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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넘은 크리에이티브

 

트렌드를 가장 잘 파악한다는 광고 회사도 갑자기 닥친 팬데믹은 피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 불황으로 많은 기업은 광고 집행을 거둬들였고, 집콕 소비자들은 지갑을 선뜻 열지 않았다. 생산 활동과 소비심리 위축에 광고업계의 시름이 깊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광고 회사는 침체된 시장에서도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귀재가 아니던가. 격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 찾기를 위한 그들의 발칙한 도전을 살펴본다.

 

 

 

디지털 광고, 데이터를 만나 성장하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광고 시장은 빠른 성장을 이뤘다. 미국의 디지털 광고는 곧 TV와 신문 등 전통매체 시장의 규모를 추월할 기세다. 세계 최대 광고대행사인 영국 WPP(Wire and Plastic Products plc) 산하 그룹M(Group M)은 지난해 미국 광고의 총 지출액인 2,146억 달러 중 디지털 광고가 1,101억 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전 전체 시장규모의 3분의 1 정도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으로 이득을 본 건 대형 IT업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소비자의 인터넷 쇼핑이 늘었고, 그에 맞춰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이러한 급격한 디지털 시장의 재편은 기존 판세를 바꿨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컨설팅 업체의 약진이다. 미국의 광고·미디어 산업 전문지 에드에이지(ADAge)의 2020년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광고 대행사 순위에서 쟁쟁한 광고 대행사와 디지털 광고 회사를 제치고 4위를 차지한 액센츄어(Accenture Interactive)는 컨설팅 회사다. 또 다른 광고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Deloitte Digital), PwC(PwC Digital Services), IBM은 순서대로 7위부터 9위를 차지했다. 2014년 IBM이 컨설팅 회사로는 최초로 10위권에 진입한 이래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광고 회사를 인수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다.

 

 

 액센츄어의 메니페스토 영상

 

 

 

디지털 광고 시장으로 좁혀보면 컨설팅 회사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컨설팅 업체가 휩쓴 가운데, 액센츄어의 매출은 5위부터 10위까지 기존 광고회사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전통 매체에 익숙한 기존 광고 회사의 성장률은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 역량과 노하우를 갖춘 컨설팅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컨설팅 회사가 기존 광고 회사와 차별화된 장점을 십분 발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컨설팅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에 밝고, 데이터에 기초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광고 분야에서도 실패 확률이 적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기획부터 조사, 매체 운용 등 실행 부분까지 브랜드의 통합 관리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특히 액센츄어는 그동안 쌓아온 디지털 자산과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디지털 광고에 접목해 경쟁력을 높였다. 2019년에는 독립 광고 회사 드로가5(Droga5)를 인수하는 등 유능한 광고 회사를 인수 합병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부분을 채우고 있다. WPP 등 기존 광고 회사들도 디지털 사업 강화를 위해 데이터 및 디지털 관련 부서를 설립하거나 회사를 인수하는 추세다.

 

 

WPP 홈페이지

[Photo: WPP]

 

국내 광고 시장도 디지털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2019년 4조 원에서 1년 만에 5조 원을 돌파했다. 모바일 광고가 전체 매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상파TV∙케이블∙종편∙라디오 등 전통 매체는 동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국내 회사들도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HS Ad)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애자일(Agile)*을 조직 혁신의 키워드로 내걸고, 사명을 거꾸로 뒤집은 대시(dASH)라는 실험적 조직을 출범했다. 이곳은 회사와 별도로 철저하게 디지털 시장의 관점에서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 광고주에게 제시한다. 또한 고객경험관리(CXM,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 센터를 신설하고 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Business to Consumer) 마케팅 전문가를 센터장으로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애자일(Agile):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민첩한 대응과 상호작용으로 상황에 맞는 요구를 즉시 반영하는 프로세스. 짧은 주기의 반복 실행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한국 광고회사의 대표 격인 제일기획은 그동안 유럽과 인도에서 데이터 기업을 인수해왔다. 2020년 6월에는 중국 빅데이터 분석 업체 컬러데이터(Colour Data)를 인수했다. 컬러데이터는 중국 내 5,000개 이상의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 사이트, 뉴스 게시글과 댓글을 분석해 지역∙성∙연령대별 관심사를 데이터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데이터 회사 인수와 동시에 제일기획의 디지털 사업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전체 사업의 23%였던 비중은 2016년 30%, 2019년 39%를 기록했고, 2020년 3분기 기준 43%까지 상승했다.

