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enbook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페스티벌의 가치! 일상을 더욱 빛내다 


<2015 Prinsengracht Concert> Alexandre Tharaud의 'Gymnopédies(Satie)' 연주


감성적인 선율의 <짐노페디(Gymnopédies|)>가 '호텔 퓰리처(Hotel Pulitzer)' 운하 무대에서 연주된다.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Prinsengracht Concert) 한 장면이다. 문화사회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상황의 변화, 속해 있는 집단의 변화 거주하는 공간의 변화와 같은 의례들에서 질서와 무질서, 일상성과 비일상성이 교차하며 전도되는 상황을 '역치성(Liminality)'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역치성의 어원은 '리미널(Liminal)'이라는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파생되었다. 문지방 즉, 리멘은 집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거나 방과 방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뜻하며, 문지방을 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이전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역치성은 일상의 파괴와 동시에 통합의 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로 진정한 놀이의 역치성은 시공간을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심어준다.


위의 정의와 같이 축제나 공연은 시공간을 함께하는 구성원이 강력한 연대감과 동질감을 느낀다는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축제는 일탈의 의미가 주로 강하게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축제와 콘서트는 단순히 일상의 파괴와 비일상성에 초점을 두기보다 신념과 이념의 공유, 지역 특색, 자연, 사회 가치를 포용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축제가 늘어나고 있다. 명확한 가치관을 두고 축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축제와 공연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상황. 비대면을 통해 시간을 함께 나누곤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유대감을 느끼며 즐기는 축제를 그리워하는 사람 또한 여전히 많다. 오늘은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축제와 콘서트의 현장감 있는 분위기와 풍부한 이야기가 느껴지는 특색있는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Prinsengracht Concert) 

'호텔 퓰리처(Hotel Pulitzer)'와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Prinsengracht Concert)' 무대


[Photo : Pulitzer Amsterdam 페이스북]


네덜란드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는 1981년에 시작해서 매해 8월에 암스테르담의 '호텔 퓰리처(Hotel Pulitzer)' 앞의 간이무대에서 개최되는 콘서트이다. 호텔 퓰리처는 5성급 호텔로서 17, 18세기 운하 저택 25채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고, '프린센흐라흐트(Prinsengracht)'와 '케이제르스 운하(Keizersgracht Canals)'를 따라 있다. 암스테르담의 특징 중 하나는 165개의 운하가 도시 곳곳을 연결하고 있는 '운하의 도시'라는 점이다. 이 축제는 원래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열리는 10일간의 클래식 축제 '흐라흐튼 페스티벌(Gratchen Festival)'의 일부였으나 1998년부터 독립적으로 조직되었고, 흐라흐튼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개최되고 있다.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의 간이 무대는 운하 위에 만들어 무대와 조명을 해마다 아름답게 구성하며, 간이 무대를 원형으로 감싸는 주변은 모두 객석이 된다. 호텔, 보트 위, 창문 난간, 운하 다리 등 특별히 객석을 규정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콘서트의 풍부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특히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가 배려하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초대되는 아티스트는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며, 자국 아티스트를 비롯해 해외 여러 아티스트를 초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매해 콘서트 마지막에는 자국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노래 중 하나인 'Aan de Amsterdamse grachten'이 연주된다. 올해는 청중없이 열어야 한다고 결정한 대신,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운하에서 열렸던 다른 해와 달리 호텔의 동화 같은 안뜰에서 개최하며, 최소한의 호텔 투숙객과 함께하며 여름밤을 장식했다.


<2017 Prinsengracht Concert> Brodsky Quartet의 'Second Waltz(Shostakovich)' 연주


<2020 Prinsengracht Concert> Jörgen van Rijen & Karin Bloemen의 'Aan de Amsterdamse grachten' 연주


 2. 벨렌클랭 룬츠 암 제(Wellenklaenge lunz am see) 



독일어의 여성형 명사 'die Welle(물결, 파동)', 중성형 명사 'das Klaenge(음향, 소리)'가 결합하여 소리의 물결, 파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벨렌클랭(Wellenklaenge)'은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룬츠 암 제(Lunz am see)'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인구가 2,000명 정도인 작은 마을이며,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수많은 하이킹 경로와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 지역에서 유일한 자연 호수를 가지고 있다. 호수 위에 독특한 수상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호수의 평화와 고요함, 문화에 대한 열망을 지닌 작은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수상 무대와 공연을 즐기는 관객

[Photo : Wellenklaenge, lunz am see 페이스북]


벨렌클랭은 잘 알려진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특별한 자연 환경권에 자리 잡고 있고 페스티벌 팀 전체가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 축제는 생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높은 기준을 보장하는 오스트리아 '에코 라벨(Eco Label)'의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 이 라벨은 음식 서비스, 이동성 폐기물 및 에너지 관리와 같은 분야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축제 장소의 접근성도 고려한다.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가 증가하고, 자연환경의 문제로 인해 유례없는 자연재해들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환경에 관한 원칙을 기본으로 지속가능한 축제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에 더불어 취지에 동참하며, 자신만의 특색있고 고유한 세계를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해 내용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수상 무대와 자유로운 음악회


