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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로 가는 길



지금 우리는 재택근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재택근무 체재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다른 부분은 이전과 동일하게 업무 진행 부탁드리고, 대면이 필요한 논의의 경우 Google Meet이나 Slack을 통해 각 팀별로 화상회의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코로나가 창궐(猖獗)했다. 바로 내 옆 사람을 통해 역병이 삽시간에 퍼질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매우 기민한 속도로 재택근무를 명(命)했다. 신속하고도 엄중한 조치였다. 기업의 제1 목적은 모두 알다시피 이윤 추구가 되어야 한다. 재택근무의 여파로 회사의 이윤에 심각한 여파가 있으리라 예상하고도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 혹은, 단지 직원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내린 결정이었는지 자못 궁금했다. 사내 '슬랙(Slack)' 창을 통해 공유된 재택근무 안내 메시지를 확인하면서부터 신속한 회사의 대처에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론 염려도 됐다. 당장 내일부터 집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지 말이다. 


당분간의 재택근무를 위해 사무실에서 가져가야 할, 노트북을 비롯한 몇 가지 샘플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으며 생각에 잠겼지만 생각보다 싸야 할 짐이 거의 없었다. 가장 무거운 짐은 노트북이 전부였다. 사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노트북 1대면 언제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런 신속한 결정이 가능했겠구나. 찰나의 의문이 풀리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회사가 내린 결단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된 기업들의 수가 적지 않다.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별다른 준비 없이 별안간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이 있는 반면, 전부터 잘 대비해온 터라 큰 시행착오 없이 자연스럽게 재택근무 체재로 전환한 기업들도 분명 있다. 다행히 후자의 기업에 속한 나와 직원들은 '집'이라는 생소한 근무 환경에 큰 장애물 없이 평소처럼 근무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 비결은 이미 사무실에 기반한 업무처리가 아닌, 온라인에 최적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그간 잘 구축해온 덕분이었다. 코로나19를 예견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다만, 회사는 사무실 기반의 근무환경이 생산성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사이트를 이미 얻었던 것 같다. 근무 공간과 지역이 어디건 담당자가 맡은 바를 원활히 수행하는 환경, 이를 잘 구축한 기업은 환경과 상황이 삽시간에 변하더라도 어떻게든 적응해 낼 힘을 내부에 잘 쌓아온 셈이다. 


본 글에선 재택근무에 자연스럽게 돌입할 수 있었던 기업에서 사용해오던 몇 가지 업무 툴(TOOL)을 간략히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새로운 워크 플레이스(work place) 환경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과거 100년간의 변화보다 그간 10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의 속도가 그린 더 가파른 곡선을 통해, 향후의 미래 역시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임은 분명하지만, 사회 내에 정체되어 있던 변화의 필요와 요구에 거대한 동기를 부어버리듯 쏟아냈다는 점에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그 가속을 더 할 것이다.



💡 먼저 현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각 기업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활용하는 업무 툴(TOOL)과, 해당 툴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툴에 대한 기본 분류는 소통∙프로젝트∙콘텐츠 기반으로 구분했다.




줌(ZOOM) by Zoom Video Communications, Inc.

: Communication-based collaboration tool(소통 기반)

[Photo: ZOOM]


미국의 주식시장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여타 기업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상황에서, 반대로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화상 미팅 소프트웨어 기업인 '줌(ZOOM)'이 그 주인공이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 다수가 이미 화상 미팅 시 줌을 사용해왔던 걸 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싹이 보였던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시장의 갑작스런 변화가 줌의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엄청난 촉매제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줌이 원래부터 화상 미팅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결코 아니었다. 당초 몇몇 대기업에서 제공하던 '웹엑스(Webex)'를 비롯해 '스카이프(Skype)' 등이 존재했지만,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로 인해 화상 미팅 시장은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2011년부터 4G를 기반으로 혁신적이면서도 과감한 전략을 가진 줌이 화상 미팅 시장에 등장했다. 낮은 가격, 뛰어난 품질은 물론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화상 미팅 환경을 구축해 기술적인 혁신 또한 가져왔다.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구글(Google)' 혹은 '페이스북(Facebook)' 계정을 통해서도 편리하게 접근 가능하며, 손쉬운 사용성과 함께 현재 넓은 무료 이용 범위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Zoom Story by Eric Yuan


줌의 무료 버전은 100명까지 회의할 수 있으며, 유료 버전은 한 회의에 1,0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또한 회의를 주관하는 1인만 별도의 계정이 필요할 뿐, 단지 참석하는 사람들은 비회원으로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내가 속한 기업에서 사용 중인 화상회의 서비스는 줌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구글 미트(Google Meet)'다. 대동소이한 편의성을 제외한 가장 큰 차이는 범용성과 보안이다. 


