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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으로 사방팔방 연결되다

동작구에서 이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사당동의 사당(祠堂)은 '집이 많은 곳'을 뜻한다. 실제로 서울에서 1인 거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경기도 각지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4호선 지하철인 사당역을 오가는 사람들과 근처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동작∙관악∙서초구의 주민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동네가 사당이다. 


유독 1인 주거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로든 쉽게 연결될 수 있는 교통뿐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를 잘 갖췄기 때문이다. 또한 사당역 곳곳에는 회사가 많아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안들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편리한 생활'로 사당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의외로 사당은 예술인의 연습실과 작업실이 밀집된 지역이다. 예술극장의 본거지인 대학로와 연결되는 4호선이 지나가는 점, 그리고 2011~2012년 사이에 지속적인 홍수가 발생해 주변 임대료의 하락이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의 다양한 지역에 특색있는 문화예술 공간이 생겨나고 있지만 대표적인 시설과 공간들은 여전히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다. 동작구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문화예술 공간이 없었기에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내부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는 예술가 개인들의 활동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분명한 계기들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사당팔방'은 단순히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닌, 동작문화재단의 적극적인 문화자원 조사와 청년예술가의 의문, 도전에서 출발했다. 현재 사당팔방은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 활성화와 신진 예술인의 멘토링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또한, 8월부터 지속적인 멘티와 멘토의 만남으로 '연결'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당팔방이라는 주제 아래 세 팀의 멘토와 멘티들이 만나며 엮어온 사당 예술가들의 창작 작업과 과정들을 살펴보고 소개한다. 


거미줄에서 사방팔방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사당의 예술가들이 겹쳐보였다



 사당팔방 


첫 번째 팀, Inssadang

멘티 송세은 / 멘토 윤유민, 박성희


사당1동의 기록들

[Photo: ©송세은]


'Inssadang(인싸당)'은 '사당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인싸(Insider: 어느 무리에서 주목받으며 잘 노는 사람)'의 합성어다. 사당1동의 공간을 소개하는 마을 지도와 굿즈를 제작해, 처음 사당에 진입하거나 동네에 갓 거주한 청년들이 사당1동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인싸당을 이끄는 사진작가이자 멘티인 '송세은' 역시 사당의 숨겨진 인싸다. 


지도를 받아들 청년들처럼, 송세은 역시 사당동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고 자란 주민이지 않은 이상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정을 붙이기 어려운 것이 바로 남의 동네. 송세은 작가에게도 어쩔 수 없이 살게 되는 '사당동'이었다. 실제로 그 자신도 반년간 동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의 세상'이라는 동네 책방을 발견한 작가는 사당의 공간들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이 동네도 정붙일 공간이 많구나'. 사당에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트는 자신과 같은 청년들을 위한 공간 아카이빙의 씨앗이 바로 인싸당이다.  


시작은 사진으로만 찍어 남기는 '기록'이었다. 여기에 멘토인 '윤유민' 디자이너와 함께 힘을 합치며 기획 과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새로운 사당1동의 마을 지도로 자기만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소개할 예정이다. 작가의 지도와 사진들은 사당1동의 동네책방을 비롯한 서점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동네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Photo: ©송세은]



두 번째 팀, 아츠라포 프로젝트

멘티 강유리 / 멘토 탁원태


강유리(좌)와 탁원태(우)


'아츠+라포(형성되다)'라는 팀 이름은 본래 경계의 흐트러짐을 표현한 단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무너지면서, 팀명을 구체적이고 탄탄하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뒷받침하는 '아츠라포'로 탄생한 팀이 되었다. 아츠라포는 사당에서 직장인 극단으로 활동하는 이들과 뮤지컬팀이 만나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생각했다. 무언가를 '해보자'는 마음은 사당팔방 지원으로 이어졌다. 


처음 이들의 기획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연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경계를 무너뜨리는 공연'을 실현하는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관객의 시선이 영상과 무대의 두 영역을 오가며 전통적인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건 어떨까?'. 이 아이디어의 실현을 더디게 만든 것은 영상에 관한 전문 지식의 부족이었다. 팀으로서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기에 연습과 공연 공간에 대한 부분도 걸림돌이었다. 