 

제일기획 슬로건

[Photo: 제일기획]

 

이노션(INNOCEAN)도 현대자동차그룹의 하우스 에이전시답게 빠르게 디지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 전문기업 포티투닷(42dot)과 함께 신규 플랫폼 운영, 콘텐츠 개발, 서비스 브랜딩 구축 등 모빌리티에 크리에이티브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광고계의 새로운 도전, 틀을 깨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광고 회사는 광고 제작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실험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인터넷 쇼핑몰 겟트(GETTT)를 론칭했다. 겟트는 취향을 얻는다(Get the taste)는 뜻이다. 시도해보고 경험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머스를 지향하는 겟트의 키워드는 체험(Experience)이다. 입고, 쓰고, 매치하고, 바르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개인의 취향을 찾아주겠다는 포부다. 운영 방식도 일반적 쇼핑몰과 다르다. 판매보다는 빌려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여가가 판매가보다 앞에 적혀있을 정도다. 고객은 겟트의 슬로건대로 빌리거나 사거나(Rent or Buy)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빌려서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GETTT 홈페이지

[Photo: GETTT]

 

 

GETTT 광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광고의 영역을 넓혀가는 시도도 있다. 앞서 제일기획은 인터넷 쇼핑몰 제삼기획을 선보였다. 생활 밀착 신문물 상점을 콘셉트로 내세운 제삼기획은 이색적인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기획해 판매한다. 신묘한, 라떼월드, 드라마 <스타트업>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독특한 굿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제삼기획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뀐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형 기업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광고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시도다.

 

제삼기획 홈페이지

[Photo: 제삼기획]

 

이노션도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쇼핑몰 오지랩(OZYLAB)을 런칭했다. 오지랖과 랩(Lab)이 합쳐진 단어인 오지랩의 슬로건은 그 이름의 유래처럼 생활의 참견이다.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기꺼이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가 되어 좋은 상품을 소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거북목과 일자목 직장인을 위한 이완기, 대화 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틱 가루 치약 등 일상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아이디어 상품이 눈에 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2020년 겨울 출시된 공기를 충전재로 사용한 신개념 패딩이다. 이노션은 의류 브랜드 파라코즘(PARACOSM)과 협력해 공기만으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에어 패딩을 출시했다. 이는 이노션이 지금까지 해온 동물보호 캠페인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기도 하다. 에어 패딩은 출시 후 온라인에서 이슈가 될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오지랩 홍보 영상

 

이노션 X 파라코즘 에어패딩

[Photo: 파라코즘]

 

이노션은 오지랩을 단순한 상품 판매 온라인 샵이 아닌 미디어커머스 쇼핑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지랩은 앞으로 광고 회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한 광고, 스낵 비디오, 프로모션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노션은 2018년 제조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고 유아용 의류를 만드는 등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해왔던 기업이다. 같은 해 운전자를 위한 스마트 선글라스를 제작하는 등 광고 회사로서는 세계 최초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제품을 만든 바 있다.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에서 오지랩에서는 앞으로 더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과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광고회사의 다른 이름은 광고대행사다. 클라이언트를 대신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센스 있게, 때론 독창적 방법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엄두도 못 낸다. 소비자에 대한 꿰뚫어 보는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콘셉트와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한다. 이제 여기에 데이터가 추가되어야 할 시기다. 


광고도 더 이상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에 밑바탕에 둔 데이터 드라이븐(Data Driven)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새로운 옷을 만들고… 파격적인 시도다. 틀에 박힌 것과 익숙함을 경계하며, 진부함을 격멸한다는 광고쟁이들이 이제 본인들의 업에도 이 잣대를 들이밀었다. 크리에이티브를 생명으로 해왔다. 모두 소비자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쇼핑을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려는 것이다.


결과는 가늠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함이 있다면, 멀티페르소나로 진화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멈춤은 없을 것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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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

제삼기획

오지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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