줌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링크 접속만으로 불특정 다수와 화상 미팅이 가능해 범용성이 뛰어나지만,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음란물이나 혐오 영상을 투척하고 달아나는 '줌바밍(Zoom-bombing)'이 수차례 발생한 이력은 이같은 현상을 잘 드러낸다. 줌은 보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응은 여전히 요원하다. 반면 구글 미트는 회의 주관자와 참가자 모두 구글 계정을 통해 접속해야 하는 만큼 보안 관리가 철저할뿐더러, 줌에서 지원하지 않는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tion) 또한 구축되어 있어 보안이 중요한 기업들은 줌 대신 구글 미트를 선호한다. 이러한 범용성과 보안은 각각 일장 일단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우수하다기보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취사선택한다면 효과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슬랙(Slack) by Slack Technologies

: Communication-based collaboration tool(소통 기반)

[Photo: Slack]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은 전 세계 150개국의 50만 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이용자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글로벌 서비스이다.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100대 기업의 65개 기업이 슬랙의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명실상부 글로벌 1위 기업용 메신저로 이미 해외에선 입지가 탄탄하다. 다른 업무 협업 툴과의 연동 및 프로그램 개발자가 활용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제외한 IT 기업과 스타트업 위주로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팀즈(Teams)'를 포함해서, '네이버(Naver)'의 '라인웍스(Line Works)', 국내 기업 '잔디' 등이 기업 메신저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국에서 슬랙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내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타 기업과의 협업 시에도 효과적인 연동이 가능해, 경계 없는 자유로운 협업의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Photo: Slack]


나 또한 이미 사용하고 있는 터라 편리함은 물론, 정보 공유에 소요되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해줘 높은 만족감을 가진 서비스이기도 하다. 회사 내 각 사람이 단일한 업무만을 담당했던 과거와 달리 TF(Task Force)의 형태를 비롯해 다양한 팀과 업무에 귀속되는 요즘, 슬랙 내 소그룹 채널을 통해 다양한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아사나를 비롯한 타 업무 툴과의 연동을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대로 슬랙을 사용하는 타 기업과의 협업에도 연동이 가능하다. 이 개방성이야말로 슬랙만의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내 구성원은 실시간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실시간 업무 등에 슬랙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아사나(asana) by Asana, Inc.

: Coordination-based collaboration tool(관리 기반)


[Photo: asana]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가 창업한 협업툴 '아사나(asana)'는 팀∙사내 전반에 걸쳐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다. 아사나는 대시보드 형태로, 개개인이 실시간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툴로써 활용된다. 각자 맡은 일(프로젝트∙태스크)을 정하고 중간 목표치와 마감일을 정하는 등 업무의 사각지대 없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에 유용하다.


같은 관리 기반의 툴이지만 콘텐츠 중심의 노션과 달리, 아사나는 사용자 중심에 가깝다. 프로젝트와 태스크라고 부르는 업무 단위별로 책임자와 기한을 설정하여,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수많은 업무를 개인별로 할당해 분담된 업무 위주로 서로가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각 담당자는 담당자대로 누락되는 업무 없이 책임지고 맡은 태스크를 완료하는 한편, 팀장∙부서장은 생성된 프로젝트 안에 할당된 각 담당자의 업무 진행 현황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슬랙을 비롯한 다른 툴과의 연동성 또한 장점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Photo: asana]


아사나를 직접 사용해보며 느낀 건, 프로젝트 관리가 목적인 업무 관리에 있어 가장 사용자 중심의 안정적인 퍼포먼스와 기능을 보여주는 협업 툴이라는 점이었다. 협업을 위한 기능 외에도 내게 주어진 업무를 구분하여 각각의 비중을 그래프로 보여준다거나, 업무 처리량을 측정해주는 기능 덕분에 자신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점검할 수 있었다. 팀 전체를 이끄는 팀장급의 경우 이러한 도구를 통해 프로젝트에 투입된 팀원들의 업무량과 진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진 업무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위에서 조망하기엔 다소 용이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맡은 업무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된 덕분에 만족감이 높은 협업 툴이기도 하다.




노션(Notion) by Notion Labs, Inc.

: Coordination-based collaboration tool(관리 기반)

[Photo: Notion]


2016년에 사업을 시작한 '노션(Notion)'은 슬랙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이자 기업이다. 코로나가 극심하던 4월,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곤두박질치는 주가 하락과 달리 노션은 5,000만 달러의 투자 유치 등 급변하는 정세가 마치 기회인 양 승승장구하고 있다. 노션이 내건 'All - in - one Workspace'라는 슬로건은 노션의 지향점과 서비스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곧 '하나로 모든 작업을(가능케 하는 툴)'이란 목표로 이해할 수 있다. 기록과 보관을 위한 노트 앱에서부터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페이지 관리,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드롭박스 등을 모두 노션에서 구현할 수 있다. 


