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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업계가 선보인 새로운 카드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중견 여행사들의 적자가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국내 여행사 1위인 '하나투어'는 1분기에 매출 50% 감소라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업계 2위 '모두투어' 역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83%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하락으로 두 기업 모두 석 달 넘게 임직원 무급휴직을 지속하고 있다. 여행업계뿐 아니라 항공업계 역시 승객 감소와 구조개편이 맞물리며 악순환에 빠졌다. 가장 큰 이슈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난항에 빠졌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사실상 무산되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여행업계는 발 빠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여행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여행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변화하고 있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그 변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행업계는 팬데믹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리고 전문가들을 여행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인화된 비대면 서비스, 키오스크의 등장

 

코로나 이후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비대면'이다. 이 키워드는 여행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여행이 늘어나면서 무인 키오스크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여행사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비대면 기반으로 바꿔가고 있다. 여가·숙박 플랫폼 '야놀자(yanolja)'는 숙박 예약 채널과 자동 연동되는 '와이플럭스(Y FLUX)' 시스템을 통해 현장 결제 고객과 예약 고객 모두에게 비대면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는 소비자뿐 아니라 숙박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환영받는다. 코로나로 불황을 겪는 영세 숙박 업체들은 비대면 체크인을 통해 인건비 절감과 직원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앞으로 이 와이플럭스 시스템을 호텔 운영 전반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야놀자의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Photo: 야놀자좋은숙박연구소]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숙박업계의 비대면 서비스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비즈니즈퍼슨(Businessperson)을 위한 공유형 호텔을 표방하는 '시티즌M(CitizenM)' 호텔은 코로나 이전부터 무인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목받았다. 이러한 운영 방침을 통해 시티즌M 호텔은 불필요한 부가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고, 저렴한 가격에 훨씬 좋은 숙박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호텔 이용객 역시 비대면 시스템을 더 선호했다. 긴 비행에 지친 고객들은 키오스크의 빠른 체크인을 원했으며, 부담스러운 대면 서비스보다는 오히려 쾌적한 공간에 더욱 신경 쓰는 운영 방식을 환영했다. 시티즌M의 성공 사례는 숙박업계의 개인화된 비대면 서비스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요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시티즌M 호텔의 무인 키오스크

[Photo: Tablet News]

 

 

 

 

 

비대면 + 밈(Meme) 문화 = 랜선여행

 

코로나의 장기화로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랜선여행 밈(Meme)'이 유행하고 있다. '어디갈래 챌린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가고 싶은 여행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 올린다. 랜선여행의 유행은 여행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세계 각국의 호스트가 제공하는 문화체험을 온라인으로 즐기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마술사 호스트에게 마술 배우기, 이탈리아 호스트에게 할머니의 비법이 담긴 파스타 요리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국내 기업인 '마이리얼트립(My Real Trip)' 역시 랜선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해외 각지의 전문 가이드가 '줌(Zoom)'을 통해 여행지에서 현장 라이브를 진행하거나 실내 스튜디오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마이리얼트립의 랜선투어 상품

[Photo: 마이리얼트립]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오디오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봐야 하는 영상이나 이미지보다 오디오 콘텐츠가 멀티태스킹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무려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오디오북 이용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했던 올해 3월,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오디오클립(NAVER Audio Clip)'의 이용자는 1월 대비 72%, 재생 횟수는 3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빠른 성장세를 이어, 최근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Triple)'과 함께 오디오로 떠나는 세계여행 프로젝트인 '시티사운드위크(City Sound Week)'를 선보였다. 시티사운드위크는 해외 여러 도시의 일상 소리를 통해 청각으로 그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랜선여행 프로젝트다. 

 

네이버오디오클립의 시티사운드위크

[Photo: 네이버오디오클립]

 

 

 

 

전문가가 예측하는 여행의 미래

 

에어비앤비는 코로나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최근에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기업 가치는 반 토막 났고, 상장 계획도 순탄치 않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여행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여행 트렌드의 세 가지 변화를 언급했다. 체스키는 사람들이 (1) 소도시 또는 지역사회로 (2) 장기간에 걸쳐 (3) 원격 근무를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코로나가 확산되며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단체 관광 형태는 줄었지만, 소규모의 인원이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으로 떠나는 장기 체류 숙박 예약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업이 아닌, 본래 그들이 추구했던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사이의 '연결'이라는 비전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했던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코로나 이후로 급부상한 또 다른 여행 트렌드의 변화로는 방역과 안전 문제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숙박업에서 중요한 문제였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글로벌 여행업체 '익스피디아(Expedia)'가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인파가 덜 몰리는 비성수기에 휴가를 떠날 예정이며, 52%가 가격보다 숙소의 위생을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안전여행에 대한 선호는 한국관광공사가 통신사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여행 트렌드 키워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 트렌드는 'S·A·F·E·T·Y(안전)'라는 6가지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1. 근거리(Short distance)

2. 야외활동(Activity)

3. 가족 단위(Family)

4. 자연 친화(Eco-area)

5.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6. 관광 수요회복 조짐(Yet..)

 

이 키워드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야외활동과 자연 친화다. 최근 도심의 인파를 피해 강원도 캠핑장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캠핑장의 비수기 주말 예약은 물론이고, 여름 성수기 예약도 이미 꽉 찬 상태라고 한다. 일부 강원도 캠핑장은 수도권 관광객이 몰려들자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1)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2) 사람들이 적게 모이는 비성수기에 (3) 도심이나 실내보다 코로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연장선에서 이른바 '차박 캠핑'도 새로운 여행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서도 핵심은 역시 '비대면'이다. 방역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타인과 접촉이 덜한 차박 캠핑의 선호도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여행법으로 주목받는 차박 캠핑

[Photo: Unsplash]

 

 

 

 

여행업계도 코로나와 함께 바뀌어야 할 때다. 일각에서는 기존 여행 산업구조의 문제가 코로나 사태로 터져 나왔다고도 한다. 십여 년 전부터 온라인 여행사와 자유여행 트렌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여행 시장이 재편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여행업계는 여전히 오프라인 패키지 상품에 의존하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기존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었던 여행사들은 코로나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마이리얼트립 등 온라인 여행사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의 모기업별 분류

[Photo: Beach Meter] 

 

 

최근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여행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에 발맞춰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로 디지털전략본부가 생겼고,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플랫폼인 '하나허브'가 출시되었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국내 인프라를 가진 대형 여행사의 장점을 살렸지만, 한발 늦은 대응이 이미 훨씬 앞서 나갔던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의 서비스를 경험한 밀레니얼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세대의 여행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화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동시에, 온라인 여행사들과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동시에 기존 구조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 여행업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호황일 줄 알았던 여행 산업이 코로나로 한순간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기존 방식을 고집하며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읽지 못한 기업들은 빠르게 도태되었고, 코로나 이전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를 시도했던 기업은 오히려 더욱 발전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여행 산업의 회복이 아직은 불투명한 가운데, 전 세계 여행업계의 변화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우리가 코로나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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