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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도시문화가 되는 가드닝


Seoul Player _ PAUSE : 서울가드닝클럽


도시문화가 되는 가드닝


interviewee 서울가드닝클럽(이가영)

SNS @seoul_gardening_club 



식물과 자연을 소재로 콘텐츠와 공간을 만드는 '서울가드닝클럽'. 여유롭지 않은 서울에서 가드닝도 하나의 도시문화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베란다나 정원이 있지 않아도 가드닝을 즐길 수 있고, 식물을 살피는 행위가 반복되는 일상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식물을 보며 지금 나의 시간이 자연의 순리대로 건강하게 흐르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가드닝클럽과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식물과 정원을 기반으로 공간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서울가드닝클럽의 대표 이가영입니다. 서울가드닝클럽은 정원 디자인이나 물리적인 가드닝 외에도,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화와 가드닝을 접목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요. 피크닉을 가서 음악을 듣거나 서점에서 책을 보는 것처럼, 가드닝도 하나의 도시문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울가드닝클럽>의 이가영 대표


가드닝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드너(gardener, 정원사∙원예가) 이전에는 광고 회사에 다녔어요. 치열하고 힘든 격무에 시달렸지만 즐겁게 일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일하다 보니 휴식이 필요해져 퇴사하게 됐죠. 퇴사 후에는 세상의 트렌드 같은 것에서는 벗어난, 조금 다른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가는데 도로변에 있는 풀과 나무의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동시에 제 주변의 것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버스 안에서 갑자기 가드닝 클래스를 검색해서 등록 가능한 곳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가드너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가드닝 공부를 시작하니 이 세계가 무궁무진해서 더 많이 알고 싶더라고요. 당시엔 운전도 못 했는데 기차를 타고 매주 춘천의 수목원에 가서 교육을 듣기도 하고, 정원 공사도 따라다니며 1여 년을 보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배워서 뭘 하고 싶은 거지?'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단순히 플랜트 숍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요. 그 시기에 우리보다 원예산업이 발달한 일본에 한 달 정도 벤치마킹 겸 여행을 갔었는데, 식물을 활용해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한 브랜드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광고 회사에서 쌓은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가드닝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도시환경이라는 차원에서, 또 사람들 삶의 방향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조경과 도시설계를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 사이 정원 설계 공모나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기회들이 주어졌고요. 

 

노들섬에 위치한 서울가드닝클럽의 녹색 풍경들



노들섬에 위치한 서울가드닝클럽 공간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노들섬 안에 식물과 관련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물도(@nodeul.sikmuldo)'라는 공간이 있어요. 식물도는 식물 관련 작업을 하는 크리에이터 네 팀이 입주했는데, 각자의 작업도 하고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죠. 서울가드닝클럽도 입주사 중 하나로 이곳을 작업실로 쓰면서 강연이나 워크숍을 운영하기도 해요.



어떻게 노들섬에 들어오시게 됐나요?


노들섬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팀인 '어반 트랜스포머'에서 식물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 작업이나 프로그램 협력을 위해 먼저 연락해주셨어요. 원래 노들섬 공간 기획에 식물도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작업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식물 테마 공간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되어 식물도를 함께 디자인하고 시공까지 하게 됐어요. 

 

식물도 내부



노들섬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도시 안에 있는 섬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일하다가 답답해서 작업실을 나가면 눈 앞에 펼쳐진 한강을 바라보면서 산책할 수 있어요. 저희 팀원들은 가끔 잔디밭에서 캐치볼도 하고요, 놀러 온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를 듣는 것도 정말 좋아요. 특히 노을 지는 시간대가 멋지죠. 그리고 노들섬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이곳을 좋은 공공공간의 모델로 구축하려는 '의지'를 좋아해요. 이곳에 입주한 팀들은 운영사 측에서 도시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 플레이어들을 한 팀 한 팀 만나고 협의를 거쳐서 섭외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좋은 공공의 공간을 지향한다는 게 노들섬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무료로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부족하죠. 커피값이나 입장료 등의 비용을 내면 멋진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공공의 공간들은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잖아요. 식물도를 비롯한 노들섬 야외공간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충분히 비치되어 있어요. 원하는 방식으로 의자를 옮기도록 하는 건 공원 이용 방식에 큰 차이를 주거든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실내공간의 이용 제한 등이 있지만, 외부 공간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꼭 노들섬의 매력을 경험해 보시면 좋겠어요. 