아츠라포 프로젝트가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던 열쇠는 '탁원태' 멘토와 동작문화재단의 도움이었다. 멘토는 아츠라포 프로젝트의 활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는 작업의 본질과 내용 자체를 아카이빙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아츠라포 프로젝트의 모든 활동을 영상 콘텐츠로 디지털화하며, 이들의 콘티 작업을 아트북으로 제작해 오프라인의 인쇄물로 만들었다. 한정된 무대의 울타리를 벗어나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츠라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지역 공연계에 불어넣은 새로운 가능성의 힘을 가늠해본다. 


아츠라포 프로젝트가 직접 작성한 촬영 콘티



세 번째 팀, 역시

멘티 민현석 / 멘토 유명훈

민현석(좌)과 유명훈(우)


예술가 '민현석'은 연극 배우∙영화 스태프∙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자타공인 멀티플레이어다.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의 예술 작업으로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 중 하나는 '서른이 되기 전의 청춘이란 무엇인가'였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청춘이고, 나는 지금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사당팔방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사당에서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에게 연극으로 공통적인 질문을 던질 생각이었다. 그 과정은 곧 함께하는 '유명훈' 멘토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차츰 변화되었다. 


두 명의 '청춘인'이 만든 낭독회 겸 창작극의 제목은 <역시>다. <역시>는 '시간을 되돌린다'는 屰時(거스를 역, 때 시), 부사의 의미로 '앞과 뒤가 같다'라는 亦是(또 역, 이 시)의 두 가지 뜻을 내포한다. 4명의 주요 인물이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드라마이자 낭독회다. 과거를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던 이들이 서로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지금 여기, 이곳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그린다. 


민현석이 전하고 싶던 것은 자신만의 질문을 통해 지역을 바라보는 위안의 이야기였다. 그는 멘토와의 만남이 일으킨 변화의 폭을 가장 거대하게 느꼈다고 한다. 수많은 질문과 생각을 멘토와 나누며 <역시>의 순간순간을 바꾸는 과정은 민현석이 직접 써 내려간 시나리오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이 시나리오는 전문 배우가 직접 낭독해 깊이와 메시지를 더할 예정이다. 민현석의 <역시>는 멘토인 유명훈 대표가 운영하는 극단 '시지프'에서 12월 중 실연될 예정이다. 


 

새롭게 발견될 사당의 이야기들


사당팔방을 통해 연결된 멘티와 멘토들이 사방팔방으로 에너지를 쏟아낸다. 이들의 지속적인 만남이 변화시키는 신진 예술가들의 활동 과정은 사당동의 곳곳에 전에 없던 이야기를 심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만남은 기존에도 있었기에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당팔방은 다르다. 


우선 사당팔방은 사업 초기부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멘토와 멘티의 만남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창작의 '과정'을 조명했다.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실질적인 요소는 일차원적인 '결과'가 아닌, 다차원적인 '과정'이다. 사당팔방처럼 사람의 연결, 과정의 힘을 중시한 프로젝트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서울의 청춘들이 사당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제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당팔방 예술가들의 작업은 멘토와 만나면서 제약의 한계를 벗고, 최초의 기획에서 새로운 지역 콘텐츠로 변화한 과정이 담겨있다. 모든 멘티와 멘토의 만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다만, 사당팔방을 통해 지역과 예술가의 지속적인 교류가 일어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탄생하며, 그것들이 사당이라는 지역의 가능성을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이 모든 사람과 과정은 우리가 모르는 사당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단서다. 


지금 사당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사당으로 오게 될 많은 사람이 환승의 개념으로 거쳐가는 사당이 아닌, 지역과 공간을 통해 함께 '예술하며 살고 싶은' 사당으로 느끼길 바란다. 그 변화의 출발이 사당팔방이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앞으로의 사당팔방,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사당팔방>은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진흥사업 <N개의 서울>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N개의 서울>은 서울을 이루는 25개 지역에서 각각의 지역만의 '동네 문화'를 발견하고, 또 새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동네 예술가, 기획자, 동네의 공간, 동네의 사람들 등 지역 내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이들을 서로 잇고, 협력의 과정을 지원합니다.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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