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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작은 공간에서 삶을 나누는 일


AROUND CIRCLE


작은 공간에서 삶을 나누는 일

라이프 가드닝 위크


양천구 골목골목에는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서 편히 쉬거나 치열하게 고민하거나 무언가를 묵묵히 만들어내는 작업자들이 숨어 있다. 그들이 가꾸는 삶의 이야기를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지난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팝업 페스타 : 라이프 가드닝 위크>가 열렸다. 양천구 열 개의 공간, 열한 명의 작업자들이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조금은 낯설게 보냈을 일주일을 들여다보자. 


이다은 사진 제공 양천문화재단


 

Question


01    당신이 가꾸는 정원 같은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02   <팝업 페스타 : 라이프 가드닝 위크>가 열리는 동안 당신의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03    특별한 일주일을 보낸 소감을 말해 주세요.

 


 Art & Craft 


웃는아이미술창작소

@smileart_studio


1. 어린이, 청소년, 성인과 함께 미술 작업을 하는 공간이에요. 


2. 일상의 그림자를 통해 가려진 명암을 들여다보는 <그림자 수집 : 우리는 모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라는 사진전과 묵혀온 감정에 색을 입혀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감정 컬러링 : 묵은 감정, 色을 입다>라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3. 동네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한 '그림자 수집 인터뷰'에 대한 피드백이 제일 많아서 놀랍고, 감사했어요. 가장 어렵고 공들인 작업이 실제 관객의 반응으로 이어지니 다음을 준비하는 큰 힘이 되었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라는 고백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하는 반응이 많았죠.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깊이 공감했어요.



소소공방


1. 지극히 개인적인 도예 공방이자 서로의 작업을 공감할 수 있는 분들과 공유하는 작업실이에요. 


2. <나의 작업을 가드닝하다>라는 주제로 도예가의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흥작과 망작 사이>라는 전시를 열었어요. 공방 한쪽에 흙을 만지며 미끌미끌한 감각을 느껴보는 흙 체험도 준비했고요. 판매를 위한 작업이 아닌, 정말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어서 더 의미 있었어요. 


3. 흙을 만지고 구워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즐겁지만, 도자기가 가마에 들어가 1,250도로 구워지는 시간에 저는 흥작과 망작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그 시간이 때로는 아픔으로 남기도 하죠. 이 전시는 그 과정에서 생긴 미련일지도 모르겠어요. 버려진 조각들로 물고기와 꽃을 만들며 끝까지 끝이 아니라고, 다시 다음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너무나 고마운, 작업자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는 경험이었어요.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혼자 작업할 때보다 행복했네요.



피피풀 스튜디오

@pipipul_studio


1. 한국화를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화실이에요.


2. 한국화의 재료인 붓질이라는 행위에 집중해볼 수 있는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워크숍을 준비했어요. 멋진 완성품을 위해 '잘' 그리려 하기보다 '재료와 행위'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붓의 부드러운 촉감과 도자기 팔레트, 한지 위로 번지는 색의 마주침을 온전히 즐기는 감각의 시간을 나누고 싶었어요.


3. '그리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저의 기획 의도를 모두 잘 이해해주시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도 즐겁고 함께 하는 사람도 즐거운 활동이 일어나니, 저와 참여자분들이 예술 강사-수강생의 관계가 아니라 이곳에서 다시 함께하고 싶은 관계로 전환된 것 같아요. 



테레사 가든


1. 저의 집이자 작업실이에요. 저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5년째 도슨트로 일하고 있는데, 전시 해설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이곳이에요. 


2. 사회의 요구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실현했던 천재 여성 화가 '나혜석'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복소복>를 진행했어요.


3. 작업실 겸 집을 오픈하기가 어려워서 '카페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미술관이 아닌 카페에서 하는 행사이니만큼 모인 분들과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삶을 가드닝 해가는 방식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쌍방향 대신 일방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어 우려됐지만, 다행히 자기소개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특히 한 분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하고자 했던 일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동과 보람을 느꼈답니다.



리디아 갤러리

@lydia_gallery


1.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이에요. 


2. <오희 작가와 반가운 아티스트 토크>를 준비했어요. '오희' 작가님은 우리의 뇌세포가 우주와 닮아 우주가 하나의 생명체일지 모른다는 '프렉탈 우주론'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분이에요. 리디아 갤러리와 전시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3. 작품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접하는 일은 늘 짜릿해요. 하지만 다른 분들께는 어떻게 느껴질지 몰라 걱정이 됐죠. 걱정과는 별개로, 갤러리에 와주신 분들과 기획자분들께 기억에 남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고민하다가 작가님의 작품 중 소품들을 구입해서 선물로 드렸는데 작가님도, 와주신 분들도 예상보다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뻤어요. 