누구나 사용 가능한 노들섬의 테이블과 의자



노들섬의 매력적인 모습만큼 조금 아쉬운 점들도 있을 것 같아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노들섬 안에 주차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하지만 따릉이와 도보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방문하시면 더 즐거울 겁니다!(웃음)



노들섬에서 다양한 가드닝 프로그램도 진행하시는데, 참여자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나요?


가드너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어반 가드너' 강연 시리즈, 식물을 원료로 주조하는 농부들과 함께한 '술 취한 가드너', 식물 초보를 위한 워크숍 '초면에 식물 합니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사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기획했던 많은 프로그램을 거의 진행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최근에 테스트로 열어서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가드닝과 요가를 연계한 '마인드 풀니스 가드닝'이에요.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나, 이것을 보살피는 태도 등이 요가의 철학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기획했죠. '식물을 돌보는 것에서 배운 지혜를 나의 일상으로 가져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식물이 자라는 원리를 배우고 직접 심어본 뒤, 노들섬의 루프탑에서 한강의 석양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는 경험이에요.  테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반응이 정말 좋아서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화되고, 날씨도 추워져서 지금은 잠시 멈추고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노들섬에서 진행했었던 <마인드 풀니스 가드닝> 테스트 프로그램 모습



아무래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죠. 예전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셨어요?


서울가드닝클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이 있어요. 환경대학원을 다닐 때 도곡동 매봉역 뒤에 있는 주택가 빌라 옥탑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옥탑 테라스에는 적당한 넓이의 데크도 설치되어 있어서 야외 가드닝 작업을 할 수 있었죠. 테라스 전체를 저 혼자 쓰기에는 아까워서 '공유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모아 같이 가드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가드닝을 하고 싶어도 나만의 정원을 가지기란 도시 환경에서 쉽지 않으니까, 제가 가진 공간과 가드닝 지식을 함께 나누려 했죠. 공유 정원을 진행하면서 제가 나아갈 방향을 찾으려 했고, 그때 서울가드닝클럽이라는 이름도 만들었어요. 동네에서 가드닝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클럽이라는 느낌을 담고 싶었거든요.



'공유 정원'을 진행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셨어요?


서울가드닝클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서 가드닝 멤버 모집 공지를 올렸는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저를 만나러 음침한 빌라 옥탑까지 찾아오시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어요. 꽤 트렌디한 일을 하는 분들이었거든요. 가드닝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겠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모인 분들과 같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테라스에 마련한 플랜트 박스에 가드닝을 했어요. 대부분은 야외에서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어서, 정원용 식물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고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했어요. 각자의 플랜트 박스에 가드닝을 하고 관리하는 동안,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며 계절의 흐름도 같이 느낄 수 있어요. 하나의 플랜트 박스에는 7-8종의 식물을 활용해서 자신의 정원을 디자인하도록 했는데, 각자 다른 모습의 플랜트 박스를 보는 모습도 재미있어요. 가드닝에 개개인의 정체성이 표현되는 것 같았거든요. 공유 정원의 참여자들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요. 노들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고마운 분들이에요.(웃음)

 

공유 정원의 플랜트 플랜트 박스



다양한 공간과 정원에 가드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작업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궁금해요.


크게는 정원의 미기후, 시선, 활동 세 가지를 고려해요. 정원을 디자인할 때 사이트의 환경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미기후(정원 대상지의 마이크로한 환경조건)라고 표현하는데 바람의 방향,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 그늘지는 공간 등을 확인하고 환경에 적합한 정원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해요. 뷰(시선)도 중요해서 각 창과의 관계, 주로 이용하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풍경, 가리고 싶은 곳과 감싸고 싶은 곳, 서로 시선이 간섭되지 않아야 하는 지점들을 잘 파악해야 하죠. 정원에서 주로 하고 싶은 활동도 꼭 여쭤보는데, 손님을 초대해서 여러 활동을 즐기고 싶은 분이 있는가 하면,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싶으신 분 등 니즈가 다양해요. 