다채로운 기능을 하나의 툴에서 구현했다는 장점과 함께 손쉬운 사용을 무기로, 작년 한 해만 100만 명가량이었던 사용자가 올해 4월을 기점으로 400만 명이 넘어서는 등 코로나 이슈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중 점유율 2위인 한국은 노션이 주목하는 신흥시장이다. 5월부터 개인 유저에게 부과하던 비용과 제한을 풀고 무료로 전환하겠다는 결정 역시 폭발적 성장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어느 기업이나 세울 수 있는 전략을 실행으로 옮긴다는 건 별개의 문제로, 대단한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보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이미 효과적인 툴로 자리 잡은 '에버노트(Evernote)'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노션의 전략이 주효할지는 두고 보면 알 일. 편의성을 무기로 기업을 넘어 개인에게까지 침투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요소다.


[Photo: Notion]


나 또한 현 기업에서 사용 중인바, 앞서 언급한 기능의 다양성과 활용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누구든 쉽게 접근∙이용이 가능하고, 인터페이스 또한 깔끔하고 간단해서 진입장벽이 무척이나 낮다는 걸 큰 장점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외부 데이터베이스나 협업 툴의 연동성도 매끄럽다. 업무 협업 툴∙홈페이지∙외부로 드러나는 메시지 역시 노션의 장점으로 손쉬운 관리가 가능해, 근래 유수의 스타트업들은 노션을 업무 툴로 택하고 있다. 실제로 노션을 이용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본 결과, 큰 어려움 없이 간단하게 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었다. 




큅(Quip)

: Coordination-based collaboration tool(관리 기반)


[Video: Quip]


'큅(Quip)'이 2012년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당시와 지금의 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방향성은 꽤 차이가 있다. 당초 에버노트의 대항마를 표방하는 노트 앱이라고 인식했던 시기를 지나, 2016년 글로벌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8천억여 원에 인수하며 큅은 지금의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단순문서 공유 기능을 넘어, 팀원들과 각자 맡은 일을 설정하거나 일정을 추가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이를 통해 하나의 페이지, 즉 콘텐츠 안에서 다양하게 협업이 가능한 협업 툴로 진화해왔다.


모태 자체가 문서인 큅은 문서에서 시작해 문서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원 페이지 협업 툴'이라고 불리는 기본적인 지향점 아래, 문서별로 협업할 팀원을 초대하고 역할을 배분하며 시작한다. 이 하나의 문서 페이지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업무 형태를 띠기 때문에 정보 공유와 업무 흐름이 간단하다. 자연히 업무 히스토리 파악도 굉장히 용이한 편이다. 


[Video: Quip]


큅의 가장 큰 장점은 내부에 추가할 수 있는 앱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캘린더 툴을 비롯한 세일즈포스 고객 정보 앱, 칸반 보드(Kanban Boards) 등 다양한 앱을 연동할 수 있다. 작업 관리용 앱인 칸반 보드는 문서 내 리스트에서 완료된 작업을 별도로 표시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문서에서 고객 정보를 변경하면 세일즈포스에 바로 반영되며, 그 반대 작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앱과의 조합은 세일즈포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틀라시안(Atlassian)', '지라(JIRA)', '도큐사인(Docusign)', '뉴 레릭(New Relic)' 등 라이브 앱과 연계가 가능해 개방성이 뛰어나다. 도큐사인은 큅 문서 내에 서명란 추가∙거래 상황 파악을, 뉴 레릭은 웹과 모바일 앱의 실시간 성능 데이터를 보여준다. 노션처럼 원 페이지 협업 툴인 큅 외에도 '슬라이트(Slite)', '콜라비(Collabee)' 역시 각자의 장점을 차별화해 여러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협업 툴은 각각의 장점을 기준으로 개인, 혹은 기업이 택하고 있다. 업무의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추세와 흐름은 분명 존재한다. '실시간 소통' 기반의 협업 툴이 각광받던 초기를 지나, 지금은 '딥 워크(Deep Work)'라는 효율적인 업무 중심으로 추세가 변되고 있다. 실시간 소통 기반의 업무가 개인의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단선적인 추세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각 회사의 구성원에 적합한 툴을 선택해야 한다. Z세대 구성원이 많은 신생 기업은 슬랙 같은 실시간 소통 기반 서비스가 보다 자연스러운 것처럼, 구성원의 속성과 일의 형태를 고려하여 도입하는 것이 순서다.