2020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유기농 농장에서 오스트리아와 국제음악의 전통을 배우거나 자연적인 생태 환경을 연구하는 연사를 초대한 토크, 동화 하이킹, 자연과 예술가의 역할과 영역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토크 등 지역의 자연을 주목하고 지켜가며,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해가는 자연친화적・관계친화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주최 측은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거의 모든 해외 아티스트를 배제하며 운영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Connected & Networked>라는 페스티벌 주제에 맞게 위험 속에서 오히려 페스티벌과 글로벌 사회를 위한 연결과 관계를 위한 고민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볼 수 있었다.


<Wellenklaenge Lunz am See 2019> Zsofia Boros의 'El Abrazo' 연주



 3. 발트뷔네 콘서트(Waldbuhne Concert)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도 공연도 코로나를 피해갈 순 없었다. 모든 일정이 멈춰진 상황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은 지쳐있는 세계를 위로하고, 멈춰진 공연을 대신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간단한 신원(이름, 국적, 메일)을 입력하고, '바우처코드(BERLINPHIL)'을 입력하면 2020년 4월 한 달간 600여 개가 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실황 공연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발트뷔네(Waldbühne) 무대와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Photo : Waldbühne BERLIN]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베를린에 '한스 샤룬(Hans Bernhard Scharoun, 1893~1972)'이 빈야드 스타일(무대가 콘서트홀 중심에 위치하고 객석이 둘러싼 형태)로 설계한 상주 공연장을 가지고 있으며, 베를린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직접 방문하고 음악을 듣고 싶은 장소로 꼽히기도 한다. 상주 공연장에서 공연 외에도 베를린 필하모닉은 전통 있는 공연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연주 투어, 지역 사회와 학생을 위한 콘서트, 교육 프로그램, 바덴바덴 콘서트(Baden-Baden Concert), 유로파콘서트(Europakonzert) 등이다. 그중에서도 베를린 외곽에 위치한 지역에서 열리는 발트뷔네 콘서트는 매해 한 시즌의 마감을 기념하는 음악회이기도 하다. 집 안에서도 클래식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참가했고,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잠시나마 위로를 경험했다.


The Berliner Philharmoniker at the Waldbühne


<Waldbühne 2013> Berliner Philharmoniker(Simon Rattle)의 'Symphony No.9(L.vBeethoven)' 연주


본래 이 공연장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대규모 경기장 복합시설으로 조성된 곳이다. 나치 독일에서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의 요청으로 건립된, 2만석 이상의 객석을 갖춘 숲속의 거대한 야외 공연장이 바로 '발트뷔네'이다. 이 곳은 고대 그리스의 반 원형 극장을 모방하여 만들었고, 커다란 규모에도 뛰어난 음향이 돋보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다가 1978년 리노베이션을 마친 뒤부터 전문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친근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시도로 베를린 시민 및 관람객과 함께 생활 속, 자연 속에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Waldbühne 2005> Berliner Philharmoniker(Simon Rattle)의 'Berliner Luft(Paul Lincke)' 연주


 가치를 통한 연대(Solidarity) 


다양한 영상들을 보면서 최근 축제나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걸 직접 보는게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껴졌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프린센흐라흐트 콘서트'와 '벨렌클랭 페스티벌'은 2020년에도 진행됐으며, 위기 속에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통해 서로 연대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벨렌클랭 페스티벌 감독 'Julia Lacherstorfer&Simon Zöchbauer'는 코로나로 인해 페스티벌의 계획을 전면 변경하면서, 자신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과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연결(연대)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중 인상적인 두 가지의 질문을 공유하고자 한다.


"In welcher Form kann Musik Verbundenheit schaffen und Menschen zusammen bringen?"

음악은 어떤 형태로 연결성을 만들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까?


"Kann Musik helfen, das Gefühl, von anderen getrennt zu sein, zu überwinden?"

음악이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음악이 주는 힘은 나를 비롯해 나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주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마저 관통하는 강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더불어 다양한 가치를 품고 시민의 일상에 주목하고 지역의 변화에 동참할 때, 서로를 하나로 이을 수 있는 단단한 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서로가 만나기를 멈춘 지금처럼, 만나지 못하더라도 동일한 가치를 진정으로 공유할 수 있을 때, 서로를 향한 강력한 연대(Solidarity)는 더욱더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 fromA 관련 기사

예술은 어떻게 세상의 눈을 바꾸어 가는가

비울수록 채워지는 단순함의 미학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 결국 사람 (하)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 결국 사람 (상)

베를린을 섹시하게 만드는 공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