 

<서울가드닝클럽> 실외 정원 디자인



가드닝의 중요점은 식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모든 작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는 계절이 변하는 감각을 도시인이 느끼도록 하는 거예요. 어느 한 계절에만 예쁘고 마는 정원의 모습은 지양하려고 해요. 도시 공간에서는 그 계절에 가장 예쁜 식물이 어느 날 확 나타났다가, 자고 일어나면 다시 또 다른 싱싱한 식물들로 한꺼번에 교체되는 모습이 흔해요. 관리가 불가능한 곳은 소나무나 사철나무처럼 항상 초록을 유지하는 식물로 획일적으로 꾸미죠. 하지만 자연스러운 정원의 모습은 새로운 식물이 자라나기도 하면서 쇠퇴의 모습이 함께 가는 것이에요. 그래서 다년생 식물(겨울에도 뿌리부가 살아남아 월동하는 식물)을 정말 다양하게 활용해서 작업해요. 칼 푀르스터(Karl Foerster)*라는 정원사가 4계절이 아닌 7계절로 구분했듯, 저도 계절의 계획을 최대한 촘촘히 세워 계절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정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칼 푀르스터: 동독 출신의 정원사.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계절』을 집필했다



작업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정원 공간이 있나요?


아무래도 첫 정원 작업이었던 '서울역7017' 하부의 '초속정원'이에요. 초속정원은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의 시간을 되돌려준다'라는 뜻이죠. 대학원생일 때 공모전에 당선되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인데, 촘촘한 계절의 변화를 잘 담아보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서울역 앞이라는 유의미한 장소에서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원예종으로 구성된 새로운 스타일의 도시 정원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너무 초보일 때라 미흡함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가끔 그 주변을 운전해서 지나갈 때면 제가 만든 정원을 보려고 하다가 목적지 경로를 놓치기도 해요.(웃음)


*서울역7017: 1970년 만들어진 남대문시장·명동·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연결하는 고가도로가 2017년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의 도시 재생 공원

 

자동차로 빼곡한 서울역 앞에 녹색 기운을 불어넣는 '초속정원'



가드닝 작업에 즐겨 활용하는 식물은 무엇인가요?


억새 같은 그라스류(장식용 풀)를 자주 사용해요. 겨울을 지나서 초봄까지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있고, 초봄 이후에 잘라주면 새순이 자라나요. 관리도 편하고, 정원의 여백을 채우기에도 좋아요. 강렬한 색감이나 구조적으로 화려하고 예쁜 꽃, 식물들이 있을 때 그라스류를 함께 배치하면 좋은 배경이 돼요. 장미꽃다발에서 장미가 돋보이게 만드는 안개꽃의 역할이죠. 수많은 종류의 정원 식물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완성하도록 도움을 주죠. 

 

그라스류를 활용한 정원 디자인



반대로 작업하기 어려운 식물은 어떤 종이에요?


요즘 플랜테리어가 워낙 인기라서, 야외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을 실내에서 키우려는 분들이 많아요. 식물마다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있는데, 특정 식물들은 물리적인 환경을 맞춰주거나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죠. 제한된 환경에서 새로운 스타일로 식물을 연출하는 것이 늘 어려워요.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식물을 죽일 수도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요.(웃음) '안 죽는 식물이 뭐예요?'라고 물어보시는 분이 정말 많은데, 식물을 죽인 경험 때문에 아예 식물을 들이는 것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려 식물이라고 칭하며 식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도 있어서, 식물을 잘 모르면서 키우다가 죽이면 죄짓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저는 단지 예쁜 식물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으로 식물을 키워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우선 마음에 드는 식물을 키우고 죽이면서 '내 환경에 이런 식물이 맞구나, 이런 것은 맞지 않구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가드너인 저조차도 물 주기를 놓치거나 환경을 잘못 맞춰서 죽이기도 해요. 식물은 환경에 꽤 적응을 잘하는 존재라서, 일부러 좀 건조하게 키우며 적응시킬 수도 있고요. 엄마들이 식물을 잘 기르는 것은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에요. 단지 보살피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가 다른 것 아닐까요.

 

<서울가드닝클럽> 공간에 있는 식물



서울에서의 삶이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베란다가 없는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이런 분들이 가드닝을 해보고 싶을 때 어떤 방법을 활용하면 좋을까요?


