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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동네 한 바퀴, 서촌의 골목들


AROUND STREET


동네 한 바퀴

서촌의 골목들


서울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동네가 있다. 빌딩 숲을 곁에 두고 나 몰라라 조용한 곳, 궁과 관저 가까이에 나지막한 건물을 촘촘히 품은 동네. 종종 시위대와 경찰들이 밀려 들어와 북적이고는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해졌던 교차로. 오래된 골목 안까지 새바람이 스민 그곳, 서촌을 걸었다.


하나 사진 이종하





도서관 앞 작은 가게들


사직동 주민센터 옆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벤치 앞 정류장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있었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커지면 마을버스가 와서 그들을 싣고 떠났다. 잠시 시끄럽다고 생각한 게 미안할 정도로, 버스가 떠난 자리가 고요했다.


"와, 여긴 그대로고 저긴 너무 변했다." 도착한 친구는 새삼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여기'는 공원을 따라 난 길을 말하는 걸 테고, '저기'는 그 건너에 줄 선 가게들을 말하는 걸 테다. 낡은 건물에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며 동네는 조금 수다스러워졌다. 서촌의 끝자락, 사직동도 예외는 아니다. 친구와 나는 모교로 들어가는 길에 가게가 몇 개나 생겼는지 세어가며 유난을 떨었다. 좋은 가게를 마주칠 때마다 "우리 때 생겼으면 얼마나 좋아!" 탄식하면서.




사직공원 옆으로 카페들이 들어섰다. 길 위에 자리 잡은 가게는 크기와 생김새, 안에서 보이는 풍경이 다 달라서 가는 날의 기분에 맞춰 고르는 재미가 있다. 아늑한 공간에서 창밖 동네 풍경을 보는 폴키(FOLKI), 탁 트인 정원에서 서촌 밖을 내다보는 스태픽스(STAFFPICKS), 그리고 야금야금 시간을 살펴보는 커피한잔. 


카페인 없이는 아침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란 지금, 커피의 첫인상을 되짚어본다. 커피한잔이 매동초등학교 앞 작은 자리에 문을 열었을 때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풍기는 기름지고 고소한 냄새에 사로잡혀 용감하게 커피집에 들어섰다. 남미의 이름을 딴 커피는 할머니의 아가씨 시절을 상상하게 하는 커피잔과 소서 위에 나왔다. 편의점에서 마시던 레쓰비와는 다른 맛. 친구와 나는 그 앞에서 한참 말이 없었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야. '아니, 이렇게 까만 걸 어떻게 마시는 거야.'




길 위에서 마주친 장소들



커피한잔


로스팅부터 브루잉까지 직접 하는 이곳은 '카페'보다는 '커피집'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가게 안에는 추억의 물건으로 가득한데, 공간을 꾸미기 위해 구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데에서 진짜 '레트로'를 느낄 수 있다. 커피는 숯불로 볶아 풍미가 깊다. 공들여 내려 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추천한다.


A.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6-1

T. 02 722 7022

O. 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서울특별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


사직공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어린이도서관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한 책과 자료가 잔뜩 있고, 물론 대여도 가능하다. 선물 받아 숙제처럼 읽어야 할 책 대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을 때 함께 가보면 어떨까. 가까이에 종로도서관이 있으니 가족끼리 도서관 나들이를 가보기에도 좋다.


A.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7

T. 02 731 2300

O. 월-금요일 9:00-18:00, 토-일요일 9:00-17:00




원모어백


자꾸자꾸 사 모으게 되는 물건, 에코백이다. 흔하지 않으면서 퀄리티가 좋은 에코백을 찾고 싶을 땐 원모어백에 간다. 가게에는 제품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브랜드도 입점이 되어 있어 취향껏 고르기에 좋다. 볕이 드는 2층에는 가방은 물론이고 파우치나 양말 같은 패브릭 아이템과 작은 물건이 가득하다.


A.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6-1 2층

T. 070 7768 8990

O. 매일 12:00-19:00, 매월 마지막 날 휴무





궁의 서쪽 돌담길


누하동을 지나 큰길을 건너면 가로수 없이 탁 트인 통의동 갤러리 길에 닿는다. 이 지역이 '서촌'으로 알려지기 한참 전부터 통의동에는 우아한 갤러리와 가게들이 있었다. 건너편 누하동이 아기자기하고 활기차다면, 통의동은 고즈넉하고 단아하달까. 친구와 mk2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휴관 중인 갤러리 입구를 기웃거리며 걸었다. 그러다 모퉁이를 돌면, 경복궁의 돌담을 마주 보고 작은 식당과 카페가 빼곡히 보인다. 나는 서촌에서 이 길의 풍경을 가장 좋아한다.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에스프레소 잔에 커피를 마시는, 영화 같은 장면을 마주할 수 있는 곳.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길. 10년 훌쩍 넘게 매일 이곳을 걸었는데도, 청와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는 여전히 두근거리기도 한다.




mk2


통의동에 여러 가게가 문을 열고 닫는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카페. 오래된 가게인데도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세련되었다. 커피와 곁들일 디저트로 당근케이크를 추천한다. 창이 들어오는 자리에서는 잠시 책을 읽기도 좋다.


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7

T. 02 730 6420

O. 매일 12:00-22:00, 명절 휴무




이라선


보안여관 골목으로 들어가면 사진 책방 이라선이 있다. 대형 서점에서는 열어보거나 찾지 못하는 국내외 사진집을 볼 수 있다. 사진을 보는 데 사진아나 사진 작가에 관한 지식은 필요 없다. 약간의 관심과 시간을 들이면 누군가의 시선으로 세상의 한구석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동안 몰랐던 나의 사진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A.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5 1층

T. 010 5420 0908

O. 화-일요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그라운드 시소


산책하다 골목 안에 숨어있는 갤러리를 발견했다. 빛이 쏟아지는 동그란 중정과 그 앞에서 올려다보는 건물의 생김새가 매력인 곳. 전시는 위층의 갤러리에서 열린다.


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8-8

T. 070 4473 9746

O. 매일 10:00-19:00,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휴관



Local to Seoul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동네 문화와 가치를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어라운드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도시를 다시 한번 살피고, 곳곳에서 마주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래된 길목 안에 청년들의 가게가 문을 열고, 일상에서 예술을 찾으며, 한데 모여 취향을 나누는 곳. 사람과 문화가 가까운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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