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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아트 테크놀로지

 

[Photo: 현대자동차]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담은 신규 글로벌 캠페인 '당신을 위해서(Because of You)'를 선보였다. 진정한 미래 기술은 사람을 향한 진심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제품의 기능적 측면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휴머니티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심이 엿보인다.

 

현대자동차의 '당신을 위해서(Because of You)' 캠페인 영상

 

이러한 방향성은 현대자동차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예술 마케팅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국내외에서 펼친 과감한 예술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브랜드 인지도 그 이상을 꿈꾸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예술 보다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공식 후원하고, 슈퍼볼을 비롯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 전략은 현대자동차가 단기간에 세계 5대 완성차 메이커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단순히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신뢰와 울림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술이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미래 혁신의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자동차 매장을 문화공간으로 변속하다

 

2014년 5월,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현대모터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의 첫 플래그십스토어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쇼룸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모토는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으로'다. 그 모토처럼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동차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가 나누고자 하는 다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현대X일렉트라: 메타모포시스 전시 중 초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매튜 비더만(Matthew Biederman)의 작품

'Serial Mutations(z-axis) v04'

[Photo: 현대자동차]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몬트리올의 디지털 아트 기관인 '일렉트라(ELEKTRA)'와 협업한 전시 '현대X일렉트라: 메타모포시스(HYUNDAI x ELEKTRA: METAMORPHOSIS)'가 있다. 이 전시는 인간과 자연, 기계의 관계를 통해 미래의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초대형 스크린, 프로그래밍을 통해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인터랙티브 모니터, 로봇 암(arm) 등 가장 빠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선보이는 동시에, 그런 기술을 통해 변하지 않는 인간성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낸다.

 

 

현대미술의 발전을 드라이브하다

 

현대자동차는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MMCA현대차'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장기 후원 파트너십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1명씩 우리나라 대표 중진 작가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작가에게 최고의 전시 인프라와 함께 세미나, 출판 활동, 해외 프로모션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불' 작가를 시작으로 '최정화' 작가, '박찬경' 작가에 이어 올해는 '양혜규' 작가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PROJECT # 전시 투어

 

올해 7월, 현대자동차와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차세대 미술을 이끌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해시태그(PROJECT #)'의 첫 전시를 시작했다. 프로젝트해시태그는 정보의 맥락을 무한히 확장하는 해시태그의 역할처럼,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협업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사업이다. 그 첫 주자로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강남버그(GANGNAMBUG)'와 '서울퀴어콜렉티브(Seoul Queer Collective, SQC)'가 선정됐다. 이들은 형식과 경계를 허물고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협업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프로젝트해시태그는 2020년을 시작으로, 5년간 2팀씩 총 10팀을 선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예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부터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과 11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현대커미션(Hyundai Commission)' 전시를 매해 진행하고 있다. 현대커미션은 혁신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거대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예술과 과학의 관계성을 탐구하며, 독특한 소재로 오감을 자극하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아니카 이(Anicka Yi)'가 현대커미션의 여섯 번째 전시 작가로 선정되었다.

아니카 이의 작품 'Biologizing The Machine(tentacular trouble)'

[Photo: ©Renato Ghiazza]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동승하다

 

현대자동차는 전시 후원 외에도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테이트미술관과 함께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을 설립했다. 이 리서치 센터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문화·예술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문화·예술·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글로벌 관점의 통합적 연구와 협업을 진행한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과 파트너십을 맺고 2015년부터 10년간 총 7회에 걸쳐 '더현대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 at LACMA)'를 진행한다. 더현대프로젝트는 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Art+Technology)을 테마로 혁신적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에는 '3D: 더블 비전(3D: Double Vision)'을 통해 19세기 중·후반 빅토리아 시대의 입체 영상 작품부터 21세기 VR을 활용한 작품까지 175년의 3D 작품 전반을 총망라한 전시를 선보였다.

선을 넘어서 : 한국의 서예전에 전시된 '천경우' 작가의 '빛의 필적(Light Calligraphy)'

[Photo: LA카운티미술관]

 

더현대프로젝트는 한국 미술사 연구와 지원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2019년에는 '선을 넘어서: 한국의 서예전(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을 열었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국 서예의 역사를 총망라하며 한지, 도자기, 금속판, 직물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작품 90여 점을 선보였다. 이는 해외에서 진행된 최초의 한국 서예 전시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아트 테크놀로지로 질주하다

현대자동차와 블룸버그의 아트+테크놀로지 프로젝트

[Photo: 블룸버그]

 

ART+TECHNOLOGY Season3 Ep1 - Part 3: Redefining Humanity

 

미술관과의 파트너십만 있는 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글로벌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Bloomberg)'와 유명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문화예술 TV 시리즈 '브릴리언트 아이디어(Brilliant Idea)'를 방송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아트+테크놀로지(ART+TECHNOLOGY)'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기술, 태양, 증강현실, 로보틱스, 3D 프린팅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예술가들을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올해 세 번째 시즌에서는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의 시선을 통해 사회의 가장 절박한 질문에 답하려는 탐구가 드러난다. 환경, 바이오리스크(Biorisk), 정체성, 성폭력, 평등, 정치 등 복잡하고 도전적인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제로원 전경

[Photo: 현대자동차]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는 크리에이터, 스타트업과의 창의 활동 공간 '제로원(ZER01NE)'을 운영하고 있다. 제로원은 현대자동차의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플랫폼이다. 현대자동차는 제로원의 아티스트, 건축가, 디자이너, 개발자, 엔지니어 등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미래의 문제를  맘껏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로원은 창의적인 인재를 위한 놀이터이자 첨단 기술에 예술을 더해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더 이상 현대자동차의 경쟁 상대는 벤츠나 BMW 등 다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애플, 구글 같은 IT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사내 간담회에서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 50%, PAV(개인용 비행체) 30%, 로봇 20%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 기업에 머물지 않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는 물론 플라잉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웨어러블 컴퓨터 같은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기업이 하나의 생산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옛날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활과 삶 자체의 동반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기술과 예술의 조화 속에서 그 방법을 찾아나가며 '인간을 위한 혁신'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튼튼히 하고 있다. 현대는 이미 자동차 그 다음의 것을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참고하면 좋을 자료

현대차, 블룸버그와 손잡고 예술TV프로 만든다

현대X일렉트라: 메타모포시스(HYUNDAI x ELEKTRA: METAMORPHOSIS) 전시 소개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만나 무엇을 연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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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비밀리에 현대미술 전문가를 채용한 이유?

정의선 "현대차 미래, 車 50% 개인항공기 30% 로봇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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