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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 제로, 덴마크 삼쇠 섬의 기적

 

바람의 나라로 잘 알려진 덴마크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행정 절차도 간단하며, 그 종류도 광범위하다. 덴마크인이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듯 협동조합을 중시하는 덴마크의 전통은 인구 4천 명에 1,200가구뿐인 작은 삼쇠(Samsø) 섬에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유틀란트반도 동쪽에서 약 15km 떨어진 카테가트(Kattegat) 해협에 있는 삼쇠 섬의 면적은 울릉도 면적의 1.6배 정도다. 넓지 않은 땅에 인구 고령화와 농업경쟁력 약화로 낙후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잠시, 삼쇠 섬은 세계 최초의 에너지자립 섬 및 탄소 중립적 무공해 섬으로 탈바꿈하며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삼쇠 섬,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작은 면적의 삼쇠 섬

 

그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고, 덴마크에서는 삼쇠 섬을 탄소 중립적 무공해 섬으로 조성하기 위한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후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협동조합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프로젝트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금의 대부분 역시 협동조합에서 마련했다. 정부의 개입과 지원금은 일부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참여가 가능했을까?

 

 

 

삼쇠 섬 주민들 역시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에 의구심을 가졌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든다는 이유로 자연을 훼손하고 섬 전체를 공사장으로 만드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을에서 환경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인 '쇠렌 헤르만슨(Søren Hermansen)'이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Samsø Energy Academy)'를 세우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헤르만슨은 바람이 많이 부는 덴마크의 지형을 활용한 풍력 발전에 주목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헤르만슨은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향상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알리려 노력했고, 주민들 역시 그런 그의 생각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쇠렌 헤르만슨의 테드(TED) 강연

 

그렇게 삼쇠 섬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주민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공동 투자를 통해 약 10억 원에 달하는 초기 설치비를 마련했고,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육상 풍력발전기 11기와 해상 풍력발전기 10기 중 총 16기를 주민 개인이나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허울만 주민 참여가 아니라, 실제 운영을 지역협동조합이 맡은 셈이다.  

 

풍력 발전으로 만들어진 수익은 지분에 따라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거기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보완 대책이 더해졌고, 그 결과 가구당 연간 4백 유로의 수익, 전기세 절감, 관광 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놀랍게도 삼쇠 섬은 신재생에너지로 섬에서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모두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삼쇠 섬의 해상 풍력 발전기

[Photo: visitsamsoe]

 

하지만 삼쇠 섬의 기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들은 성공을 발판삼아 자발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섬 곳곳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나무와 짚단을 태워 얻은 열과 섬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한 태양열판을 이용해 지역 난방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처럼 바이오매스(Biomass)를 이용한 지역난방 설비 3곳 중 2곳이 지역 협동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섬 주민들의 공동 소유로 되어있다.

 

삼쇠 섬의 태양열판

[Photo: visitsamsoe]

 

헤르만슨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 공익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삼쇠 섬에서 '임비(IMBY, In My Backyard)'로 바뀔 수 있던 이유는 발전 시설이 국가가 아닌 공동체와 주민의 소유라는 주인 의식과 협동조합을 통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운영 참여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은 여전히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회의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있다.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는 매년 전 세계 수천 명의 전문직 종사자와 관광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섬 주민들은 10년 안에 화석 연료로부터 완전한 독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섬 내부의 화석 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대신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주민 참여율도 상당히 높다.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Photo: 삼쇠에너지아카데미]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의존율이 높고 산업 구조가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탄소 중립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한 삼쇠 섬의 기적은 적극적인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 낸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 맞춤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탄소 중립: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삼쇠 섬뿐만 아니라 덴마크에서는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이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밤에는 불을 낮게 켜거나 끄는 등 사소한 습관이 몸 곳곳에 배어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을 꾸준히 쌓아왔기 때문에 국가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 이끌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환경 보존과 시민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양가적 가치를 동시에 거머쥔 삼쇠 섬의 이야기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

삼쇠 섬 공식 페이지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 참고하면 좋을 기사

기적의 섬, 삼쇠

'탄소배출 제로' 기적의 섬에 가다

이젠 건물주보다 '이것' 소유주?!


▶ 참고하면 좋을 영상

에너지 자립 마을 덴마크 삼소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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