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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view

경계를 넘어, 공존을 향한 문화예술 공동체

더 깊고 넓은 문화예술 공동체를 향해


2020년 10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11일 동안 <2020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가 영등포 전역에서 열렸다. 2019년의 <문래창작촌 예술제>가 문래창작촌의 이웃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2020년의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는 문래창작촌, 양평동, 영등포동, 그리고 당산동을 잇는 거대한 문화예술 공동체를 꿈꾼다. 이번 예술제에서는 약 40여 개의 공간에서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아트페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창작 작업을 선보였다. 


2020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 포스터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가 열린 장소는 문래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인디아트홀 공, 영등포시장역이다. 그중 '인디아트홀 공(INDI ART-HALL GONG)'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인디아트홀 공은 전시장과 작업 스튜디오, 세미나실을 함께 운영하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창작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는 실험적 공간이다. 이번 예술제에서는 창작극 <대수씨, 어디가요?>와 아티스트 토크, 워크숍을 아우르는 전시 <개방평면 개방경기(OPENPLAN OPENPLAY)>를 선보였다.



문화예술 공동체를 공간으로 상상하다


'공연창작단 짓다'가 인디아트홀 공에서 선보인 창작극 <대수씨, 어디가요?>는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공연이다. 일반적인 공연처럼 서사를 전달하는 극이 아닌, 에피소드 사이에 관객들의 시선을 넣어 의미를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다. 공연자와 관객들이 함께하는 작업인 만큼 객석은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변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구분 지어진 '너'와 '나'를 연결하고,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어 연결된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다.


영상 <대수씨, 어디가요?>


<개방평면 개방경기>는 인디아트홀 공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긱(GIG)'의 작가들과 옆 공간에 위치한 '팩토리 218'의 작가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는 관객들이 함께 선보이는 전시다. 개방평면(Open Plan)은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사용한 개념으로, 공간의 다용도 사용을 위해 벽이나 칸막이를 최소로 줄인 건축 평면을 뜻한다. 개방경기(Open Play)는 경기의 참여자들이 규칙을 정해가며 진행되는 경기를 의미한다. 개방평면인 인디아트홀 공의 공간에 작가들이 작업을 펼쳐놓고 관객이 입장하는 순간, 공간의 의미는 재편성된다. 이러한 개방평면에서 일어나는 개방경기는 공간을 통해 경계를 무한히 넓혀가는 문화예술 공동체를 상상하는 일이다.


개방평면 개방경기, 창작극 <대수씨 어디가요?> 소개글



경계를 넘나드는 가변 공간의 예술 공동체


인디아트홀 공은 주변 공장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건물의 외관으로만 봤을 때는 그저 하나의 공장처럼 보이지만, 우뚝 솟아있는 굴뚝의 존재감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다. 인디아트홀 공에 들어서면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열린 작업 공간, 일상이 녹아있는 생활 공간으로 느껴진다. 언뜻 들으면 도대체 무슨 공간인지 헷갈릴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모든 게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공장 사이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널찍한 전시장이 보이고, 전시장을 지나가면 잘 갖춰진 부엌과 넓은 테이블이 있는 세미나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양쪽으로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활짝 열려있다. 예술과 일상이 공장 건물에 자연스럽게 섞여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를 뿜어낸다.

 

인디아트홀 공의 외관(상), 전시실 상주 작가들의 열린 작업 공간(하)


"권위 있는 공간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공간에서 전시하는 게 자랑거리가 되고 타이틀이 되는 게 싫거든요. 어느 공간에서 전시 좀 했다고 해서 그게 좋은 작업이 되는 건 정말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권위가 생기면 공간의 이름을 바꾸고, 다시 새로 시작할 거예요. 아트홀 인디공, 인디공 아트, 인디아트홀 공. 이렇게 아무렇게나 써놔도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 게 좋아요. 이름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 인디아트홀 공 조병희 대표


인디아트홀 공의 조병희 대표와 상주 작가이기도 한 이은정 예술 감독은 입을 모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공간의 색깔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설치, 사운드, 회화, 공예, 공공예술, 교육 등 전방위에 걸친 예술가들이 교류하며 서로에게 스며들 듯 한 자리에 모였다. 그렇게 탄생한 인디아트홀 공은 공간의 권위와 명성을 키워가는 게 아닌, 한 공간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예술 공동체의 가치를 이어가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실험, 생산, 공유, 자립'을 모토로 하지만, 이 역시도 처음부터 이 공간의 특성으로 정한 것이 아닌,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다. 


'인디아트홀 공'이라는 의미도 이 공간의 특징처럼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공간의 공, 공적이라는 의미의 공, 비어있다는 뜻의 공, 공감의 공, 나눈다는 의미의 공, 공동체의 공, 숫자의 공, 공장의 공, 또 다른 누군가는 축구공이나 농구공의 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든 뜻이 맞다. 인디아트홀 공은 기준과 경계를 만들어 통일된 색을 품기보다는, 이름의 뜻처럼 가변 공간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생동하는 공동체의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을 즐긴다. 



