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penview

[theSEOULive] 백사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백사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에디터 지은경  사진 조성현

Editor Ji Eunkyung  Photographer Cho Sunghyun



우리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살포시 숨어있는 아름다운 숲은 몇이나 될까? 종로구 신영동은 인왕산과 백악산, 그리고 멀리 북한산이 보이는 작은 동네로, 마치 산 사이에서 촌락을 이루는 작은 분지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처음 이 동네에 발을 들여놓으면 코끝을 스치는 온갖 나무 냄새에 감탄하게 된다. 서울에 이렇게 맑은 공기를 품은 곳이 있다니 마냥 놀랍기만 한데, 그 이유는 백악산 북사면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이 이 동네를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신영동 입구에는 '현통사, 백사실 계곡'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입구를 가리키고는 있는데 도무지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작은 집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오르막을 따라가면 또 다른 골목이 나타나 길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준다.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오르면 여기부터는 전혀 다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나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과거가 마치 박물관에 재현된 듯 떡하니 놓여있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길, 들쭉날쭉한 계단들, 경사가 심한 산 위에 집을 지은 까닭에 걷고 있는 땅과 같은 높이의 지붕들을 만나게 된다. 옛날에 지은 담들과 지붕들, 옥상에 놓인 올망졸망한 장독들과 작은 마당들도 불현듯 엿보게 되는데,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풍경들이다. 그것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그 옛날 사람들의 감성이 어떠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또 어떤 저녁나절을 보냈을지 절로 상상하게 된다.



회색 시멘트와 돌들로 이루어진 옛날 집들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백사실 계곡의 문지기 같은 역할을 하는 현통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현통사 밑으로는 그림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바위 사이로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산이 품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해준다. 절묘하게 깎은 듯한 절벽은 기이한 인상도 풍긴다. 이곳이 정말 서울이 맞나? 마치 작은 웜홀 안으로 들어서면 알 수 없는 분위기와 시공간대를 가진 새로운 장소가 열리는 것만 같다. 심지어 현통사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기라도 하면 그 청명한 소리는 백사실 계곡을 넘어 백악산의 고개고개로 전해지는 듯하다. 현통사를 좌측에 두고 가파른 바위 위를 올라 우측의 작은 사잇길로 향한다. 



자, 이제 여기부터는 자동차 소리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도 일절 들리지 않는다. 빼곡하게 자란 굵은 나무들이 문을 열어주고, 그 안에 들어서면 이내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이다. 드디어 홀로 자연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청설모들이 오래된 소나무 사이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맑은 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소리와 뻐꾸기 소리가 시계 태엽을 반대로 감기라도 하듯 우리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이끈다. 한참을 걷자 넓고 평평한 중턱이 모습을 드러낸다. 2005년 사적 제462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명승 제36호로 변경된 이곳은 1800년대 도성 가까이에 조성되었던 별서관련 유적으로, 뒷자락은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백석골에 조성된 동천, 즉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 불려왔다. 흰 돌이 많아 '백석동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건물을 떠받치던 기둥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장소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건물 터 옆에 위치한 연못자리 덕이다. 지금은 물이 고여 있지는 않지만 수문자리와 이를 이루던 기둥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봄엔 푸른 새싹들이 둥근 연못 한가득 자라나고 여름엔 하얀색 꽃들이 한가득 펼쳐져 있어 메밀꽃 밭을 연상시킨다. 가을엔 사방에서 떨어지는 빨갛고 노란 잎들이, 겨울이면 새하얀 눈과 얼음이 이곳을 가득 채운다.  


커다란 나무 사이를 지나쳐 한참을 더 걸으면 군데군데 흙이 제멋대로 파인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밤나무 밑에 많이 나타나는 이 흔적들은 모두 멧돼지들의 작품이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멧돼지들은 해가 지는 초저녁 무렵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가끔 휙 하고 지나가는 멧돼지들을 만날 때면 온몸에 소름이 돋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야생동물인 만큼 경이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멧돼지 부부와 어린 돼지 삼총사가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지난해 여름 수컷 멧돼지는 숲 관리자들에 의해 사살당했다. 다른 가족은 최대한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숲에 난 오솔길은 수십 가지의 다른 길로 이어진다. 오직 거주민만 출입 가능한 능금마을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쪽으로 산을 오르면 북한산을 뒤로하고 평창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차는 지점도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길은 부암동의 전경을 아우르고 다른 한쪽은 북악스카이웨이와 만난다. 작은 오솔길만 찾아다녀도 온종일 그 어디에도 닿지 않은 채 냇물과 아름다운 바위, 나무들만 눈 앞에 다가설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서울의 한복판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세상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길 위에는 온갖 화려한 모양을 뽐내는 버섯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나무와 꽃의 향긋한 냄새가 끊임없이 바람에 실려 오기도 한다. 몇 시간을 이곳에 머물지라도 바깥의 세상으로 가면 금세 빠듯한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조여 올 것이다. 가끔씩 시간이 정체된 마법 같은 백사실 계곡의 숲에서 세상의 시간을 잠시 멈춰보아도 좋겠다.





