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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식물을 사이에 둔 우리들, 꿈꾸는 정원사



AROUND CIRCLE


식물을 사이에 둔 우리들

꿈꾸는 정원사


식물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는 시간, 새순이 틔고 하엽이 지는 과정, 키우는 사람의 소중한 마음까지. 식물을 위한 모든 요소가 쌓이고 쌓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구로문화재단은 아픈 식물을 치료하는 작업을 이어온 '김이박' 작가와 함께 <꿈꾸는 정원사 : 반려 식물 #Petlant>(이하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코로나 19로 사람들 간의 거리가 멀어진 요즘, 식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지난봄부터 다가오는 겨울까지, 식물과 사람을 잇는 작은 순간들은 얼마나 다정했을까. 어쩌면 팬데믹 시대에 꼭 맞을 또 다른 '식물 소통법'을 여기에 소개한다.

 

김지수 사진 이종하





INTERVIEW

작가 김이박, 구로문화재단 지역문화사업팀 김윤주



꿈꾸는 정원사 

이야기


어느새 반려 식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 19 시대에 접어들며 생긴 새로운 반향일까. 집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식물 생활을 키워가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구로문화재단은 주민들의 소통을 위해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활발한 주민들의 식물 이야기로 채워진 이번 프로젝트는 '꿈'의 또 다른 의미로부터 출발한다. 만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식물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로 '꿈'이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은 누구든 정원사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두려웠던 사람, 혼자서 조용히 식물 키우기를 이어온 사람, 식물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바라는 사람까지. 이로써 전해지는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꿈을 꾸듯 식물을 돌보기로 한다.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픈 식물을 돌보던 김이박 작가는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의 시작을 설명하면서 '고무나무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식물이 품고 있는 애틋한 마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다.


"제가 살던 아파트에 여러 그루의 고무나무를 키우던 할머니가 있었어요. 수백 장의 잎을 하나하나 닦으시면서 정성으로 키우던 분이었죠. 어느 날 할머니가 저를 부르셔서 가보았더니 큰 고무나무가 죽어가고 있더라고요. 8년 동안 한 번도 분갈이를 안 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았죠. 할머니와 친해지고 싶어서 분갈이를 열심히 하다가 고무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알고 보니 그 고무나무는 사업에 실패한 후 연락이 끊긴 아들의 빈 사무실에 있던 화분 중 하나였어요. 비록 아들의 소식은 모르지만, 고무나무가 건강하면 아들도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시면서 키우고 계셨던 거에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묵직해졌어요. 할머니에 비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식물을 대했던 지난날들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죠. 그렇게 아픈 식물을 치료하며 식물 집사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살아있는 식물을 키우는 일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적당한 시간에 맞춰 빛과 물을 주고 바람을 불어넣으며 때가 되면 흙을 갈아주어 한 생명의 성장을 돕는 일. 그동안엔 한 사람의 일부분이 녹아들어 어떤 이야기가 생겨난다.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는 김이박 작가가 고무나무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으로 시작해, 식물을 통해 이야기를 짓고 그것을 나누는 일까지 함께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의 중요한 소통의 의미를 돌아보고, 삭막해진 오늘을 따뜻하게 만들어 간다.




조금 더 

다정한 나눔


시작부터 흥미로웠던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마음을 나누는 일이 지금의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것일까. 성별과 연령을 넘어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는 기대했던 풍요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식물은 키우는 사람에 따라 성장 속도, 자라나는 모양 등 모든 운명이 달라진다. 좀더 쉬운 식물 키우기를 돕기 위해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조사하고 습관을 파악하며, 약 30여 종의 식물의 특징과 생장 과정을 소개했다. 자신이 키우고 싶은 식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식물 분양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 간의 '관계' 역시 시작되었다. <꿈꾸는 정원사>를 기획하고 담당한 구로문화재단의 김윤주 선생은 이번 프로젝트를 지역 주민과 문화의 거리, 더 넓은 의미로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렸다고 말한다.


"꼭 그 사람에게 맞는 식물을 분양하기보다는 여러 식물을 알아가며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더욱 식물에 애정을 갖고 본인의 개성을 품고 자란 식물을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식물이 궁금해질 수도 있겠죠. 단순히 키우는 것을 넘어 식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상황으로 단절을 느끼는 와중에 환기를 찾을 소중한 기회를 식물이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한 의도에 보답하듯 주민들은 식물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며 소통을 이어갔다. 식물에 노래를 들려주며 숨을 불어넣어 주는 아이부터 식물과 화분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어른까지. 식물 앞에서 다채로워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풍경이 아닐까. 사람에 의해 자라나는 식물과 식물에 의해 변화하는 사람의 일상은 우리의 삶을 더욱 다양한 색으로 채워 준다.


[Photo: ⓒ구로문화재단]


식물과 사람,

이제 시작하는 이야기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는 이제 마무리를 맞이하려 한다. 한 해 동안 주민들의 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아픈 식물을 돌보던 김이박 작가는 앞으로도 식물을 통한 소통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록 프로젝트는 끝을 맺을지 몰라도 주민들과 맺었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식물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피어난 관계를 끝내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더불어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함께 상상했던 또 다른 식물 프로젝트의 실현을 꿈꾸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진행을 포기했던 프로젝트가 있어요. 구로구의 버려진 식물을 모아 구로문화재단의 옥상에서 키워보자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아이디어였는데, 언젠가 상황이 안정되면 꼭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죠. 계절에 맞지 않게 길가에 나와서 죽어있는 화분, 주인 없는 화분 등 오로지 사람의 계획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됐던 식물을 모아 따뜻한 집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병든 식물이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나누기도 하면서요. 언젠가 꼭 그 풍경을 마주하고 싶네요."




<꿈꾸는 정원사> 프로젝트는 많은 구로구 주민들에게 식물과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삼삼오오 모아 거리를 좁히는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우리'를 만들고 서로에 기대어 본다. 단조로운 일상에 싱그러운 녹색을 심어 안정을 찾아간다. 




Local to Seoul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동네 문화와 가치를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어라운드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도시를 다시 한번 살피고, 곳곳에서 마주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래된 길목 안에 청년들의 가게가 문을 열고, 일상에서 예술을 찾으며, 한데 모여 취향을 나누는 곳. 사람과 문화가 가까운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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