다만, 한 가지 툴만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을 목적으로 몇 가지 툴을 함께 사용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슬랙과 아사나, 노션 등 여러 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기에, 동일 선상에서 어떤 것이 특별히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요는, 본인과 팀에 맞는 툴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협업 툴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고, 기업과 개인에게 더 넓게 활용될 것이다. 변화의 향방을 예측하긴 매우 어렵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명해진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업무의 생산성에 있어서 회사라는 '공간'과 근태(勤怠)라는 요소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사실이다.


오늘 다룬 협업 툴이 공간과의 연계가 전무하듯, 업무의 모든 기능과 역할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관되고 있다. 이미 낡은 가치가 된 근태 역시 생산성과 결과라는 가치에 밀려 사라질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 협업은 보다 광범위한 형태로 활용된다. 기업은 프로젝트당 협업 인력을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소싱할 수 있다. 이를 노동의 유연화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요, 개인도 회사에 소속된 종전의 근로 형태를 넘어 업무와 프로젝트 단위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기업과 협업할 수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이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확산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이 앞으로 기업 안팎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 반대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무시한 채 억지로 떠밀리듯 시류에 따라 재택근무를 택한 기업은 오히려 생산성 하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 중 직원의 근태를 확인하려는 곳도 존재 하긴 하만, 결과적으로 웃지 못할 촌극이자 근본적으로 기업이 준비가 미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업무 중심의 프로세스를 이미 갖췄다면 근태는 이미 유명무실한 가치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투성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불편한 사실 보다 자명해졌다.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매진해왔던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시도를 뒤로하고, 어떠한 불확실성이 주어지더라도 그에 적응하는 유연함을 길러야 한다. 직장과 사회 전반에 들이닥친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깨달은 성찰이 있다. 몇몇 기업이 이미 언제든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 환경을 구축한 이유는 코로나와 같은 전 세계적 재난을 예측해서가 아니라, 효율적인 '업무' 중심의 환경을 재편한 결과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우리가 갖출 역량은 단순한 외부 문제의 해결이나 최소화가 아닌, 내부의 개선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재택근무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여러 컨설팅∙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내 전 세계의 근로자 중 1/3가량이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고 한다. 코로나로 가속이 붙은 지금, 우린 재택근무의 본질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재택근무건, 재택근무를 위한 효과적인 툴이건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재택근무는 효과적인 업무 환경의 일환으로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툴 역시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어떠한 자세로 업무를 개선할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을 소요하는 업무의 지점을 정의해야, 이후 해결을 위한 적절한 툴을 선택할 테니 말이다. 스스로의 개선에 대한 고민과 노력 없이, 툴이 모든 것을 다 가능하게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선과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겐 말 그대로 '유용한 툴'로써 기능할 것이다. 그저 만능 업무 서비스를 기대하며 유행처럼 쓰려는 사람, 혹은 기업에서 적용한 체계라 수동적인 태도로 사용하려는 사람에겐 또다시 애써 적응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으로밖에 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무시간은 계속해서 단축되어 왔다. 다가올 미래 또한 마찬가지 양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할 수 있는 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편차 역시 앞으로 더 심화될 거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는 '일잘러'들에겐 공간에 구애 없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세상인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게 되는 세상이 아닐까.



원론적인 이야기라 저어하려 해도 결국 다른 방도가 없다. 결국, 우리는 계속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과 개인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1980년대에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근면 성실히 일하라'는 슬로건과 메시지가 기업과 사회에서 내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도 근근이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2020년에도 역시 동일하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근면 성실히 일하라'고. 그 뒤를 덧붙이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하는 태도가 아닌, 자신을 위해. 그렇지 못한 인재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근면'과 '성실'한 태도가 근태를 의미하는 시대를 지나, 나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의미하는 시대가 되었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이에게 미래는 가혹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기를 권면한다. 나의 열심이 현재 어떻게 환원되는지를 말이다. 세상의 변화에 적어도 발이라도 맞추고 있는지, 혹은 세상의 변화일랑 먼 나라 이야기인 듯 멀찌감치 떨어져 불구경에 여념이 없는 건 아닌지, 또한 살펴봐야 함은 물론이다.


저 멀리 타고 있는 불에 코로나라는 기름이 부어진 형국에서 아직까지 시대의 변화에 뒷짐 진 채 관망하는 이 있다면, 다음 차례가 '내 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 참고하면 좋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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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가 큅을 8,000억원에 인수한 이유

콘텐츠 기반의 실리콘밸리 협업툴 '큅(Quip)'


▶ 참고하면 좋을 도서

『모든 기록은 워크플로위(Workflowy)에서 시작된다』, 서용마, 2019

『뉴타입의 시대』, 야마구치 슈, 2020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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