The Valley of Baeksasil Backwards Time



How well do we know Seoul? How many beautiful forests gently hide behind old neighborhoods? From the village of Sinyeong-dong, Jongno-gu, views of Inwangsan, Baekaksan, and Bukhansan Mountain faraway take your breath away. The village nestles between mountain ridges and forms a small basin. The first time you enter this village you'll be blown away by the glorious scents of trees. It's rare to find a place in Seoul with such clean air, and this is all thanks to Baeksasil Valley located in the northern inclination of Baekaksan Mountain that envelops the village. 


By the entrance of Sinyeong-dong visitors will spot a sign that says, "Hyeontongsa Temple, Baeksasil Valley." It points to the entrance, but the immediate atmosphere belies the valley surrounded by lush nature that will soon follow. Follow along the incline crowded with little houses until a totally new street shows up, then you’ll know you're on the right way. Climb the steep stairs and you'll see a whole other world. Those who grew up in the eighties or people who lived through that era know exactly what this looks like: it's as if our communal past was recreated in a museum. Bumpy roads, irregular stairs, and houses built on steep inclines put passersby on the same level with the roofs of houses. These roofs and walls harken back to another time, and the small crocks lining the rooftops and the vegetable patches that dart in and out of sight make you think you're traveling through time. Staring at these for a while puts me in a contemplative mood of what people those days thought about, how they began their days, and how they spent their evenings.


Leave behind the old houses built with grey cement and rocks and keep climbing. You'll hear sounds of water and run into Hyeontongsa Temple, the gatekeeper to Baeksasil Valley. Beneath the temple a waterfall cascades down over boulders that you might expect to find in a painting. All of these exude the feel-good energy of mountains. The rock cliff cuts in dramatically, giving off an otherworldly feeling. How can this be Seoul? It's as though you've stepped through a wormhole that opens up into a new place whose atmosphere, time and space are unfathomable. If a monk at the temple happens to tap his wooden bell, the sound resounds throughout Baeksasil Valley and into every nook and cranny of all the valleys in Baekaksan Mountain. Keep Hyeontongsa to your left and climb over the precipitous rock surface and head right to the small opening.


From here on out you can't hear any sounds of cars from Seoul, or sounds of people speaking. The dense, thick forest opens the door for you and once you step inside it closes the door behind you. It's time to face nature alone. Squirrels leap through pine trees repeatedly; clean water flows without stopping; the cry of cuckoo birds and every step we take winds the clock backwards, taking us back to a period in our past. After walking for a while, the relatively flat mid-point of Baeksasil reveals itself. In 2005 it was designated a historical site; in 2008, it was designated a place of scenic beauty. It's a historical landmark formed in the 1800s near the city fortress wall. Against the backdrop of Bukhansan Mountain, it's a Dongcheon formed in Baekseokgol, and was referred as a beautiful scenic spot enveloped by mountains and streams. It's also known as White Stone Dongcheon due to its numerous white pebbles. There are still foundation stones that used to prop up pillars of old buildings. This place is particularly special due to the pond next to the building site. These days it's not full of water, but the sluice gates and pillars remain the same. In the spring green plants grow in the round pond and in the summer little white flowers overtake them, reminiscent of a field of buckwheat flowers. In autumn, red and yellow leaves fall from every direction; in winter, white snow and ice fill this place to the brim.


Walk beneath huge trees until you see places where the dirt has been disturbed willy-nilly. You can spot them beneath chestnut trees, and this is all due to wild boars. Wild boars are afraid of people and they begin their activities in the early evening. At times goose prickles erupt on your body when they pass you by at close range, but you would also begin to feel awe when you are in close proximity to wild animals. It's not every day you encounter wild animals. A pair of boars and their three piglets were living here. Last summer, the male was killed by the foresters. I hope the rest of the family remains safe and out of sight of human eyes. 


The forest path splits into dozens of paths in other parts of the forest. One of them leads us to Neunggeum Village where only the residents are accessible. If you climb the mountain the other direction, you'll get to a place where you have Bukhansan Mountain as your backdrop and look out into Pyeongchang-dong. Another path looks over Buam-dong, while the other side meets with Bugak Mountain Highway. If you stick to small forest paths, you won't meet anyone the entire day and spend it chasing streams, beautiful boulders, and trees. If you want to, you can experience a different world from Seoul in the heart of it for a day. On the path extravagantly formed mushrooms bloom and while you walk the forest path the scent of unknown trees and flowers waft through the air. Even though you have spent many hours here, just by the moment you head out to the world, you'll suddenly feel reality gripping your chest like a vise. Sometimes it’s alright to take a moment in the forest of Baeksasil Valley where time seems to have stopped.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 종로문화재단 온라인 채널   


홈페이지: jfac.or.kr

블로그: blog.naver.com/jn_jfac

페이스북: facebook.com/impactstationpage

유튜브: youtube.com/channel/UCUjiu1QeaohL_PTJioDAtp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