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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필릭 도시,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 (Bjork)'의 7집 앨범인 <Biophilia>는 자연보호에 대한 염원과 생태계의 연결을 예술적으로 해석해, 음악 안에 모두 표현하고 있다. 앱과 같은 인터랙티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태계를 독특하게 구현하고, 이를 사람과 연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학술적인 차원에서 본 "바이오필리아"의 정의까지 완벽하게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을 뜻하는 'bio'와 사랑을 뜻하는 'philia'가 합쳐져 만들어져 "생명 사랑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1964년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 (Erich Promm)'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에 의해 "자연에 대해 사랑과 동정심을 느끼는 인간의 내재적인 본성"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을 확장한 에드워드 윌슨

[Photo : New York Times]


'바이오필릭 도시(Biophilic City)'는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을 도시건축의 영역으로 들여와 만들어진 도시를 의미한다. 환경을 고려한다는 점에서는 '녹색도시(Green City)'와 비슷하지만, 녹색도시는 온실가스 감소・에너지와 환경 보존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바이오필릭 도시는 보존에서 더 나아가 건강과 삶의 질, 그리고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에 더 중점을 맞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바이오필릭 도시는 녹지공간의 실질적 확대, 유기적 건축디자인의 도입 등을 도모하고 있다. 2013년에는 바이오필릭 도시의 발전과 네트워크 설립을 위해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를 중심으로 '바이오필릭 도시 네트워크(Biophilic Cities Network)'를 결성하여 현재 많은 도시가 가입하였다.

Biophilic Cities 'Partner Cities' 사례 

[Photo : Biophilc Cities]


가입한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이 두 지역은 예전부터 환경보호와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데 주력한 곳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바이오필릭 도시의 모범 사례는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바이오필릭 도시에 대해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싱가포르의 바이오필릭 도시 설립 계기


말레이반도에 위치한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면적 721.5km²에 약 58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인구 밀도와 좁은 영토, 짙은 도시 경관은 언뜻 자연 친화성과 멀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독특한 방법으로 자연을 도시건축에 혼합해왔고,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기적 도시 경관들을 탄생시켰다.

[Photo : EHL Insights]


자연과 도시 경관을 혼합하는 싱가포르의 시도는 무려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60년대 중반, 싱가포르 건국 당시 강과 수로는 상당히 오염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초대 총통인 '리콴유(Lee Kuan Yew, 1923~2015)'의 정부 아래 추진된 "나무 심기 캠페인(Planting Trees Campaign)"은 싱가포르의 황폐했던 자연경관에 빠르게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에 '국립공원위원회(National Parks Board, 이하 NParks)'가 설립되었고, 이는 녹지 확대와 건축 재정비에 크게 기여하였다. 2002년에는 Nparks에 의해 '정원도시펀드(Garden City Fund, 이하 GCF)'가 설립되었고, 위원회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각종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식물원과 같은 다양한 기관들이 협력하여 싱가포르의 바이오필릭 도시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1960년대의 나무 심기 캠페인의 모습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싱가포르의 바이오필릭 도시 경관은 건국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정부 주도하에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조직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획일화된 방법이 아닌 주변 환경과 상황에 적합한 방법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바이오필릭 장치들을 마련해두었다. 그 예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도시를 정원으로 만들다 - 가든즈 바이 더 베이


'마리나 베이 워터프론트(Marina Bay Waterfront) 지역에 위치한 '가든즈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정원 도시"라는 싱가포르의 슬로건에 걸맞은 상징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2006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2년에 개장한 이 거대 정원은 101헥타르의 면적에 총 세 개의 공간, '베이 사우스 가든 (Bay South Garden)', '베이 이스트 가든 (Bay East Garden)', 그리고 '베이 센트럴 가든 (Bay Central Garden)'과 7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든즈 바이 더 베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Supertree grove의 모습


정원은 우선 다양한 꽃과 식물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창고처럼 전시하고 보존하는 것이 아닌 나무, 산과 같은 자연의 형상을 한 건축물을 세워 보존하거나 생명의 역동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전시하는 등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심미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 다인종 국가인 싱가포르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여 조성된 "Heritage Garden"이나 식물이 환경에 적응한 방법을 스토리로 만든 "World of Plants" 등 이색적인 소재로 흥미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시장에서 나오면, 베이 이스트 가든과 같이 넓은 공원에서 휴양을 즐기거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녹지 공간도 함께 존재한다.

Heritage Garden의 한 모습


보존관 중 하나인 Cloud Forest의 모습

[Photo : Gardens by the Bay]


가든즈 바이 더 베이는 바이오필릭 도시 그 자체를 구성하기 위한 여러 요소를 응집하여 하나의 상징물로 자리 잡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무늬만 화려한 것이 아닌, 실질적인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다. 이곳의 호수는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호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내부 보존관들은 친환경 첨단 기술을 통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다시 말해, 이 공간은 바이오필릭 도시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와 기술, 예술이 바이오필릭 도시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것을 몸소 말해주고 있다.