공간, 무한한 상상력이 움트는 아이디어 캐비닛


물론 이 예술 공동체의 시작에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다. 2012년, 조병희 대표는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다 소나기를 피하고자 한 버려진 공장에 들어갔다. 빈 공장의 시간은 오륙십년 전에 멈춰 있었다. 우뚝 솟은 굴뚝과 낙숫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엇에 이끌린 듯 관리실을 찾아갔고, 공간을 계약했다. 문도, 계단도 없이 사다리만 덜렁 놓인 공간이었다. 청소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버려진 공장이었던 인디아트홀 공의 초기 모습


하지만 이 공간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공간이 생기자 예술가들이 자진해서 모여들었다. 시인, 무용가, 퍼포머, 연극팀, 영상∙드로잉 작가 등이 모여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쳤다. 조 대표는 음악을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전시 기획은 이 예술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양평1동 구 시장 골목에 있는 상점을 개조하여 만든 작은 전시장을 별관으로 두고, 3년 반 동안 2주 단위로 24시간 개방되는 전시를 끊임없이 진행했다. 전시실과 공연장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2018년부터는 공간의 재정적인 자립과 작가와의 협업을 위해 현재와 같은 공간의 모습으로 바꿨다. 


물리적인 공간의 특징은 굉장히 중요하다. 경계 없이 활짝 열린 작업실에서 작가들은 서로 허물없이 작업과 아이디어를 나눈다. 작가들은 전시장과 작업실 사이의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만들고 밥을 먹기도 한다. 조 대표도, 이 감독에게도 권위는 없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아이디어는 소위 이들이 말하는 '아이디어 캐비닛'에 차곡차곡 쌓이고, 언제든 필요하면 꺼내 쓸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이번 <영등포네트워크예술제>에 참여한 아이디어도 이 캐비닛에서 꺼낸 것이다. 아이디어가 기획으로, 기획이 전시와 공연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 건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언제든 서로의 작업을 기웃거리며 허물없이 의견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열린 구조도 한몫한다. 인디아트홀 공은 물리적인 공간을 아이디어 뱅크이자 상상력의 무대로 삼아 그 경계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공간 덕분에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죠. 시작은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무언가 다른 것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물리적인 공간보다는 정신적인 공간을 나누는 거죠. 언젠가 이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꼭 우리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가 계속 정신적 공간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내 것'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우리’라는 더 넓은 상상이 필요해요."

- 이은정 감독 



경계를 넘어, 대안과 실험을 위한 플랫폼 – 공포, 공존, 그리고 움직임(MOVE)


인디아트홀 공은 열린 공간을 통해 연결되는 예술 공동체를 지향한다. 하지만 결코 그 공동체는 작가들과 관객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인디아트홀 공은 동시대의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는 공동체를 꿈꾼다. 그러한 가치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한 인디아트홀 공의 연중 자체 기획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디아트홀 공 자체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공포(FEAR)', '공존(CO-Exist)', 그리고 '움직임(MOVE)'이다. 여름에는 '공포전'이 열리고, 겨울에는 '공존전'이 열리며, 공포전과 공존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통해 '공생'이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움직임인 '뭅! 뭅! 뭅! (MOVE! MOVE! MOVE!)'이 진행된다. '공포전'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각인 공포를 들여다보며 세속의 권력과 법칙, 이성과 도덕, 합리적 기준과 비교 대상을 해체하려는 시도다. 공포전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공존전에서는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다. 마지막 MOVE! MOVE! MOVE! 에서는 예술을 통해 실제 행동에 나선다. 이렇게 일 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현실과 분리된 예술이 아닌, 우리 사회와 공동체 깊숙이 관여하는 예술을 만들어 간다.


2020년 인디아트홀의 공포전 <지구인을 위한 질병관리 본부> 포스터와 리플릿 표지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인 2019년에 '질병과 보건 위생의 위기'를 주제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2019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공존전 <공공미술>

작가 고유의 영역이 지속되고 보존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로 스며드는 공존의 공공예술을 고민하는 전시다



이외에도 인디아트홀 공은 공간을 거점으로 국내외 작가의 교류를 지원하는 국제교류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디 영화, 영상 작품, 필름 퍼포먼스 등의 상영회를 선보이는 '아트필름페스트(Art Film FEST)', 예술토크 팟캐스트 '공도사'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년 후 인디아트홀 공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신한다. 인디아트홀 공은 지금보다 더 공익적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을 거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욕심과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은 일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사회 안에서 '공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걸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인디아트홀 공은 앞으로도 공적인 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 조병희 대표



멋진 작업실, 잘 갖춰진 전시장 같은 수식어로 인디아트홀 공을 설명할 수 없다. 인디아트홀 공은 그저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회를 읽어내는 날카로운 시선을 잃지 않고, 작가들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면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나갈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다. 보여주기 위한 예술, 명성을 위한 예술보다는 예술 자체가 공존과 상생을 위한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이다.

  

인디아트홀 공은 튼튼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예술 공동체의 가능성을 믿고, 그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로 한계를 뛰어넘고 경계를 넓혀간다. 그 두려움 없는 행보는 인디아트홀 공의 미래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들의 아이디어 캐비닛에는 아직도 풀어놓지 못한 가능성이 가득 쌓여있다.



인티아트홀 공

- 주소: 서울 영등포구 선유서로30길 30

- 영업시간: 매일 13:00-19:00 *월요일 휴무

- 문의: 02-2632-8848

- 홈페이지: gongcraft.net

- 인스타그램: @indi.art.hall.gong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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