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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미술관, 구글 아트앤컬처


2011년, 아밋 수드(Amit Sood) 구글 디렉터는 테드(TED) 강연에서 <웹에서 박물관들의 박물관을 만들다>라는 제목으로 '구글 아트앤컬처(Google Arts and Culture)'를 소개한다. 구글 아트앤컬처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수드는 테드 강연에서 자신이 인도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일상적으로 방문할 기회까지는 주어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 프로젝트를 실행한 이유를 밝힌다.


웹에서 박물관들의 박물관을 만들다(Building a Museum of Museums on the Web)


코로나 19 발발 이후 많은 미술관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구글 아트앤컬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구글 아트앤컬처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며, 2011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등 17개 미술관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는 협약을 맺은 기관수가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형미술관 외에도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기관들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글 아트앤컬처의 가장 큰 장점은 100억여 개의 화소로 촬영한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오프라인 미술관에 간다고 해도 작품에 아주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으며, 특히 작은 크기의 작품은 감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 아트앤컬처가 제공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계속해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가의 세밀한 붓 터치와 함께 작품 표면의 균열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단순히 오프라인 미술관의 소장품을 온라인으로 옮겨 감상 방식을 보완한 것이 아니라, '세부 감상'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공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 캔버스에 유채, 73.7 ×92.1cm, 뉴욕, 현대미술관

[Photo : 뉴욕현대미술관(MoMA)]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별이 빛나는 밤>을 구글 아트앤컬처에서 감상해보자. 화면을 확대하면 유화물감을 두껍게 칠해 질감을 준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정밀하게 감상하다 보면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요소들이 보이기도 한다. 일반 이미지로 보았을 때는 하늘과 나무와 마을이 뚜렷하게 구분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화면 중앙 하단부를 확대하면 선들이 교차하면서 연결지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고해상도 이미지는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것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의 일부

[Photo : 구글 아트앤컬처]


많은 사람이 오프라인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 이유는 작품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현장성과 현전감 때문이다. 벽에 고정된 작품을 마주하고 걸음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은 관람자에게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감각의 사용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관람자는 미술관에서 그림에 다가가고 멀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우스 클릭으로 그림을 확대하거나 축소한다. 또,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으로 신체적 경험을 하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에 의해 촬영된 영상이 아니고 자신이 조작하는 방식이므로 미술관에서의 경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체험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화가 대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de Oude, 1526-1569)의 '작은 바벨탑'같이 세밀하게 그린 그림을 구글 아트앤컬처의 줌 기능으로 감상한다면,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그림을 보는 경험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작은 바벨탑'은 거대한 건축물의 주변에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인데, 74.6×60cm의 비교적 작은 캔버스 사이즈로 육안으로는 '세부 감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초고해상 이미지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과 항구에 들어찬 배들의 모습을 상세히 감상할 수 있다.

대 피터르 브뤼헐, <작은 바벨탑> 원본과 구글 아트인컬처에서 확대한 세부 이미지

[Photo : 구글 아트앤컬처]


한편,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작품이 아닌 경우 작품에 대한 정보가 더해져야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해지곤 한다. 미술관에서도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 등을 통해 전시 정보를 제공하지만, 구글 아트앤컬처에서는 해당 그림과 연관된 내용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더욱더 유용하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페이지를 열면 하단에 '추천' 카테고리가 보인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같은 컬렉션에 속한 작품', '동시대에 제작된 작품', '같은 대상을 묘사한 작품', '관련 화파에 속한 작품', '시각적으로 유사한 작품', '같은 재료를 사용한 작품'으로 연결된다.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들어 비슷한 그림을 찾아보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유사한 정보를 추천해준다

[Photo : 구글 아트앤컬처]


초고해상도 이미지가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미술관'이라는 장소 자체를 체험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구글 맵의 스트리트 뷰 기술을 활용하여 촬영한 영상을 참고해볼 만하다. 360도 회전 카메라를 실은 '트롤리(Trolly)'가 미술관 외부와 내부의 전시실을 이동하며 촬영한 것인데, 관람객은 카메라의 렌즈를 따라 전시실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원하는 장소에 멈춰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도 음성으로 제공된다.

구글 아트앤컬처에서 제공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모습

[Photo : 구글 아트앤컬처]


이 밖에도 구글 아트앤컬처는 사용자가 선택한 색상을 사용해 유사한 예술작품을 찾아주는 '컬러 팔레트(Color Palette)',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느낌의 초상화를 찾아주는 '아트 셀피(Art Selfie)', 유명한 그림을 원하는 색깔로 채울 수 있게 밑그림을 제공하는 '아트 컬러링 북(Art Coloring Book)' 기능을 제공한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해볼 수 있는 기능이다.

원하는 그림을 업로드하고 다섯 가지 색상을 선택하면, 유사한 색상을 사용해 제작된 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구글: 아트엔컬쳐]

원본과 원본의 흑백 버전을 제공하며,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컬러링해 볼 수 있다

[Photo : 구글 아트앤컬처 아트 컬러링 북]


미국의 미술사가인 '캐럴 덩컨(Carol Duncan)'은 <미술관이라는 환상>이라는 책에서 미술관을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신중히 구분되고 문화적으로 지정된 장소"라고 정의한다. 그만큼 미술관은 관람객의 참여를 배제한 채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제의하는 공간이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미술관들은 이러한 '화이트 큐브'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고, 코로나 19로 인해 미술관들은 온라인화를 더 늦출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기 이전에는 미술관에서의 미적 경험을 '보완'하는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보완을 넘어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게끔 하는 시도를 볼 수 있다. 특히 구글 아트앤컬처 서비스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온라인상에서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는 미술관들이 늘어나 온라인에서의 미술 감상이 보편화한다면, 미술 감상의 방식이 완전히 새로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화이트큐브의 밝은색 벽에 걸린 캔버스가 스마트폰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구글 아트앤컬처와 같은 플랫폼이 기존의 미술작품 관람을 보완할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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