범블비 쏘잉 스튜디오


1. 재봉틀로 세상에 하나뿐인 옷과 가방 등의 소품을 만들어요. 동네 사람들과 바느질 모임을 하고, 청소년들과 학교 밖 체험도 하는 곳이에요.


2. 바늘에 실을 꿰어 천을 엮는 <Full of Flowers : _를 꿰다>를 진행했어요.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Eva Armisén)'의 작품을 보고 만지고 바느질로 표현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느질하는 시간과 별개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3. 시간 내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재료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올지 걱정하면서도 무척 설레며 준비했어요. 와주신 많은 분이 따뜻한 응원을 아끼지 않으셔서 감사했구요. 실용적이지 않아서 실천하지 못했던 작업을 해볼 기회여서 더 의미 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이 용기 내지 못했던 일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사람들과 더불어 활동할 기회가 생기니, 제 공간에 활력이 돌아서 정말 행복했어요. 



 Daily Life 


비스트로 윰

@bistro_yum_


1. 유럽 요리를 '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한국의 제철 재료로 선보이는 식당이에요. 


2. <잔 기울이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동네의 취중담소 시간을 만들었어요. 참여자들이 평소 즐기는 술이나 음료를 가져오시면 저희가 어울리는 요리를 내어드리고,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와 음식과 술에 대한 여러 가지 취담을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예요. 


3. 참여자분들의 일요일을 어떻게 더 즐겁게 해드릴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요리도 창작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싶어 머리도 아팠는데, '올해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씀에 감사했죠. 동네 사람들이 제 공간에서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꿈꿔왔던 '동네와 함께 커가는 오픈 키친 식당'이 실현된 것 같아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플라워:루

@flowerroo_official


1. 식물을 판매하고, 꽃을 재배열하고 구성하여 공예 작업을 하는 공간이에요.


2. 매장 앞 테라스를 <fall of terrace : 가을 정원>이라는 작은 전시 공간으로 바꿔 다양한 가을의 식물들을 조명했어요. 이 계절, 가을을 담아 골목을 오가는 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서 작은 포토존도 제작했어요. 


3. 식물 전시는 꽃집을 오픈한 뒤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어요. 운영을 위해 보통은 잘 팔리는 식물을 놓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처음 해보는 만큼 좋은 작업물이 나올 수 있을지, 공간과 잘 어우러질지 고민이 많았어요. 가장 큰 수확은 '플라워:루'가 화분만 파는 작은 가게가 아니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공간임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냥 동네 꽃집 사장님이 아니라 진짜 플로리스트네요."라는 반응이 많았거든요. 특히, 참여자 중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예쁘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어요. 



사해책방

@sahaebooks


1. 글을 쓰고 책과 공간을 나누는 곳이에요. 도서 판매∙대여, 독서 모임과 공간 대여를 하고 있어요.


2. 일주일 동안 릴레이 소설 쓰기 <모여, 씀>을 진행했어요. 책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가며 한 줄씩 상상을 이어가면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밤에 몰래 와서 적거나, 술에 취해 써 내려가도 괜찮다고 생각했죠. 


3. 프로그램 시작 전날, 설렘만큼 걱정도 컸어요. 유리창에 시트지를 붙이며 '내가 쓴 첫 문장만 덩그러니 남아 '책방 주인의 매일 한 줄 쓰기'가 되면 어떡하지?' 하고요. 역시나 첫날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가게에 불이 켜져 있는 동안 단 한 명의 행인도 펜을 잡지 않았어요. 다음날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여는데, 서사의 방향을 뒤흔들 만큼 파격적인 이야기들이 줄줄이 쓰여 있는 거예요. 일주일간 동네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모르는 척 새침하게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해요. 



꽃 피는 책

@blooming__books


1. 동네 책방이자 꽃집이자 도심의 작은 숲이 되고 싶은 숲 공작소예요.


2. 나무 해설이 있는 동네 산책 <모기동,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를 진행했어요.


3. 산책 프로그램인 만큼 날씨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는데, 행사 당일 다행히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주어 산책하기 좋았어요. 예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셨고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어요. 목2동(모기동) 곳곳에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지켜본 나무들이죠. 골목 구석구석을 걸으며 나무들이 품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어요. "우리 동네 어디에 있는 나무가 꽃이 피었다네.", "함께 산책 가자."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라요.



*본 글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plusminus1c)의 '[라이프가드닝위크,20'] 작은공간 시리즈'에서 부분 발췌 및 편집으로 작성되었습니다.


Local to Seoul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동네 문화와 가치를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어라운드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도시를 다시 한번 살피고, 곳곳에서 마주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래된 길목 안에 청년들의 가게가 문을 열고, 일상에서 예술을 찾으며, 한데 모여 취향을 나누는 곳. 사람과 문화가 가까운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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