낀 '오픈북에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B의 첫 공간 박스는 그가 겪은 우리의 가치와 필요성을 담았습니다. 이후 B는 '에디터를 위한 열린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갑니다. 회사에도, 자신에게도, 공간을 찾는 사람 모두에게 영감과 협력심을 주는 핵심적인 공간 연출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언박서 J의 기획안은 현실적인 조건과 실제로 운영 가능한 방법의 점검에서 출발합니다. 작은 공간에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다소 제한적이고, 따로 관리할 인력이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했죠. J는 이런 조건이라면 상주 인력이 있어야 하는 스토어나 전시∙복합문화공간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상권과 접근성을 염두에 뒀을 때,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정확한 타게팅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공간의 알찬 운영 방식은 존재할 겁니다. J는 프럼에이가 갖춘 서적과 주간 오픈북 큐레이션을 매개로 '트렌드와 취향을 나누는 작은 공유 서가'를 떠올렸습니다. 기존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창고인 동시에, 방문자와 열린 지식을 나누는 공간이죠. 운영 측면에서 전문적인 큐레이팅과 지속적인 서가 관리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가치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구성원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J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문화예술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을 고려한 소규모∙다목적 공유 공간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1인 기업이나 소규모 창작집단, 프리랜서에게 일정 사용료를 받는 수익 구조를 고려했습니다. 만일 무료 공간으로 운영하더라도, 리뷰 보드 등의 장치를 통해 무형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사용료 대신 받을 수 있으니까요. 비슷한 성격과 형태의 공간이 많기 때문에 두드러진 차별화를 고민해야겠지만, 공간과 운영의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했을 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간 기획은 전방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지속성을 고민하는 과정을 수반합니다. J는 이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고민했고, 첫 번째 공간 박스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J는 공간의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쉽고 간편한 콘텐츠 거리', '내 방 같은 공간'의 요소를 구체화하며 언박싱을 이어갑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5평 남짓의 자그마한 공간. 같은 공간과 조건을 두고도 네 명의 언박서가 만든 최초의 공간 박스는 가지각색의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과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이 모두 다른 네 개의 기획안이 탄생했죠. 언박서들은 주변 동네를 둘러보고, 질문을 파고들었으며, 구체적인 예시를 찾거나 현실적인 조건을 냉철하게 따지기도 했습니다. 리서치, 레퍼런스 정리, 경험의 복기, 질문과 답을 반복한 끝에 자신만의 공간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언박서들은 공간을 기획한 적도, 운영하거나 관리한 적도 없습니다. 이들의 공간 박스가 아직은 거친 표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언박싱의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은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멋진 결과물이 아닌, '최초의 상태'로부터 한 겹씩 풀어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꽁꽁 싸여 안의 내용물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포장을 벗겨내는 과정의 설렘. 모든 과정이 처음이기에 느껴지는 두근거림.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감정에 공감하기에 언박싱 콘텐츠와 영상 클립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1, input에서 만들어진 공간 박스는 #2, throughput에서 본격적으로 언박싱되기 시작합니다. 언박서는 다섯 멘토의 코멘트를 든든한 칼날 삼아 눈 앞을 가리는 수많은 질문을 하나씩 벗겨냅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더욱더 단단하게 다듬고, 촘촘하게 메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읽는 예비 공간 운영자들과 메이커들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설레하고, 깊게 고민하며, 생각의 방식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곧 이어질 #2에서 함께 박스를 풀어봐요. 








▶언박서들의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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