자연으로 사람을 치유하다 – 쿠텍푸왓 병원


싱가포르 북부 이슌에 위치한 '쿠텍푸왓(Khoo Teck Puat)'병원은 침상 761개를 수용하고 있는 대형 종합병원이다. 병원은 2010년 처음 문을 열었으며, 그 옆에 위치한 '이슌 커뮤니티 병원(Yishun Community Hospital)'과 함께 종합적인 의료 발전 계획 기관 중 하나다. 2017년에는 싱가포르 '국립보건그룹(National Healthcare Group, 이하 NHG)'와 합쳐져 이슌 지역의 의료 기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쿠텍푸왓 병원의 전경

[Photo :  ArchiTravel]


이 병원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목적으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데에 있다. 건물의 외관은 자연 채광과 통풍, 그리고 온도 유지를 위해 V자 형태의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내부 역시 그에 맞는 건축 구조로 되어 있다. 층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정원과 녹지는 열대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각기 다른 환자들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쁜 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식물・허브를 경작하는 옥상 농장이 있으며, 농장에서 재배된 식물은 병원의 식자재로도 이용된다.


옥상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

쿠텍푸왓 병원은 호수와 녹지, 정원을 통해 친환경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병원의 공간디자인이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대상은 바로 사람과 건강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곳은 건강을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들에게 열거나 농장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더 하고 있다. 물리적인 바이오필릭 도시 디자인과 인간의 삶의 질을 고려한 무형의 프로그램은 서로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곧 자연이 인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 병원이 사사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도시와 자연, 사람을 연결하다 – 파크 커넥터즈 네트워크


싱가포르 전역에 걸쳐 만들어진 '파크 커넥터즈 네트워크(Park Connectors Network)'는 녹지공간과 도심, 공원을 이어주는 산책로의 집합체이다. 1995년, '칼랑 파크 커넥터(Kallang Park Connector)'의 건설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2015년 네트워크를 완공하였다. 네트워크는 총 6개의 '루프(loop)'와 99개의 개별 산책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150km의 '라운드 아일랜드 루트 (Round Island Route, 이하 RIR)'도 함께 존재한다.

지도 위에 명시된 파크 커넥터즈

[Photo : the new paper]


각 루프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름 안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가령 'Central Urban Loop'은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공원들을 연결하고, 도시의 경관과 자연의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루프인 'Western Adventure Loop'은 그 이름에 걸맞게 실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이어 놓았다. 개별 연결은 크게 두 가지의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강이나 인공수로와 같은 수변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변공간 활용유형'이며, 다른 하나는 도로변의 다양한 시설물들을 고려한 '도로변 활용유형'이다. 또한, 가로수 조경은 고온 다습한 기후에 필수적인 그늘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성되는 등 설계과정에서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요소들을 적용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Central Urban Loop의 한 모습
[Photo : DREAM CRUISES]

인체를 비유로 들었을 때, 위의 두 사례가 개별 신체 기관이라면, 파크 커넥터즈는 그 기관들을 이어주는 신경계와 같은 존재다. 하나의 공간을 넘어 국가 전체를 바이오필릭 국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이러한 점은 싱가포르의 도시 계발 계획의 본질적인 기반을 차지하고 있던 셈이다. 파크커넥터즈의 특별한 점은 바로 바이오필릭 도시의 특징을 일상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연결로 설계된 방식은 물론이고, 공간을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동식물과 풍경들은 일상생활에서 지속가능성이 실현되는 것과 동시에 자연 속에서 느끼는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요컨대, 파크 커넥터즈는 바이오필릭 도시의 완전한 성립은 화려한 건축물만을 설계하는 것이 아닌 '기초적인 인프라의 혁신이 이루어졌을 때'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6개의 루프 중 하나인 Southern Ridges Loop의 모습
[Photo : National Parks]


물론 싱가포르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기 때문에 수목과 동식물이 풍부하여 바이오필릭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상당히 유리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는 국가를 둘러싼 기후 환경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바이오필릭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그들은 도시 디자인에서 필요한 실용성・심미성과 같은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순환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도시 시스템을 설계해 왔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싱가포르의 환경을 활용하는 태도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적합한 바이오필릭 도시의 인프라를 확립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는 바이오필릭 도시 네트워크를 성립하는 데 더욱 가까워리라 생각해 본다.




▶ 참고하면 좋을 기사

Green MashUP: the rise of biophilic cities  

Biophilic Cities

[싱가포르의 기적,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 #5 도시 전체가 정원인 나라 


▶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

Gardens by the Bay

International Living Future Institute

National P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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