걸어서 기를 수 있는 행잉 플랜트를 추천해요. 착생 식물이어서 흙도 필요 없어요. 뿌리가 물을 먹는 게 아니라, 식물 줄기 전체가 습기를 흡수하는 것이라 물 주기 시기를 조금 놓쳤다고 해서 단번에 죽지는 않아요. 행잉 플랜트를 볼 때마다 '안녕'하고 인사하는 기분으로 스프레이를 뿌려주기만 해도 잘 자라요. 겨울에는 한두 달 단수해도 되는 종류도 있고요. 만약에 스프레이를 자주 못 해준다면 일주일에 한 번 물에 20분 정도 담갔다가 다시 걸어도 돼요. 가드닝에는 최소한의 화분, 흙, 도구가 필요한데 다 비용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걸어 놓기만 하면 되고 물과 햇빛만 있으면 살아가는 립살리스, 디시디아 같은 행잉 플랜트를 추천해요. 식물이 늘어져서 내려오는 모습도 멋있어요. 화분을 놓지 않아도 되니까 작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죠.



'바쁜 와중에도 곁에 있는 식물들을 살피는 일이 일상에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봅니다.'라는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식물이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세상의 흐름과 틀어졌던 나의 시간을 다시 맞춰보는 계기를 준다고 생각해요. 직장인 시절을 생각하면 시간이 내 것이 아니었어요. 누군가 정한 시간에 맞춰서 일하고,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늦은 밤에 퇴근하니까 계절을 온전히 느끼지도 못했죠. 그런데 식물을 키우면 때가 되면 새순이 나고, 꽃이 피고, 색깔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변하지 않는 흐름을 발견해요. 그 모습을 통해서 내 시간이 지금은 조금 뒤죽박죽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이나 자신감을 가지게 됐죠. 식물로써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자연과 단절된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내는 나 스스로가 더 좋아져요. '뭐야? 나, 조금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이러면서 말이죠.(웃음) 



식물을 통해서 자연의 순리를 알게 되는 거네요.


맞아요. 자연의 순리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왜 다들 그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됐어요. 공유 정원의 참여자들에게 받은 피드백 중 가장 인상적인 후기가 있어요. '늘 나의 문제에만 골몰해 있었는데, 가드닝을 시작한 뒤 주변을 좀 더 돌아보고 살피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었어요. 이 이야기에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이분도 나름대로 조금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을 바꾸게 된 것이니까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의 순리라는 오래된 말의 의미를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실 거예요.



서울에서 좋은 정원이 있는 공간을 추천해주세요. 


'아모레퍼시픽' 성수와 '모노하' 한남점이에요. 아모레퍼시픽 성수는 차량 정비소였던 공간 가운데 시멘트 바닥을 깨서 정원을 만들었는데, 자연 계류처럼 도심 속의 야생 숲을 구성했어요. 현재 한국에서 정원사로 제일 유명하신 선생님(더 가든의 '김봉찬' 대표)의 작업인데, 직접 가서 보면 정원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보통 도심의 정원은 건물의 치장 역할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도시 안에 제대로 된 자연을 만들려고 하신 노력과 의지가 보여요. 그 팀의 또 다른 작업이 모노하 한남점의 정원이에요. 정원을 느끼면서 공간에 입장하도록, 정문을 대로변이 아닌 뒤쪽에 마련했죠. 정원을 통해서 공간을 들어갈 때 시간의 전환을 느끼도록 구성하셨는데 그곳도 정말 좋아요. 꼭 한 번 가셔서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해요.


아모레퍼시픽 성수 정원(상), 모노하 한남점 정원(하)



앞으로 서울가드닝클럽의 계획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가드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데, 실내 식물을 하다가 야외 정원 식물에 관심을 두게 되고 농업에도 관심을 갖게 돼요. 농업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으로 넘어가죠. 저도 농업에 이제 막 관심을 두면서 농작물을 활용한 가드닝을 생각하고 있어요. 관상을 위한 가드닝과 먹거리가 되는 작물을 결합해서 아름다우면서도 생산성이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가드닝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제 개인 정원에도 보리와 과실수 등을 원예종과 섞는 시도 중이고요. 그 외 몇몇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협업 진행을 논의하고 있어서, 계획된 프로젝트들을 잘 진행해 다양한 방식으로 정원을 경험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예요.

 

서울가드닝클럽과 만난 녹빛 시간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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